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단말기 유통 질서를 바로잡아 통신 소비자 권리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8일로 시행 100일째를 맞는다.
단통법 시행 초기 단말기 구매자들이 받는 지원금이 줄어들어 전 국민을 '호갱'(호구+고객)으로 만든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정부 내에서는 초기 여러 부작용에도 제도가 비교적 빠르게 정착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위축됐던 소비 심리 3개월 만에 '회복'
단통법 시행 뒤 푹 꺼졌던 단말기 유통시장은 3개월 만에 되살아났다.
법 시행 첫 달 시장은 급격한 침체를 면치 못했지만, 이후 신규 가입자가 늘기 시작해 석 달 만인 연말에는 오히려 평균 수준을 웃돌았다.
6일 미래창조과학부 등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첫 달인 10월 하루평균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3만6천935명으로 같은 해 1∼9월 일평균 가입자 수인 5만8천363명을 한참이나 밑돌았다. 1∼9월 평균을 100%로 잡았을 때 10월에는 63.3%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11월 일평균 가입자 수는 5만4천957명으로 늘며 94.2% 수준으로 올라섰고, 12월에는 6만570명으로 103.8%를 기록했다.
단통법으로 신규나 번호이동, 기기변경 등 가입 유형에 따른 지원금 차별이 사라지면서 가입자 중 번호이동 비중은 감소(1∼9월 38.9%→12월 29.7%)하는 대신 기기변경 비중은 증가(26.2→41%)했다는 게 미래부의 설명이다.
보조금이 요금제에 비례해 차등 지원되면서 고가 요금제 대신 중저가 요금제 가입이 늘어나는 '알뜰 소비' 패턴이 연출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석 달간 중저가 요금제와 고가 요금제의 곡선이 교차하면서 이용자가 가입한 요금제의 평균 수준도 낮아져 단통법 직전 3개월 4만5천원이었던 평균 요금이 12월에는 3만9천원으로 14.3%(6천448원)가 떨어졌다. 미래부는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높은 지원금을 미끼로 고가 요금제에 가입시켜 최소 3개월 이상 유지하게 하는 행위가 금지되면서 소비자가 가입 때부터 자신에게 맞는 요금제를 선택하게 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단통법 제도 보완 목소리 높아
정부는 단통법 시행으로 불법 보조금이 판쳤던 고질적인 유통 관행이 요금 인하와 서비스 경쟁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직면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경쟁 초점이 불법 지원금이 아닌 차별화된 요금'서비스로 바뀌고, 단말기 제조사 간 경쟁을 촉발시켜 출고가가 내려가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실제로 법 시행 석 달간 이통 3사에서 파는 31종의 단말기 출고가가 인하됐다. 여기에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를 겨냥한 '중저가 단말기'도 잇따라 출시돼 여타 단말기 출고가 인하에도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단말기 구입에 나선 이용자 사이에서는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으면 최신 단말기 구입이 어렵다며 달라지지 않은 판매 관행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통사 지원금 수준이 낮아지다 보니 가격대가 비싼 최신 단말기는 아예 구매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불법 보조금 근절과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위해 추진됐던 분리공시제(보조금을 구성하는 이통사 지원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나눠 알리는 제도)가 법 시행을 앞두고 무산되면서 반쪽짜리 법이 됐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이용구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 이사는 "'아이폰6 보조금 대란'은 소비자나 판매자 간 신뢰가 제대로 서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났던 일로 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일이 있은 뒤로 시장에서 서로 간 신뢰를 찾아가고 있고, 시장도 장기적으로는 안정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최병고 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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