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도입 1년간의 변화는?

철저한 자기반성 없이 일반고가 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렵다. 외부 지원에만 기대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다.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내부 원인은 무엇인지, 학생과 학부모는 어떤 것을 요구하는지 등을 파악하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포산고의 '포산 인재 양성 프로그램'.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그런데 구슬을 잘 꿰보자는 말만 되풀이할 뿐, 꿸 구슬이 마땅치 않다. 아니면 구슬은 간간이 눈에 띄는데 꿰는 방법을 잘 모르거나 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적지 않은 일반고의 상황이 이렇다. 대학 입시에서 수시모집, 특히 학생부 종합전형의 비중이 커졌다는 건 알지만 이 전형에 제대로 대비하지는 못한다. '구슬', 즉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내용을 풍부하게 해줄 프로그램은 운영하지 않은 채 자기소개서 작성법만 가르치거나 그 같은 프로그램이 있다 해도 어떻게 체계화, 서류에 녹여내야 하는지 잘 모른다.

더 이상 수능시험 위주의 주입식 교육만으로는 일반고가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정규 교육과정을 대폭 바꾸는 게 쉽지 않다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만이라도 손질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 혼자의 힘으로는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주변에는 수능시험 과목이나 논술을 가르치는 학원만 있을 뿐 도움을 받을 곳도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는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한 해 대구 포산고, 구미 현일고와 손을 잡고 지역 대학과 연계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이를 통해 두 학교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봤다.

◆'인재 양성 프로그램으로 도약' 대구 포산고

포산고는 지난 한 해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와 연계해 '포산 인재 양성 프로그램'(Posan Excellent Student Program)을 운영했다. 이를 통해 교내에 학문 탐구 열기를 확산시켰을 뿐 아니라 진학 실적도 높이는 효과를 거뒀다. 프로그램 운영비는 달성군으로부터 지원받았다.

포산고가 이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은 수시 학생부 종합전형에 제대로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이 프로그램을 시작하기에 앞서 포산고는 우선 교육문화센터가 주최하는 진로 진학 설명회를 열었다. 학생들과 상담을 통해 진로, 희망 전공을 살폈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별 맞춤식 강좌를 선정해 운영했다. 지역 대학의 석'박사급 인력이 강의를 맡았다.

학생들이 듣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은 수능시험 위주에서 벗어났다. 각자 원하는 진로를 고려해 ▷국제정치, 국제경제, 사회방법론, 생명과학Ⅱ 등 심화 과목 수업 ▷임상심리, 응용수학 등 전공 연구 심화 수업 ▷인문논술과 수리논술 등 융합논술 ▷심층면접에 대비한 진로진학 컨설팅 ▷자기소개서 특강 등을 접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시도 덕분에 진학 실적도 좋아졌다.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자가 지난해 3명에서 1명 더 늘었고, 고려대의 수시모집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지난해는 합격자가 없었으나 이번에는 5명이 합격했다. 또 성균관대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지난해보다 5명 많은 17명이 합격하는 등 서울 상위권 대학에 약 40%의 학생이 진학하기에 이르렀다.

학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정지은 학생(서울대 국어교육과 합격)은 "문장론 수업을 들은 덕분에 심층면접 때 당황하지 않고 생성음운론을 설명할 수 있었다"며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자기소개서의 기본 틀을 잡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차혜전 학생(서울대 간호학과)은 "교과서에 자세히 언급하지 않은 부분까지 강의를 들어 서울대 구술면접을 잘 치를 수 있었다"고 했다.

포산고 이진향 교사(방과후학교 부장)는 학생들이 전공별로 심도 있게 연구하고, 보고서를 작성해보는 과정에서 사고력과 분석력, 종합적 문제해결력을 길러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 이 교사는 "학생들은 방과 후에 자신의 진로에 적합한 과목들을 좀 더 깊이 있게 배우면서 전공 지식을 더 익히고 싶다는 열정을 갖게 됐다"며 "자신의 꿈을 다지는 계기가 됐을 뿐 아니라 심층면접 등 대입 수시모집을 대비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고들 한다"고 밝혔다.

◇ "석·박사급 강사 내실있게 수업…학생들 지적 호기심 잘 끌어 내"

매일신문사 교육문화센터와 연계하여 수준 높은 석'박사급의 강사들을 모시고 '포산 인재 양성 프로그램'(Posan Excellent Student Program)을 운영한 결과, 학생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다. 또 대학입시에서 전년도보다 명문대 진학률이 더 높아지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학생들이 진지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수업에 임한 덕분이다. 매일신문사 교육문화센터가 학생들의 요구와 희망을 수시로 반영해 내실 있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 센터가 제공한 강사들도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수업을 이끌어간 점도 한몫했다. 달성군청도 교육 경비를 지원해 이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힘을 보탰다.

결국 학교, 지자체, 지역 기관 등이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 데 힘을 모은 것이 포산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다. 학생, 학부모의 만족도도 높아 바람직한 방과후학교 교육 모델로 삼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지적 호기심이 강하고 학문에의 열정이 높아 정규 교육과정 외에도 더 심화된 수업을 희망하고 있다.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소화하고 개인 또는 팀별로 관련 연구를 할 수 있는 능력이 되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이처럼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것이다.

김호경 포산고등학교 교장

◆'드림 업 아카데미로 혁신', 구미 현일고

현일고는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와 손을 잡고 지난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대폭 손질했다. 성적 향상과 사교육비 경감 효과를 거두기 위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더 알차게 운영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시도한 일이다.

평일 방과후학교는 두 가지로 나눠 진행했다. 부족한 과목 위주로 보충 학습을 하는 것은 '방과후학교Ⅰ', 저녁 식사 후 새로운 담임교사의 주도 아래 선택 과목 집중 수업, 학습동아리 토론 학습 등을 운영하는 게 '방과후학교Ⅱ'다.

주말에는 지역 대학의 석'박사급 인력이 강사로 참여하는 '현일 드림 업 아카데미'를 마련했다. 이 프로그램은 국제경영, 국제정치, 응용생물, 과제연구(R&E) 등 학생들이 진로와 관련된 분야에 대해 깊이 있게 접근하면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강좌들로 구성됐다. 이 프로그램을 접한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학습 동아리 50여 개를 만들어 활동한 덕분에 학교에는 자기주도적 학습 분위기가 확산됐다.

현일고 김채영(2학년) 학생은 경영학자가 되거나 금융업계에 종사하는 게 꿈이어서 국제경영 수업을 들었다. 김채영 학생은 "수업을 통해 경영학의 의미와 실용성 등 평소 모르던 내용을 많이 알게 됐다"며 "수업을 들으면서 대학에 가서 경영학을 더 공부하고 싶다는 꿈이 굳어졌다"고 했다. 같은 학년 권진경 학생은 "학생들이 직접 연구 주제를 정하고 강사 선생님과 함께 연구 보고서를 작성해볼 수 있어 공부가 더 흥미로웠다"고 했다.

교육문화센터의 역할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현일고 교사 전체를 대상으로 대학 입시 지도에 대한 컨설팅을 시행했다. 교사들이 급변하는 대학 입시 흐름을 따라잡고, 그에 맞춰 진로와 진학 지도 방법을 바꿀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진학 실적도 좋아졌다. 이번 대학 입시 수시모집에서 서울대 2명, 경찰대 2명, 포스텍 1명, 연세대 3명, 고려대 6명, 성균관대 3명, 육사 8명, 공사 1명 등 전체 365명 가운데 37.8%가 최종 합격한 것이다.

현일고 류인식 교사(교무부장)는 "교사들의 노력에 더해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의 지원 등이 뒤따르면서 '도약 현일'이라는 목표를 제대로 이뤄냈다"며 "올해도 토요 방과후학교 다양화, 자기주도적 학습 모임 활성화, 진학과 창의적체험활동 연계 등 더 많은 변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했다.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

◇"학생들에게 폭넓은 사회·과학적 소양 제공…학부모 만족도 높아"

우리 학교는 다양한 교육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금오공대, 지역 단체, 그리고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등 다양한 곳이 학교 교육 활동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특히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와 함께하는 방과후학교 '토요 드림업 아카데미'는 학교 구성원에게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주었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특색 있게 꾸미게 된 것은 학교 테두리 안에서만 공부해온 학생들에게 좀 더 폭넓은 사회'과학적 경험과 소양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학교 교육이 사회적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다.

다양한 전공 적성 활동을 통해 지적'정서적으로 성숙하고 창의성을 갖춘 인재를 키우겠다는 목표 아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변화를 줬다. 공교육의 만족도를 높이고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그리고 그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학생, 학부모의 만족도도 높았고 진학 실적도 좋아졌다.

이 같은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토요 드림업 아카데미, 계절학기 등을 착실하게 추진해 학생들에게 진로와 관련된 학습 활동 및 연구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방과후학교를 더욱 특색 있게 발전시켜 나갈 생각이다.

장창용 현일고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