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火魔 설친 곳, 소화기 없거나 구실 못하거나

대구시 점검·관리 구멍, 최근 3년 5481건 불량 지적

3일 오전 영주시 원당로 한 철물점에서 시작된 불이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인근 상가로 번지고 있지만 얼어붙어 사용을 못 하는 소화전을 한 시민이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마경대 기자 kdma@msnet.co.kr
3일 오전 영주시 원당로 한 철물점에서 시작된 불이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인근 상가로 번지고 있지만 얼어붙어 사용을 못 하는 소화전을 한 시민이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마경대 기자 kdma@msnet.co.kr

지난해 10월 23일 0시 40분쯤 대구 달서구 성서공단로의 한 섬유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가동 중인 제직기에서 난 불은 공장 기계와 원단 등을 태우고 9천만원의 재산피해를 남겼다. 소화기 등 소화설비를 활용한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서 피해를 키웠다.

반면 소화기를 통해 초기 진화를 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한 사례도 있다. 같은 달 26일 0시 21분쯤 달성군 옥포면 비슬로 한 섬유공장(연면적 320㎡)에서 불이 났다. 공장 출입구 주변의 공조기 모터에서 불꽃이 발생한 것이다. 소방차가 신고 3분 만에 도착했지만 불은 이미 꺼져 있었다. 직원들이 재빨리 소화기를 이용해 자체 진화했기 때문이다. 다친 사람은 없었고, 재산피해도 모터 일부가 훼손되는 등 10만원밖에 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15일 발생한 전남 담양 펜션화재사고를 계기로 소화기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대구에서는 소화기 점검 및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소화기 불량이 많고 설치가 안 된 곳도 적잖은 곳으로 나타났다.

대구소방안전본부(이하 소방본부)에 따르면 2011~2013년 소방점검 결과 5천481건의 불량이 지적됐는데, 이 중 소화기를 포함한 소화설비 부분이 49.6%인 2천721건에 달했다. 이는 경보설비 불량 건수(1천341건)의 2배에 이르고 경보설비와 피난설비의 불량건수를 합친 것(2천531건)보다도 많았다.

소방당국은 관리해야 할 대상물이 많다 보니 점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소방본부가 관리하는 대구지역 내 특정소방대상물은 모두 5만815곳에 이른다. 이 중 슈퍼마켓과 식품'잡화점, 음식점, 영화관 등 근린생활시설이 58%인 2만9천476곳으로 가장 많다.

이 때문에 2012년부터 '자율안전관리체제'를 도입해 소방당국의 점검을 대폭 줄여 지난해 소방본부가 점검한 대상은 2천632곳에 그쳤다. 특별조사 대상을 정해 표본을 조사해서다. 건물주나 사업주는 고용한 소방관리용역업체에 점검을 맡기고, 그 결과를 각 소방서에 제출하거나 보관하는 등 자율적으로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소방 관리를 자율에 맡기는 경향이 강한 탓에 건물주나 영업주가 관리를 소홀히 할 여지가 많다는 점이다. 점검 실태를 파악해야 할 소방서는 각 건물의 점검상황을 서면으로만 파악할 수밖에 없어 점검이 허술하게 이뤄졌다 해도 알기 어렵다. 소방서가 매년 실시하는 특별점검도 전수조사가 아니라 일부 위험 건물만을 대상으로 하는데다, 이마저도 영업에 방해되지 않도록 점검 1주일 전에 건물주에게 통보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5층 미만 공동주택은 소화기 설치 규정이 아예 없어 점검 대상이 아니며, 지은 지 오래된 다중이용시설 상당수는 현재 기준에 맞춰 소화기를 설치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 설치를 하지 않고 있다"며 "소화기 설치 규정을 강화하고 설치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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