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의 주창자인 영국의 존 호킨스 박사는 창의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창의인재는 좋은 학교 진학이나 안정적 취업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가진 이들이다. '창조경제 3.0 시대'의 주역들이다. 정형화된 삶의 틀을 따르지 않는 남다름과 도전정신이 그들의 무기다. 일반계고를 접고 마이스터고에 입학한 학생, 현장 실무능력으로 무장한 전문대생, 창업에 도전해 실패를 경험으로 얻는 청년들이 대표적 예다. 창의인재를 통해 대구의 미래 동력을 모색해본다.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들
박계현(34) '롬팩' 대표는 계명대 창업보육센터에서 캐릭터를 활용한 모바일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캐릭터 회사에 입사해 디자이너로 일했던 그는 캐릭터 산업의 무한한 가능성에 매료돼 2012년 창업에 도전했다. 게임아카데미에서 강사로 4년간 일한 경험은 모바일에 눈을 뜨게 해줬다. 창업 4년 차, 올해 롬팩은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벤처인증을 받았다. 직원도 6명으로 늘었다. 그는 "머리가 비상하고 재능도 출중한 대학생들이 많은데, 창업을 권해보면 대기업 취직 생각밖에 없다. 취업이 그들의 최종적인 꿈인 것만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대구는 요즘 어느 때보다 창업 열기로 뜨겁다. 보수적인 이미지를 벗고 도전정신이 약동하는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창업지원도 활발하다. 2013년 문을 연 대구스마트벤처창업학교는 첫해 입교한 청년창업자 44개 팀 중 41개 팀이 창업을 했다. 지난해 입교팀은 64개 팀으로 늘었고, 포스코'하나금융지주그룹'동부화재 등에서 투자 유치를 받는 기업들이 탄생했다.
'부싯돌'은 2011년 대구 IT 회사에 근무하던 20, 30대 직장인들이 창업한 스마트TV 앱 전문 개발업체다. 스마트폰처럼 스마트 TV의 앱 수요도 늘 것이라는 예측은 딱 맞아떨어졌다.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아 최근까지 삼성 스마트TV에 공급한 앱은 50여 개에 이른다. 지난해 9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출범식에선 삼성과 기술개발계약을 맺은 유망 벤처 업체로 주목을 받았다.
경북대 컴퓨터공학과 4학년인 이유진(28) 씨는 지난해 5월 대구스마트벤처창업학교에 입교했다.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이 계기가 됐다. 대학선배와 함께 차린 '슈가 앤 스파이스'는 세일 정보나 지역 축제 등 요긴한 생활정보를 공유하는 웹을 개발하는 업체다. 이 씨는 "100세 시대에는 한 직장에 뼈를 묻을 수가 없다. 언젠가는 도전을 해야 할 때가 온다. 저는 남들보다 일찍 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삼성C랩은 창업의 불을 댕겼다. 모바일 결제 시스템 개발업체인 '슈퍼스티링'의 은석훈(40) 대표는 삼성 C랩 1기다. 잘나가는 은행원에서 창업에 도전했던 그는 준비 부족으로 뼈아픈 실패도 겪었다. 두 번째 도전에서 그는 18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삼성의 투자를 받는 주인공이 됐다. 은 대표는 올해 1월 중순 삼성연수원에서 받을 연수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고 했다. "대구 대학생들은 서울, 대전 쪽 청년들에 비해 순종적이고 진취성이 부족한 경향이 있어요. 대구에서 빨리 청년 창업 성공 사례가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장 실무능력 갖춘 인재 양성
김은지(22) 씨는 '조기' 취업했다. 다음 달 영진전문대 졸업을 앞두고 지난해 말 삼성전자에 입사해 현재 무선사업부에서 일하고 있다. 김 씨는 영진전문대 입도선매반 1기 출신. 영진전문대는 월드베스트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로 '입도선매' 과정을 도입, 컴퓨터응용기계계열과 전자정보통신계열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입도선매반은 글로벌 인턴십 및 국내 대기업 현장 실습을 통해 실무능력을 키운다. 현장중심형 교육은 김 씨의 취업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김 씨는 "3D CAD, CNC, 금형 등 학교에서 배운 여러 과목들이 실제 현장에 그대로 쓰인다. 덕분에 회사생활에 일찍 적응할 수 있었다"며 "입학 전 4년제와 입도선매반을 두고 고민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정말 잘한 선택같다"고 말했다.
대구 7개 전문대학은 급변하는 교육 환경에 발맞춰 공업(영진전문대'영남이공대), 보건(대구보건대), 문화(계명문화대) 등 각 대학 나름의 특성화를 구축하고, 다양한 형태의 현장 전문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삼성, LG, 두산, SK 등 특정기업체 이름을 딴 '기업협약반'이나 현장실습 교육을 통해 실무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박재성 영남이공대 입학처장은 "지역의 전문대학은 현장중심형 직업교육을 통해 창의인재 양성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실업계고, 전문계고 등으로 불리던 지역 특성화고 또한 현장중심형 직업교육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대구공고는 새 학기부터 지역 금형 기업 17곳과 손을 잡고 금형도제반을 운영한다. 전자기계과 1학년 학생 가운데 일부를 대상으로 8주간의 학교 교육과 9주간의 기업 현장 교육을 병행한다.
대구공고의 금형도제반 운영은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스위스 도제식 직업학교' 시범 사업에 따른 것이다. 이 사업은 특성화고 학생들이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현장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학교에선 이론 교육과 기초 실습 교육을 받고, 기업에서는 체계적인 현장 교육 훈련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대구공고는 지난해 말 전국 9개 시범학교 가운데 하나로 선정돼 앞으로 4년간 매년 20여억 원의 국비를 지원받는다.
대구공고 신영재 교장은 "도제식 교육을 통해 산업체가 요구하는 창의인재를 양성해 나갈 것"이라며 "이번 사업을 통해 학교뿐 아니라 지역 산업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최병고 기자 cbg@msnet.co.kr 이상준 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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