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9일, 대구시 달서구 송현동 서부정류장 부근에서 한 청년이 5만원권 160여 장을 뿌린 사건이 일어났다. 5분 만에 경찰이 출동했지만, 뿌린 돈은 이미 주변 사람들이 다 주워간 뒤였다. 이 사건은 한 정신 나간 청년의 치기 정도의 흥밋거리로 전국 언론에 보도됐다. 그러나 이 돈이 어떤 돈인지, 왜 뿌렸는지에 대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 돈은 청년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평생 고물상을 하면서 벌어 손자와 아들에게 남긴 것이었고, 이 청년이 고물상에서 일하며 받은 월급도 들어 있었다. 그리고 이 청년이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는 뒷이야기가 다시 언론 보도를 탔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이 사연과 함께 소유자가 직접 뿌렸기 때문에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주운 돈을 돌려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공식 SNS로 전했다. 사건이 일어난 이틀 만에 송현지구대를 통해 100만원이 돌아온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00만원이 돌아왔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힘을 보탰다. 권 시장은 "돈을 돌려주는 사람이 잇따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훈훈했다"며 "양심과 감동의 이 릴레이에 동참하고 싶다"는 편지와 함께 10만원을 동봉해 송현지구대로 보냈다. 현재 이 사건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대구 달서구 송현동 돈벼락 사건'으로 불리며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중이다. 여기에는 돈을 돌려준 사람은 물론, 대구를 칭찬하는 댓글이 많다. 반면, 그동안 여러 사건'사고로 좋지 않은 이름을 얻은 대구에서 다시 이상한 사건이 일어난 것을 비아냥거리거나,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지켜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사건은 아직 진행형이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 뿌린 금액의 딱 4분의 1만 돌아왔을 뿐이다. 이 '돌려주기'가 언제 끝날지, 얼마나 돌아올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물론, 800만원이 모두 돌아온다면 더없이 고맙고 기쁜 일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결과적인 금액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경계한다. 안타까운 사연을 알고, 여러 시민이 되돌려 주었다는 과정만으로도 매우 아름답다. 그리고 이 릴레이가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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