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구장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Petco Park'4만2천445명 수용)는 국내 야구팬에게 친숙한 곳이다. 2006'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렸고, 박찬호가 2005'2006시즌을 보낸 덕분이다. 또 류현진(LA 다저스)이 통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84를 거둔 '약속의 땅'이기도 하며, 김광현(SK)의 홈구장이 될 뻔했던 곳이기도 하다.
2004년부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Padres'스페인어로 가톨릭 신부를 의미)가 사용하는 펫코 파크는 태평양의 샌디에이고만과 접해 있다. 구장 왼쪽으로는 컨벤션센터가 자리 잡고 있고, 관광코스인 퇴역 항공모함 미드웨이호 박물관도 가깝다. '은퇴자들을 위한 도시'라는 별명답게 기후 역시 온화해 12월에도 반바지 차림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도심에 들어선 펫코 파크의 외관은 무척 인상적이다. 천편일률적인 국내 야구장과 달리 좌우가 대칭을 이루지 않을 뿐더러 구석구석에 팬들을 위한 아기자기한 배려가 숨어 있다. 상단 스탠드가 그라운드 방향으로 돌출돼 아래층에 그늘이 지는 캔틸레버 구조는 대구 새 야구장에도 적용됐다.
특히 북향으로 터를 잡은 야구장 왼쪽 폴대 옆의 '웨스턴 메탈 서플라이' 빌딩은 100년이 넘는 근대문화유산으로서, 현대식 야구장에 고풍스러운 멋을 더한다. 대구시민야구장의 리모델링 방향에 대한 힌트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구단 관계자는 "도시 랜드마크 건물의 형체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야구장과 공존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며 "철거했더라면 야구장 완공은 앞당겼겠지만 펫코 파크만의 개성은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붉은 벽돌로 지은 이 빌딩의 1층은 구단 기념품을 파는 '팀 스토어', 2'3층은 소규모 단체행사를 위한 '파티 스위트'와 구장 역사를 소개하는 사진'물품들로 장식된 레스토랑으로 운영된다. 예약제인 파티 스위트는 홈플레이트에서 다소 멀지만 식음료를 즐기며 야구를 볼 수 있어 인기가 아주 높다.
스타디움, 필드와 함께 미국 야구장 이름에 흔히 붙는 파크(Park)는 원래 야구가 공원에서 시작된 데에서 유래했다. 그런 면에서 펫코 파크는 '파크'의 전통적 의미가 훌륭히 재현된 야구장이다. 중견수 뒤쪽 외야에는 '공원 속의 공원'(Park at the Park)이 조성돼 있고, 그 옆에는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미니어처 야구장도 있다. 265㎡(약 80평) 규모의 작은 잔디 언덕인 이곳은 저렴한 가격으로 입장해 느긋하게 누워서 경기를 관전할 수 있으며, 평소에는 공원으로 개방된다. 20년 선수 생활을 샌디에이고에서만 보내고, 지난해 6월 타계한 '미스터 파드레'(Mr. Padre) 토니 그윈의 동상에 기댄 채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야구를 즐기는 것은 샌디에이고 시민만이 누릴 수 있는 낭만이다.
팬들을 위한 구단의 배려는 비시즌에도 이어진다. 12월에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야구장을 놀이동산으로 꾸며 시민들을 불러모은다. 인공 눈으로 만든 눈썰매장과 회전목마'꼬마 기차 앞에는 가족단위 손님의 줄이 길게 늘어선다. 어른 15달러, 어린이 10달러의 비용이 있지만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어 인기 만점이다. 비록 구단 재정이 좋지 않은 스몰마켓팀이라 하더라도 아이디어를 짜낸다면 팬을 위한 서비스는 무궁무진하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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