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한 작은 거인(巨人) 덩샤오핑(鄧小平). 흰 고양이면 어떻고, 검은 고양이면 어떤가? 고양이는 쥐만 잘 잡으면 제격이라고 했다. 이웃 중국은 이렇게 생각 하나 바꿈으로써 거대한 식구(食口)의 문제를 단숨에 해결했을 뿐 아니라 주변 아시아를 호령하는 지경을 넘어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어느덧 G2 국가가 되었다고들 혼비백산하며 대책을 궁리하고 있지만, 조만간 G1 위치에 오르는 그날도 상상하기 어렵지 않은 게 현실이 되어 버렸다.
중국의 경제가 가지는 영향력은 막강하고도 장대하다. 어저께 언론에서만도 중국의 경제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아 세계 경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고, 덩달아 세계 유가가 하락하지를 않나, 미국 증시까지도 하향하는 세상이 되었다.
실증적인 예시를 멀리서 찾을 것도 없겠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가진 우리 대한민국의 대중(對中) 교역량이 대미(對美) 교역량과 대일(對日) 교역량을 합친 것보다 어느새 많아졌다니 어디 쉽게 믿기는 일인가! 대한민국 경제의 대중(對中) 의존도가 느낄 새도 없이 경기(驚氣) 들 만큼 커져 버린 것이다.
그러면, 중국의 장대함은 또 무엇일까? 세상은 목하 유라시아(Eurasia)의 통합을 화두(話頭)로 잰걸음을 하고 있는데, 중국만은 '일대일로'(一帶一路)의 구상으로 옛 실크로드의 위대한 부활을 겨냥하고 있음을 본다. 세상의 모든 물류와 경제권(經濟圈)을 아우르겠다는 포부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 추진에 있어서도 거침이 없음을 본다. 특히 천산과 파미르고원을 가로지르는 실크로드 경제벨트의 창설을 밀어붙이는 열의와 속도는 애살 많은 우리 한민족에게는 너무나 부러울 수밖에 없다. 일찌감치 제창한 선부론(先富論)으로 동남연해를 '세계의 공장'으로 융기시켜 놓고서, 이제는 서부내륙지방의 개발을 중앙아시아 경제권과 연계하여 그 옛날 세상을 수놓았던 비단길의 중심자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 아니고 무엇이랴!
우리의 동맹, 미국의 아시아중시정책(Pivot to Asia)이 전략적 인내로 시들어갈 때, 신동방정책(New East Asia Policy)으로 극동 접근에 열 올리는 러시아는 또 어떤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대서방 관계가 악화 일로에 있는 바람에 '러시아의 우방이지만 여전히 위협적인 중국'과 밀월관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러시아의 탈(脫)유럽 움직임이라는 천우신조(天佑神助)의 기회를 맞고 있는 게다.
지난 10여 년 전부터 남-북-러 3각 협력사업의 하나로 극동시베리아-한반도 연결 가스관 사업이 우리 민족에게 주어졌었지만, 남북은 성공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왔고, 이 틈에 중국은 한반도 대신에 중국 동북지역으로 가스의 길을 내자고 공들이며 졸라댔으며, 마침내 그 뜻을 이루었으니, 지난 5월에 4천억달러 규모의 가스 공급 계약(연간 380억㎥, 30년간 공급)을 성사시키며 쾌재를 부르는 모습을 우리는 눈 둥그레 뜨고서 목격해야만 했다.
한반도로서는 장차 에너지 안보까지도 확보하며 우리의 지정학적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세기적인 기회를 놓친 셈이다. 이제 중국은 더 강해졌지만, 러시아는 그럼에도 경제적으로 서방의 경제 제재와 유가 하락의 직격탄으로 루블화가 붕괴되는 등, 앞날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중국은 미일(美日) 주도하에 운용되어 온 국제금융 시스템에 반기를 들며, BRICs 국가 간 신개발은행(NDB)의 창립과 병행하여 아시아 제국(諸國) 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새로운 개발은행들의 필요성은 국제 금융조직에서도 인정하고 있으며, 규모경제의 대한민국으로서도 당연히 참여하라고 채근을 당하고 있는 오늘이다. 우리에게는 세계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항상 인근에서 긴밀히 작동하는 게 아닌가.
우리는 너나없이 집안일에 매몰되어 주변의 큰 소용돌이에 대해서는 너무 방심하는 게 아닌가 싶다. 강공으로 국정을 경영하는 주변은 이렇게도 변화무쌍한데 말이다.
2015 을미년(乙未年), 청양(靑羊)의 해라고 한다. 푸른 양같이 항상 새롭고 젊은 기운으로 변화를 모색하면 또 다른 대성(大成)의 시간이 아니 될까!
전대완/계명대 특임교수· 전 우즈베키스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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