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허긍열의 알프스 기행] 발므 언덕…눈의 마법 겨울 왕국

알프스에서 가장 눈 많은 곳…일년 절반 겨울인 산악도시

▲발므 고개 산장을 지나는 트레커. 트레커 앞에 프랑스와 스위스를 가르는 국경 표식석이 있고, 뒤로 저 멀리 몽블랑 산군이 펼쳐져 있으며 샤모니 계곡이 내려다보인다.
▲발므 고개 산장을 지나는 트레커. 트레커 앞에 프랑스와 스위스를 가르는 국경 표식석이 있고, 뒤로 저 멀리 몽블랑 산군이 펼쳐져 있으며 샤모니 계곡이 내려다보인다.
▲눈이 많이 내리는 투르 마을의 지붕에는 3, 4m나 눈이 쌓인다.
▲눈이 많이 내리는 투르 마을의 지붕에는 3, 4m나 눈이 쌓인다.

새해부터 프랑스 알프스 샤모니에서 활동하는 산악인 허긍열 씨의 '허긍열의 알프스 기행'을 연재합니다. 허긍열 씨는 성주 출신으로 한국산악회 소속 산악인입니다. 영남대학교 재학 시절 히말라야 참랑(7,319m)을 등정한 것을 시작으로, 1990년부터 2000년까지 알프스의 여러 봉우리와 북미 최고봉 매킨리(6,194m) 등을 순례했습니다. 2001년 이후 알프스 샤모니에 거주하면서 산악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번역서로 '창가방 그 빛나는 벽' '위험의 저편에' '세비지 아레나' 등이 있으며, 저서로 '알프스 알파인 등반' '몽블랑 익스프레스' '해골바위' '알프스에서 온 엽서' 시리즈와 사진집 '알프스 수평 파노라마의 세계' '알프스 수직 파노라마의 세계' 등이 있습니다.

반년 가까이 겨울이 지속되는 알프스, 겨울의 알프스는 백설이 승리하는 곳이다. 최고봉 몽블랑(Mont Blanc ·4,810m)이 있는 몽블랑 산군 또한 그러하다. 몽블랑 자락 북동 끄트머리에서 22㎞ 남서쪽으로 흘러내리는 샤모니 계곡은 겨우내 깊은 눈에 잠겨 있다. 세계적인 산악도시 샤모니(Cha monix·1,030m)는 등산과 스키의 메카로 수많은 마니아를 유혹하는데, 겨울철에는 스키어들이 특히 많이 찾는다. 샤모니를 관통해 흐르는 아르브 강의 원류는 몽블랑 산군 곳곳의 빙하들이지만 계곡 맨 윗마을 투르의 뒷산 격인 발므(Balme) 언덕이 아르브 강의 진정한 시원(始原)이 아닐까 싶다.

발므 언덕의 높이는 2,321m로 몽블랑에 비하면 결코 높지 않지만, 샤모니 계곡 맨 위에서 프랑스와 스위스의 국경을 이루며 단일 봉우리로서의 위엄을 당당히 갖추고 있다. 남쪽인 프랑스 땅에서 형성된 구름이 스위스로 넘어가기 전에 많은 눈을 뿌리기에 이곳은 알프스에서 가장 눈이 많이 내리는 곳 중 하나다. 그래서 이곳은 스키장으로도 유명하며 한겨울에도 설피 등을 신은 많은 트레커들이 백설의 세계를 찾아온다.

발므 언덕의 산행 출발지는 투르 마을(Tour·1,453m)이 좋다. 스위스 국경이 가까운 발로신 마을(Vallorci ne·1,260m)에서 출발할 수도 있지만 전망이 이보다 못하다. 스키에 능숙한 이들은 산악스키를, 아니면 설피를 이용하여 투르 마을에서 스키장으로 이어진 슬로프를 따라 오르면 된다. 중간 리프트 역인 샤라미용(Charamil lon·1,912m)까지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으며 이곳 휴게소에서 차 한잔 마시고 발므 고개 산장(2,191m)으로 오른다.

길은 두세 갈래가 있는데, 슬로프 한쪽 가장자리를 따라 오르기도 하고 슬로프가 없는 맨 우측 능선으로 오르면 호젓한 눈 산행을 할 수 있다. 한 시간 반이면 발므 고개 산장에 충분히 닿을 수 있다. 맨 상단 리프트 역에서 갈 경우 북측으로 난 평탄한 길을 20분 정도 걸으면 된다. 칠십 넘은 노부부가 손자와 운영하는 산장에서 점심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산장의 주 메뉴는 스테이크와 치즈 요리다. 겨울산장에서 마시는 한잔의 커피도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산장에서 발므 언덕 정상은 30분 걸리는데, 크로와 더 페르(Croix de Fer·2,343m) 쪽으로 오를 수도 있고 곧장 오를 수도 있다. 눈밭을 헤쳐 정상에 서면 몽블랑 산군과 그 아래 펼쳐진 샤모니 계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반대편으로는 스위스의 에모송 댐이나 마르티니 쪽이 눈에 훤히 들어온다. 나무라곤 하나 없는 발므 언덕 주변은 온통 눈밭이지만 한여름에는 녹색의 알파인 풀밭이 펼쳐진다. 풀밭 곳곳에는 소들이 트레커들을 멀뚱히 지켜보는 가운데, 종종 산악자전거를 탄 이들이 쏜살같이 언덕을 달려 내려간다. 그리고 패러글라이더들도 이 언덕에서 하늘로 떠올라 샤모니 계곡으로 날아간다. 발므는 이처럼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알파인 언덕이다.

하산은 서쪽으로 잡는다. 200m 정도 내려가면 프랑스와 스위스의 국경 경계비가 있다. 1738년에 세워진 이 비석은 숱한 눈보라에도 몇백 년의 세월을 굳건히 견디고 있다. 이쪽에서 발므 산장으로 국경선이 이어지지만 누구나 자유롭게 넘나든다. 이제 슬로프를 끼고 포제트 고개(Col de Posette·1,997m)로 내려간다. 여기서 발로신으로 내려가 산악열차 몽블랑 익스프레스를 타고 샤모니로 갈 수도 있으며, 중간 리프트 역으로 다시 가도 된다. 하산길이 지겨우면 리프트를 탄다. 때론 3, 4m나 되는 눈을 지붕에 이고 있는 투르 마을을 둘러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마을에서 유일한 카페에서 따뜻한 뱅쇼(포도주에 계피와 오렌지 등을 넣어 끓인 술) 한잔으로 몸을 녹이면 눈길을 걸은 피로가 기분 좋게 사라진다.

<알피니스트·프랑스 샤모니 거주 vallot@naver.com>

★TIP: 제네바 공항-샤모니-투르 이동

산행안내 : 제네바 공항에서 샤모니까지 차량으로 한 시간 걸리며 샤모니에서 투르 마을은 20분이면 된다. 샤모니와 투르를 오가는 버스가 자주 왕래하며 열차를 이용해 몽록까지 가 10분 걸어도 된다. 준비물로는 방한복 및 방한모, 장갑 등 겨울철 산행 복장과 선글라스, 중등산화, 그리고 설피 또는 산악스키가 필요하다. 샤모니 시내의 장비점에서 각종 장비를 대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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