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사적 살릴 결합개발제 적용을
2015년 을미년을 맞는 대구'경북 사람들의 기세가 대단하다. 금년을 반전의 기점으로 삼자는 각오들이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550만 대구'경북인의 '비긴 어게인'(Begin Again) 함성은 미래를 향해 쏘아 올리는 희망가이자, 소리 없는 깃발이다. 비긴 어게인을 통해 대구'경북 시대를 다시 꽃피우는 것은 물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추락한 국격을 되찾는 일도 시작할 수 있다.
일본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초(超)베스트셀러 '국가의 품격'에서 후지와라 마사히코는 높은 도덕성, 인재의 배출, 아름다운 국토 등 4변수에 의해 국격이 좌우된다고 했다. 잘 보전된 역사 자원과 전원 풍경이 있는 아름다운 국토를 국가 품격의 한 지표로 꼽는 것은 큰 울림을 갖는다. 대구'경북 역시 문화적 자산과 역사적 전통을 첨단 기술과 잘 조화시킬 때 먹거리도 생기고, 도시의 경쟁력도 높아진다.
대구의 시원(始原)인 달성 토성은 위기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완벽한 달성 토성은 대구에서 시작된 부족국가 달구벌 혹은 달벌국의 유적을 품고 있는 사적 제62호이다. 동물원만 이전하면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세계적 명소로 재탄생할 수 있다.
달성 토성과 비슷한 시기에 조성된 일본 규슈 사가현 요시노가리는 세계적인 유적지이다. 지방공단을 만들려고 하다가 야요이 시대(기원전 3세기~기원후 3세기) 주거지와 환호가 발견돼 공단을 포기하고 유적으로 복원했다. 그게 대박이다. 국제적인 문화관광지가 됐다. 달성 토성은 요시노가리는 물론, 88 올림픽 때 복원된 서울 몽촌 토성보다도 더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대구시 행정가와 그 주변부 인물들은 달성 토성을 우습게 여기고 있다. 김범일 시장 시절, 정부는 달성공원 동물원 이전을 전제로 토성 복원 예산을 배정했으나 동물원 이전 계획을 무산시키고 92억원의 국비까지 반납해 버렸다. 대구시는 재추진한다고 하지만, 정부가 어디 대구시만을 위해서 국비를 몇 년씩 저축해 두고 기다리고 있을 텐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달성 토성 외곽에 지하 2층, 지상 23~13층짜리 아파트 1천435가구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이 대구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가결됐다. 통경축 확보를 위한 간단한 조건만 달았을 뿐, 달성 토성의 전체 경관을 살리기 위해 결합개발제도 등을 권유하지는 않았다. 결합개발제도는 경관 보호가 필요한 문화재보호구역이나 사적지 주변과 역세권을 하나의 사업지역으로 묶어 사적지나 그 주변을 저밀지역으로 개발하여 경관을 보존하는 대신 역세권 등 개발지역의 용적률을 높이는 등의 방식으로 민원을 해소해 주면서 문화재도 보호하는 방식이다.
이런 결합개발제도는 서울 성곽의 역사문화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성북동과 신월곡동에 도입되고 있다. 결합개발제도에 의해 성북동에는 고층 아파트 대신 한옥마을과 저층의 테라스하우스를, 신월곡동에는 연면적을 높인 역세권 주거복합단지를 조성하는 방식이다. 달성동 일대 재개발지역에 건폐율을 높여서 주민들이 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재개발된 저층 고밀도 집합주택에서 살도록 권유하는 방법도 모색해 볼 수 있었다.
달성 토성은 서구 내당동 고분군과 비산동 고분군과 연결되어 있어서 매장문화재가 있을 가능성도 높은 곳이다. 달성 토성 주변의 매장문화재 발굴은 대구의 역사성과 전통성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하게 거쳐야 할 과정이다. 스리랑카의 고도인 시기리아나 멕시코의 체첸이사, 바르셀로나의 로마시대 지하 유구 등은 건물 초석만으로도 세계적인 관광상품화에 성공하지 않았는가.
문화적 가치가 인류 발전을 결정한다는 헌팅턴의 말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문화가 돈이 되고, 창조의 밑거름이 되는 시대이다. 대구의 미래 먹거리가 될 달성 토성의 복원에 대한 관심,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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