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이 들어선 이후 대구의 주도로인 달구벌대로는 물론 주변 이면도로까지 교통혼잡이 빚어지고 있다. 주말과 휴일, 세일기간 특정시간대에는 현대백화점으로 향한 차들이 몰리면서 정체가 수성교를 넘어 범어네거리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한 남성로와 종로 등 현대백화점 주변 역시 이 여파로 소통이 여의치 않고, 백화점 주차장 이용이 어렵자 주변 도로에 아무렇게나 차를 댄 불법 주'정차 차들 때문에 보행자들의 보행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
백화점 입점 이후 차량 증가 등으로 이 일대 교통혼잡이 예상됐으나 대구시는 개선에 사실상 손을 놨고, 백화점 역시 수많은 시민의 피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영업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백화점 진출'입으로 꽉 막힌 달구벌대로
금요일이었던 2일 달구벌대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극심한 정체를 보였다. 이날 오후2시쯤 범어네거리부터 반월당네거리까지 3.1㎞ 거리를 차로 운행하는 데 1시간가량 걸렸다. 서행으로 움직여도 15~20분이면 도달할 수 있는데, 이날은 3배나 더 소요된 것이다.
범어네거리와 수성네거리를 빠져나온 차들이 수성교 앞에서 직진신호를 받았지만, 신천대로로 향하는 좌'우회전 차가 막혀 흐름은 더 더뎌졌다. 이날 달구벌대로의 정체는 퇴근시간(오후 6~7시)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3시 16분. 수성교부터 계산오거리까지 직접 차를 몰았다. 편도 4, 5개 차로 중 3차로를 이동하며 1.9㎞ 거리를 운행하는 데 걸린 시간은 23분36초였다. 평균 시속은 약 5㎞가 나왔다. 똑같은 거리를 걸었을 때 도착시간은 15분, 자전거로는 8분이 걸렸다. 이 거리는 평일 오후(2~6시) 막힐 때 차로 10분이면 갈 거리로 13분이나 더 허비해야 한다는 결론이 났다.
신천대로에서 좌회전을 받아 동부교회 쪽으로 향한 차는 채 20초도 지나지 않아 꽉 막힌 도로에 갇혔다. 이 차들이 합류하면서 차량 흐름은 더욱 느려졌다. 거북이 운행을 한 끝에 수성교에서 삼덕네거리(550m)를 통과하는 데 3분58초가 걸렸다.
1차로를 달리던 차가 좌회전 및 유턴 표시를 앞두고 차로 변경을 하면서 비교적 여유롭던 2, 3차로도 혼잡이 빚어졌다.
가다 서다를 반복한 끝에 불과 320m밖에 되지 않는 삼덕네거리→봉산육거리 구간에서 6분 40초를 허비했다.
봉산육거리를 지나자 정체는 극에 달했다. 막힌 도로에서 차들은 끼어들기를 반복했고, 조금이라도 소통이 나은 차로로 새치기하려는 차들 때문에 경적 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차 안에서 인도를 봤을 때 보행자의 걸음걸이가 더 빨라 보였다. 다시 봉산육거리에서 반월당네거리(490m)까지 10분 35초가 걸렸다. 어렵사리 반월당네거리의 주행신호를 받았으나 이번에는 동아쇼핑 옆 도로에서 달구벌대로로 우회전하려 쏟아진 차량과 현대백화점 주차장으로 몰린 차들이 뒤엉켜 좀처럼 공간을 찾기 어려웠다. 반월당네거리에서 계산오거리(540m)를 통과하는 데는 2분 23초를 더 보태야 했다.
시민들은 이 일대 교통혼잡이 주말과 휴일, 백화점의 세일기간 등이 맞물렸을 땐 늘 있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대백화점에서 고용한 교통정리 요원들이 수신호로 뒤엉킨 차들의 숨통을 뚫는가 했으나 백화점으로 향하는 차들과, 백화점 주차장을 빠져나가려는 차들의 진로 터 주기만 했다.
백화점을 이용하지 않는 운전자들로서는 차량 지체로 시간과 기름을 낭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골목길 불법 주'정차에 보행권 침해 심각
현대백화점으로 빚어진 교통혼잡은 대로뿐 아니라 주변 이면도로까지 영향을 끼쳤다. 지난달 28일 오후 2시 50분 중구 남성로 일대는 불법 주'정차 차들이 길가에 줄지어 늘어서 차량 교행을 어렵게 했다. 또 이런 차들 때문에 골목투어에 나온 시민들, 계산성당을 찾은 신자들, 약령시 등에 볼일이 있어 걷는 시민들은 지나는 차의 길을 터주느라 차와 차 사이로 몸을 피해야 했고, 길을 터 달라는 자동차 경적소리에 놀라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미소시티 옆길과 남성로가 만나는 곳부터 백화점 맞은편 옥외주차장까지 약 260m 구간에는 차를 댈 공간이 없을 정도로 불법 주'정차한 차들이 늘어서 있었다. 종로에서 남성로를 거쳐 백화점 방향으로 진입하려는 차들도 줄지어 좌회전 방향지시등을 켜고 있었다.
남성로 수협은행 앞은 동'서 양방향에서 좌'우회전해 백화점으로 진입하려는 차들이 서로 차 머리를 들이밀었다. 약령시에서 달구벌대로로 합류하려는 차들은 수협은행이나 동아쇼핑 옆으로 우회전하는 방법뿐인데 두 곳 모두 많은 차가 몰려 공회전을 계속하고 있었다.
오후 3시 30분쯤 수협은행 앞은 중앙파출소 방면에서 약령서문으로 오다 좌회전하는 차, 종로 방향에서 직진하려는 차, 약령서문에서 우회전하려는 차들이 한꺼번에 현대백화점 쪽으로 진로를 틀면서 꼬인 실타래처럼 뒤엉켰다. 반대편인 현대백화점에서 이 세 방향으로 빠져나가려는 차들까지 줄을 지어 서 있었고, 현대백화점 교통정리 요원이 안내를 했지만 정체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이 일대가 엉망이 되자 일부 운전자들은 일방통행으로 진입할 수 없는 미소시티 방향으로 불법 주행을 하기도 했다.
운전자들의 짜증 섞인 한숨이 나오는 가운데 보행자들 역시 불만에 가득 차 있었다. 좁은 도로를 꽉 메운 차들 때문에 마음 놓고 걷기는 불가능했고, 차와 차의 비좁은 틈을 파고들면서 이동하는 게 매우 불안해 보였다.
주민 장모(59) 씨는 "현대백화점이 들어선 이후 주말과 휴일이면 겪게 되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불법 주'정차한 차들이 걸을 공간도 없이 빼곡한데도 단속차량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부산에서 도심투어에 나섰던 김민아(28) 씨도 "관광책자 어디에도 차량이 많아 걷기 어렵고, 지나는 차들을 피해 걸어야 한다는 말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 같은 일이 벌써 3년 넘게 반복되고 있지만, 개선은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
김기혁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백화점 건축 허가 당시 실시됐던 교통영향평가 심의에서 이 같은 교통혼잡을 개선할 대책들이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지켜지지 않으면서 그 피해가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악화된 교통상황을 다시 점검해 대책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한다. 또 교통혼잡의 원인 제공자인 백화점 측이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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