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대·신세계 맞설 방법 고심한 롯데 "대구선 아울렛으로 승부"

수성의료지구 잡은 배경

롯데가 수성의료지구 내 유통상업지구를 낙찰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역 유통계가 술렁이고 있다. 롯데는 대구에서 백화점 대구점과 상인점, 이시아폴리스 롯데몰, 율하 롯데쇼핑프라자 등 다수의 백화점과 아울렛, 마트를 보유한 데서 나아가 유통상업지구까지 손에 쥐면서 규모 면에서 단숨에 지역 최대의 유통업체로 발돋움하게 됐다.

◆수성구 교두보 확보 배경은

롯데는 2003년 롯데백화점 대구점 오픈 이후 지역의 유통계의 선두 자리를 차지해 왔다. 하지만 2010년 현대백화점 대구점이 문을 열면서 대표점 매출에서 1위 자리를 내주며 상징적인 1위 자리까지 뺏겼다.

더욱이 2016년 신세계백화점이 문을 열면 롯데백화점은 더욱 추락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시아폴리스 롯데몰과 롯데 율하점 등이 있지만 매출 규모 면에서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에 견줄 수준이 못 된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신세계백화점 개점 이후 불어닥칠 여파에 내부적으로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부산에서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이 문을 연 이후 롯데백화점의 아성에 금이 간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신세계백화점이 문을 열면 매출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한번 추락하면 다시 뒤집기가 쉽지 않은 것이 유통업계의 현실"이라고 고민의 단면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 입장에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수성의료지구 내 유통상업지구를 낙찰받으면서 이 같은 걱정을 상당 부분 덜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구시도 수성의료지구를 의료관광과 연계해 대구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관광 인프라 차원에서 대규모 쇼핑단지가 필요했다.

롯데 관계자는 "신세계가 워낙 큰 규모로 대구에 들어오니까 그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다. 특정지역의 유통시설을 넘어 대구 관광 인프라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롯데 어떤 시설을 세울까

롯데가 낙찰받은 유통상업지구의 규모는 무려 7만6천여㎡(2만3천여 평)다. 이시아폴리스 롯데몰(2만9천여㎡'약 8천800평)의 3배 규모다. 이 때문에 유통가에서는 롯데가 백화점, 테마파크, 호텔 등 다양한 구상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업 계획은 올 연말쯤에야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하지만 롯데가 지금까지 대구 인근에 대규모 아울렛 매장 부지를 찾아왔다는 점에서 아울렛 매장이 들어설 가능성에 유통업계는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해 8월 그룹 최고위층이 대구를 방문해 아울렛 매장 부지를 찾아보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점이 그 근거다. 더욱이 신세계백화점이 들어서면 대구의 백화점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새로운 고객 창출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백화점을 건립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반해 아울렛 매장은 백화점에 비해 각종 규제를 적게 받고, 투자금 회수가 빠르다는 점에서 유통업계의 향후 신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대구의 백화점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아울렛 사업에 진출하려는 의지가 없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부지를 낙찰받은 롯데자산개발공사가 롯데몰 김포공항점을 건립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백화점, 마트, 호텔, 시네마 등으로 구성되는 복합몰로 지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유통업계 지각변동 오나

수성의료지구 내 유통상업지구를 롯데가 낙찰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역 유통계가 적잖이 놀라는 모습이다. 유통가에서는 현재 지역에서 단일점포 매출 1위를 기록 중인 현대백화점과 2016년 개점 예정인 동대구복합환승센터 내 신세계백화점 간 경쟁 시나리오를 주요 화젯거리로 취급했지만 롯데가 수성구의 유통상업지구를 낙찰받으면서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선 모양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대와 신세계에 밀려 3위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유통상업지구 낙찰은 기막힌 반전의 한 수가 될 공산이 크다"고 했다.

특히 롯데가 최근 부산 기장군에 대규모 아울렛을 개점한 것과 맞물려 유통상업지구에서도 이 같은 대규모 아울렛 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의 공격적인 매장 확대로 2년 뒤에는 대구에서 신세계, 현대, 롯데 간 사활을 건 유통대전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lc156@msnet.co.kr

임상준 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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