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석양 어스름 수놓는 철새들의 군무·노래…겨울 풍광에 홀리다

창원 주남저수지 탐조 여행

새들의 은신처이자 쉼터인 동판저수지는 주남저수지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새들의 은신처이자 쉼터인 동판저수지는 주남저수지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탐조 망원경을 이용하면 철새들의 몸짓을 더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탐조 망원경을 이용하면 철새들의 몸짓을 더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시베리아에서 부는 찬바람에 몸을 싣고 남하한 철새가 지친 날개를 접고 숨을 고르기 위해 한반도 곳곳에 둥지를 틀었다. 새는 살아서 움직이는 자연이다. 수많은 철새가 일사불란하게 무리지어 비행하는 광경은 어떤 자연풍광보다 아름답고 경이롭다. 요즘 창원 주남저수지에 가면 이런 철새들의 소리로 시끄럽다. 주남저수지로 탐조(探鳥) 여행을 떠난다.

◆철새가 노니는 아름다운 저수지

주남저수지는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과 대산면에 걸쳐 있다. 주남저수지는 주남과 동판, 산남 등의 세 곳을 모두 아우르는 지명이다. 주남이 가장 크고, 동판이 그다음으로 크다. 물길을 통해 연결된 세 저수지는 하나의 습지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저마다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메인 저수지 격인 주남저수지는 철새들의 집합소다. 10월 중순부터 고니를 비롯해 두루미, 가창오리, 노랑부리저어새 등 수만 마리의 철새들이 이곳을 찾는다. 동판저수지는 주남저수지에서 부지런히 먹이활동을 한 철새들이 잠시 쉬거나 잠을 청하기 위해 찾는 곳이다. 반면 산남저수지는 민가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유일하게 강태공들의 접근이 허용되는 곳이다.

◆인간'철새가 공존하는 주남저수지

주남저수지는 탐조여행을 즐기기에 좋은 조건을 갖췄다. 고속도로와 국도에 인접해 있어 찾아가기 쉽고, 새들과 거리도 멀지 않아 관찰하기도 좋다. 둑 위에는 망원경이 곳곳에 설치돼 있어 철새들을 관찰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새들도 사람들이 익숙해 쉽게 놀라거나 경계하지도 않는다.

주남저수지에서 철새를 관찰하기 가장 좋은 곳은 전망대가 있는 둑길이다. 갈대 사이로 저수지를 들여다보면 철새들로 가득하다. 대부분의 겨울 산야가 생기를 잃고 황량하지만 주남저수지는 겨울답지 않게 생동감이 넘친다. 우아하게 날개를 너울거리는 두루미를 비롯해 옹기종기 무리를 지어 수면을 미끄러지는 물닭, 쇠물닭, 흰뺨검둥오리 등을 맨눈으로도 볼 수 있다. 이리저리 물을 튕기며 앞서 달려가고 뒤에서 붙잡으러 따라가는 새들의 모습이 천진난만해 보인다.

주남저수지 둑길에 설치된 3층 높이의 탐조대에 오르면 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쌍안경을 이용하면 철새의 몸짓을 더욱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물풀이 많은 곳에는 쇠오리, 물닭, 청둥오리, 흰죽지, 댕기흰죽지, 가창오리, 고니, 고방오리, 흰뺨검둥오리 등이 먹이활동에 분주하다. 고니는 먹잇감을 찾기 위해 물속으로 머리를 처박는다. 자연히 다리가 위로 올라간다. 물닭은 아예 물속으로 잠수한다.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이 따로 없다. 길게는 30초 정도 잠수할 수 있다고 한다.

부산 반여동에서 부모와 함께 철새를 보러왔다는 박세민(10) 군은 "새가 물 위에 떠 있는 것도 신기하지만 자맥질을 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다"며 "다리를 하늘로 올리고 먹잇감을 찾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며 새들의 물놀이에 넋을 잃었다.

주남저수지의 겨울은 재두루미가 있어 아름답다. 아름다운 비행을 펼치며 탐조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재두루미는 주남저수지의 슈퍼모델이다. '뚜루루, 뚜루루' 경쾌한 울음소리가 저수지 전체에 울려 퍼지고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날아드는 재두루미는 단연 인기 짱이다. 현재 주남저수지에는 100~200마리의 재두루미가 화려한 춤과 아름다운 목소리로 겨울콘서트를 벌이고 있다. 재두루미 탐조 포인트는 들녘에서 먹이를 먹고 저수지로 돌아오는 녀석들이다. 논에서 한가롭게 먹이를 먹던 재두루미가 서서히 하늘로 날아오른다. 파란 하늘 위로 자유롭게 비행하는 재두루미의 자태는 이곳을 찾은 탐조객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사진작가들은 재두루미의 아름다운 비행을 놓칠세라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그 가운데 흑두루미 한 쌍이 보인다. 좀처럼 보기 힘든 철새다. 생태가이드 강혜숙 씨는 "흑두루미는 보통 전남 순천만으로 바로 가는데 어린 새라 길을 잃어 이곳에 내려앉은 것 같다"며 "하루 한두 번 눈에 띈다"고 했다.

◆철새들의 쉼터 '동판저수지'

주남저수지에 해가 떨어지면 철새들은 옆 동판저수지로 몸을 숨긴다. 동판저수지는 은밀하고 고요한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 주변 시야가 트인 주남저수지가 철새들의 활동 공간이라면 동판저수지는 은신처다. 먹잇감도 풍부해 왕버들과 풀 속 곳곳에 새들이 숨어 있다. 경계심이 많은 기러기 한 마리가 인기척에 놀라 푸드덕 날아오른다. 뒤이어 꽁무니를 치켜들고 자맥질을 하던 청둥오리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물고기를 낚던 고방오리도 덩달아 수면을 박차고 날아오른다. 행동이 가장 느린 녀석은 큰고니다. 몸이 워낙 커 한번에 날아오르지 못한다. 수면을 20~30m쯤 달리다 겨우 추진력을 얻어 비상하는 모습은 작은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 같다. 해가 질 무렵, 왕버들과 새가 어우러져 '어스름 풍광'이 연출된다. 그때 사진 촬영하면 된다.

◆람사르문화관'생태학습관

주남저수지 옆에 람사르문화관과 생태학습관이 있다. 람사르 문화관은 2008년 창원에서 개최된 람사르 총회를 기념하고 '습지를 보전하자'는 람사르 정신을 확산시키기 위해 설립한 문화관이다. 1층에는 람사르 협약의 철학과 내용, 세계의 람사르 습지 분포 등에 관한 전시물이 있는 습지문화실이 있다. 2층에는 습지 관련 책자와 정보를 볼 수 있는 습지체험실과 주남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에코전망대, 휴식 공간 등이 갖춰져 있다. 람사르문화관 옆에는 주남저수지의 철새, 수생식물, 습지 어류, 주남의 사계를 주제로 하는 생태학습관이 있다. 생태학습관에서는 신분증을 제시하면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해준다.

◇대구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를 타고 창원 방면으로 가다 남해고속도로를 거쳐 동창원IC로 빠져나온다. 국도를 타고 창원 방면으로 잠시 가다 보면 동읍삼거리가 나오고 우회전하면 주남저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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