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대百 주변 매출 반 토막·주민들 삶도 곤두박질 "못살겠다"

현대백화점 '혼잡 피해' 생생 증언들

현대백화점으로 말미암은 일대 차량정체와 불법 주'정차 때문에 인근 상가, 직장인, 주민들은 화가 날 대로 나 있다. 심지어 현대백화점을 찾는 시민들까지 '뭔가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주민들은 불법 주차 차량과 이로 인해 빚어지는 차량 교행의 어려움 탓에 허구한 날 시끄러운 경적소리에 귀가 먹을 지경이고, 사고위험이 커 집앞조차 마음 놓고 걸을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상가와 업무시설 관계자들 또한 이런 불편 때문에 방문자가 줄고, 들어오고 나가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백화점이 주변 사람들의 삶의 질까지 떨어뜨리고 있지만 대구시와 백화점 측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꽉 막힌 도로,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신성미소시티 입주민 김모(42) 씨는 퇴근길이면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느라 병이 걸릴 지경이다. 직업 특성과 직장 위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동차로 출퇴근을 해야 하는데 현대백화점으로 들어가려는 차들로 인한 정체로 코앞에 집을 두고도 한숨만 내쉬어야 해서다. 주말과 휴일, 세일기간에는 집에 돌아올 걱정 때문에 차를 몰고 나갈 생각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약령시 등 주변 상인들도 방문 불편으로 손님의 발길이 줄고, 이로 인해 영업손실도 경험하고 있다. 이 일대는 백화점 주차장에 미처 차를 대지 못한 사람들이 도로가나 상점 앞에 마구잡이로 차를 주'정차해 정작 자신들의 손님은 차를 댈 곳이 없다는 것. 주차금지 푯말을 세워도 막무가내로 주차하고, 연락처도 남기지 않는 차주들도 있다고 했다. 한약재를 판매하는 전병림(63) 씨는 "주말마다 약재를 사러 오는 소매업자들이 약전골목에서 50여m 떨어진 곳에 차를 대고 걸어와 10㎏ 넘는 약재를 다시 힘들게 들고 간다"며 "차가 막혀 접근하기도 어렵고, 차댈 곳도 마땅찮아 올 때마다 한마디씩 하는데 그 탓인지 현대백화점 개점 후 매출이 20%는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인쇄업체 직원 박모(28) 씨도 "하루 5차례 이상 인쇄물을 날라야 하는데 차가 막혀 거리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너무 많다"며 "특히 주말이나 금요일 오후에는 도로가 주차장이 되다시피 해 일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했다.

주민 김모(32) 씨는 "차를 몰고 수성구 방향으로 가려면 백화점 진입로 쪽으로 가 달구벌대로에 진입한 뒤 유턴을 해야 한다. 하지만 차가 막힐 땐 끼어들지 못해 한참을 대기해야 하는데 뒤에서 빨리 가라고 경적을 울리면 당황스럽다"며 "더욱이 백화점 주차요원들이 백화점 이용차 우선으로 차량을 통제해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고 불평했다.

백화점 이용자들이 겪는 불편도 크다. 황유임(34) 씨는 "백화점까지 오는 시간을 빼고도 주차장 입구부터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기까지 30분이 훨씬 더 걸린다"며 "쇼핑한 물건 때문에 사실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어려운 만큼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매연, 소음공해'''삶의 질 반토막

교통 체증, 불법 주'정차로 빚어지는 이 일대 혼잡은 주변 사람들의 삶의 질마저 떨어뜨리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매일같이 공회전으로 인한 매연을 마셔야 하고 경적 소리에 시달리고 있다. 이영순(51) 신성미소시티 입주민대표회장은 "부녀회만 열리면 현대백화점에 대한 불만이 쏟아진다. 여러 번 백화점 측에 개선을 요구하고 항의도 해봤지만 나아지는 것이 없다"고 했다.

약령서문 인근 주민 박모(62) 씨는 "집앞에까지 불법 주차한 차 때문에 정작 (나는) 차 댈 곳이 없어 주변을 몇 바퀴나 돈 적도 있다"며 "현대백화점이 들어서고부터 겪는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했다.

특히 이 일대는 근대골목투어 코스인데도 불법 주차 차량과 좁아진 도로를 지나는 차들로 인해 걷기조차 어렵다. 자칫 차에 부딪치는 사고를 당할 수 있고, 잠시 머뭇거리기도 하면 비켜주지 않는다고 운전자가 경적을 울리는 통에 놀라기도 한다.

근대골목투어 한 문화해설사는 "초등학생들이 근대골목투어에 많이 참여하는데, 골목을 오가는 차 때문에 아이들이 다칠까 봐 마음을 졸여야 한다"며 "단체로 골목투어에 나설 때는 잔뜩 긴장한다"고 했다.

골목투어에 참여한 타지 사람들은 프로그램에는 만족감을 표시하지만, 길가에 줄지어 선 차들 때문에 무질서해 보일 뿐만 아니라 거리가 지저분해 보인다고 한마디씩 내뱉는다.

불법 주'정차 단속에 나서는 구청 직원들도 애를 먹기는 마찬가지. 중구청 교통과 관계자는 "주말에 단속을 나가면 중앙파출소 건너편을 시작으로 약령시 서문까지 불법주차가 양쪽으로 줄지어 있어 보통 50대가량을 단속한다"며 "끊임없이 단속을 해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고 했다.

현욱찬 염매시장상인회장은 "교통 혼잡 때문에 전통시장을 찾는 시민들이 보행권을 위협받고, 상인은 물건을 싣고 내릴 공간이 부족해지는 등 문제가 이만저만 아니다"고 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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