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우리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겪은 한 아버지의 이야기라기에 개봉 전부터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던 영화. 나 역시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아버지가 지녀야 할 의무와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울 때도 많았던 만큼, 솔직히 '그래, 나도 아버지다. 그러니 나도 좀 어루만져 줘!'라며 그 영화를 통해 위로받고 싶은 마음 또한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엔딩 자막이 오르는 동안, 적절한 애피소드와 편집의 묘미로 살려낸 화면의 맛깔스러움, 요소요소에 섞여 있던 웃음 코드와 코끝의 시큰거림은 담배연기처럼 허무하게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나에게 덩그러니 던져진 당혹스럽고도 불편한 몇 가지 질문들. 아, 영화 속에서 내가 기대했었던, 내가 진짜로 보고 싶어했던 그 아버지는 어디에 있었지? 아, 이거… 내가 낚인 건가?
사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우리 시대가 만들어 가야 할 진정한 아버지의 상, 내가 위로받으며 좇아갈 수 있는 인생의 선배를 찾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지나친 기대였나? '진정으로' 평범하지만, '진정으로' 평범하지 않은, 나의 히어로, 나의 아버지. 척박하고 어지러운 21세기 현실의 길잡이가 되어 줄 그의 출연을 목말라한 나의 과욕이었나?
돌이켜보면 위압과 권위의 상징이었던 아버지, 하지만 이제 당신이 감당했던 그 삶의 무게에 몸을 내어주며 세월의 무상함을 이겨내지는 못해 연로해진 그의 가슴 저린 쓸쓸함에 대한 보상으로, 나는 다시 한 번 나의 아버지를 나의 캡틴으로 인정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장 평범한 아버지의 가장 위대한 이야기'라는 홍보용 카피와는 달리 영화 속 아버지는 평범하지가 않았다. 6'25전쟁과 파독광부, 월남파병, 이산가족찾기와 같은 굵직굵직한 우리의 현대사들을 아주 특별하게 마주하며 겪은 가장으로서의 아버지. 이 역사적인 아버지를 나의 개인적 아버지로 동일시하기를 요구하는 것이 어쩌면 이 영화의 이데올로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저 역사적 표상으로만 떠도는 이 아버지의 이야기를 현실적인 우리의 모든 아버지들의 이야기로 읽어야만 하는 모순. 이것이 이 영화에 대한 나의 당혹스러움과 불편함의 근원이자 눈물만 있고 감동이 없었던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하자. 그 시절을 굳세게 살아온 우리들 아버지의 삶의 역경과 그 힘겨웠음을. 그리고 조금만 더 나아가서 이해하려 한다. 영화 '국제시장'에서는 소외되었을지라도, 항상 그 아버지와 함께하며 힘들었을 그의 아들과, 딸, 그리고 어머니의 고통까지도. 그래서 나는 새삼 깨닫게 된다. 나의 캡틴의 자리에 휴머니티한 나의 아버지를 돌려놓으려는 욕망, 이것이 어쩌면 개봉되기 전부터 만들어진 이 영화에 대한 나의 이데올로기였는지도 모른다고.이성호(문화기획자)
댓글 많은 뉴스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