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지금 그 나라의 강변을 걷는다 하네.
작은 어깨가 나비처럼 반짝이겠네.
뒷모습으로도 내게로 오는 듯 눈에 밟혀서
마음은 또 먼 통화 중에 긴 팔을 내미네.
그러나 다만 바람 아래 바람 아래 물결,
그립다는 말은 만 리 밖 그 강물에 끝없네.
(『그립다는 말의 긴 팔』 서정시학. 2012)
거처-문인수
바람이 잔다. 아, 결국
기댈 데란 허공뿐이다.
(『그립다는 말의 긴 팔』 서정시학. 2012)
문인수의 두 편의 시가 섞인다. 그리움과 고통과 절망이 무채색의 강도로 수묵화처럼 그려져 있다. 2012년에 나온 그의 시집 『그립다는 말의 긴 팔』에 실린 이 그리움에 대한 앞의 시는 2014년 세월호의 슬픔에 미리 긴 팔을 내민 것 같다. 나비처럼 반짝이는 그가 그리워 그립다는 말조차 길게 팔을 뻗어 그를 만지려 하지만 강은, 바다는 수천수만의 금빛 파랑만을 끝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립다는 말, 그 눈물 그렁그렁한 말. 그립다는 말, 그 다가갈 수 없는 반짝임. 결국 삶이란 그런 것이다, 라고 시인은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우리가 기댈 데는 허공, 허무뿐이라고 시인은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러나 허공은 우리의 거처, 우리가 살아갈 장소이다. 허공을 우리가 기댈 거처라고 생각하는 한 허공은 허무의 장소가 아니라 생동하는 장소일 수밖에 없다. 그리움, 허공, 이 있지 않은 부재의 장소가 역설적으로 우리를 살게 한다. 그러므로 올 한 해, 우리도 스스로 부서지지 않을 만큼만 슬퍼하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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