매일신문

[주목 이책!] 경상도에서 조선의 보부상을 만나다

경상도에서 조선의 보부상을 만나다 / 임경희 지음 / 민속원 펴냄

변변한 수레도 없던 옛날, 첩첩이 산으로 막혀 있는 내륙지방에 소금과 고기, 농사지을 도구와 밥그릇, 옷 지을 천 등을 운송했던 것은 바로 보부상의 어깨였다. 익히 알려져 있듯 조선 보부상은 조선시대 오일장을 장악했던 행상, 그러니까 부상(負商)과 보상(褓商)을 합친 말이다. 이들 상단은 대한제국 시기 상무사로 정비되면서 전국 모든 군에 지역상무사가 설치'운영되고 조직원이 80만을 헤아리는 수준으로까지 번창해 일제가 '유생(儒生)이라는 자와 대조해 평민사회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단체'로 지목했을 정도였다.

조선 보부상의 풍속은 그것 자체가 한국의 상인문화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독특하고 다양했다. 그들의 의복과 인사법, 엄격한 직업윤리, 총회의식들은 조선 보부상단에 고유한, 명실상부한 한국 상인문화의 전범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땅에는 선비와 선비문화만 남아있고, '평민의 문화'였던 보부상과 그들이 문화는 소설의 소재로만 기록될 뿐 우리의 기억 저편으로 까맣게 잊혀 버렸다. 그들이 몸담았던 전통시장, 심지어 곳곳에서 벌어지는 지역 전통시장의 축제에서까지 그들이 가꿔온 고유한 의식과 풍속은 사라져 버렸다. 이 책은 이런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경상도 각지에 남아있는 조선 보부상단의 흔적을 조명하고 그곳에 남아있는 유품과 상단의 본거지인 상무사 임방, 공적비 등을 통해 지역 보부상단의 역사와 가치, 그들이 남긴 문화와 풍속들을 소개한다. 220쪽, 1만6천원.

한윤조 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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