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사랑과 감동의 온기가 연말연시 대구를 따뜻하게 데우고 있다. 정신이상 증상을 보인 손자에 대한 고물상 할아버지의 걱정과 애정이 담긴 돈이 도심 거리에 뿌려진 안타까운 사연(본지 1월 2일 자 6면'12월 30일 자 4면 보도)이 소개되면서 온정의 손길이 잇따르고 있다.
주운 돈을 자발적으로 돌려주려는 시민들의 발길은 물론 이러한 사연에 감동을 받은 시민의 '온정 보태기' 행렬이 이어지면서 대구가 '양심 도시'를 넘어 '따뜻한 도시', '살맛 나는 도시'로 재평가받고 있다.
60대 남성이 3일 송현지구대를 찾아 지난달 29일 주운 돈 30만원을 전달했다. '양심 행렬'이 시작된 뒤 5번째다. 30대 남성이 지난달 31일 5만원권 20장을 돌려줬고, 40대 여성도 이날 15만원을 들고 지구대를 찾았다. 이달 2일엔 30대 남성과 60대 여성이 각각 50만원과 5만원을 돌려줬다. 전국의 주요 신문과 방송 등도 이 사연을 기사와 방송 소재로 다루면서 '대구의 살아 있는 양심'을 알렸다.
주운 돈을 돌려주는 분위기가 이어지기를 바라는 동시에 이러한 감동의 행렬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손길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5일 '대구가 자랑스럽다', '주운 돈 돌려주기 행렬에 간접적으로나마 동참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은 친필 편지에 10만원을 함께 넣은 서신을 송현지구대에 전달했다.
도심 거리에 돈이 뿌려진 사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지난달 29일 낮 12시 50분쯤 대구 달서구 송현동 서부정류장 앞 횡단보도에서 A(28) 씨가 보행자 신호에 맞춰 도로를 건너다 갑자기 5만원권 지폐를 뿌렸다. 많은 행인들이 영문도 모른 채 이 돈을 주워갔다. 하지만 이 돈이 A씨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고물상을 운영하면서 어렵게 번 돈이며, A씨에게 정신이상 증세가 있다는 사실이 신문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주운 돈을 돌려주려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 경찰도 이례적으로 이 사연을 경찰 공식 SNS에 소개하는 등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끌어내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사건 다음 날인 30일 대구청 공식 페이스북인 '대구경찰'을 통해 '돈을 가져간 사람을 처벌할 수는 없지만 할아버지가 아픈 손자에게 물려준 돈인 만큼 원주인에게 돌려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의 말을 남겼다.
경찰 관계자는 "이 글을 읽은 시민들 가운데 '좋아요'를 눌러 공감의 뜻을 표한 사람만 1천200명 가까이 되고, 80여 명이 댓글을 남기는 등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며 "양심 및 온정 행렬에 동참하시는 분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호준 기자 hoper@msnet.co.kr
김봄이 기자 bomf@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