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년 양띠해를 맞아 양 그림으로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문상직 작가가 17일(토)까지 갤러리제이원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20년 이상 양 그림만 그리고 있는 문 작가는 한 가지 주제에 천착하는 작업 스타일을 갖고 있다. 그는 1985년 '해바라기' 시리즈를 시작으로 1987년 '수녀' 시리즈, 1989년 '소녀' 시리즈를 선보였다. 그리고 1990년대 시작한 '양' 시리즈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문 작가의 아이콘이 되어 버린 '양' 시리즈가 우연하게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양' 시리즈는 선산 도리사 능선에서 바라본 풍경이 계기가 된다. 당시 가는 빗발 사이로 멀리 낙동강이 흐르고 들판에는 한 무리의 양떼가 모여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작가가 본 것은 양떼가 아니라 비닐하우스였다. 착시현상이 문 작가의 작품 세계를 바꾼 결정적인 단초가 된 셈이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기억의 힘'이다. 문 작가는 인상적인 장면을 스케치하는 대신 마음속에 저장해 두고 오랫동안 작품의 에너지로 활용한다. 그는 스케치를 해 두었다면 풍부한 느낌을 지속적으로 작품 속에 녹여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양 그림도 마찬가지다. 그림 속 양은 현실의 양이 아니라 일종의 심상이다. 그는 평화로운 자연을 배경으로 한가로이 노니는 양떼를 내면으로 끌어들여 심상 풍경으로 변주해 보여준다. 그래서 작품 속 양은 암수 구별이 없는 두루뭉술한 모습을 하고 있다.
문 작가의 감성과 상상력이 더해진 양 그림은 양의 군집 상태나 배경 풍경에 따라 표정이 사뭇 달라진다. 이는 문 작가가 양의 형태보다 전체적인 배치와 흐름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작품이 갖는 정적인 아름다움은 산과 양떼가 빚어내는 안정감 있는 구도에서 찾을 수 있다. 문 작가는 화면 위쪽은 밝게 처리하고 아래쪽은 채도를 높임으로써 그림의 조형미를 한층 견고하게 구축한다. 여기에 구도의 명당자리에 양떼를 배치함으로써 안정감을 강화한다.
문 작가의 작품에서 특별히 강조되는 것은 자연 친화적 요소다. 작품 속 양은 화면에서 돌출하는 법이 없다. 자연의 일부로 대자연의 품에 포근히 안겨 있는 듯 자리하고 있다. 무리지어 다니면서도 주변의 흐름을 거역하지 않는 양의 모습은 선경(仙境)을 은유한다. 나아가 이웃을 발견하고 이웃과 어깨를 맞대며 살아가는 온화한 인간 세상의 모습도 담겨 있다.
문 작가의 작품은 단순한 동물화가 아니다. 이면에는 형상을 압도하는 형이상학적 영감이 살아 있다. 문 작가가 자연에 순응하는 심적 태도를 견지하면서 마음의 평정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미적 체험을 그림에 투영시키기 때문이다. 황혼녘인 듯, 새벽 안갯속인 듯 신비한 풍경은 동양화의 여백처럼 보는 이를 명상의 세계로 이끈다. 053)252-0614.
댓글 많은 뉴스
[단독] '애국가 부른게 죄?' 이철우 지사,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돼
여권 잠룡 홍준표·한동훈·오세훈, "尹 구속 취소 환영·당연"
이재명 "검찰이 산수 잘못 했다고 헌정파괴 사실 없어지지 않아"
민주당 "검찰총장, 시간 허비하며 '尹 석방기도' 의심돼"
홍준표 "尹탄핵 기각되면 혼란, 인용되면 전쟁…혼란이 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