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친박·비박 전쟁… TK, 등 터질라

계파 갈등 19대 총선 전 닮은꼴…'물갈이론' '친박 희생론' 악몽

박근혜정부의 집권 3년차, 여당 내 계파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명박정부 3년차 세종시 수정안 정국에서 친이와 친박이 맞섰던 때와 오버랩된다. 김무성 대표가 중심인 비박계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맏형격인 친박계의 전면전에 대구경북(TK) 정치권이 전전긍긍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당이 계파 갈등으로 쑥대밭이 되면 총선 직전 쇄신과 개혁 바람이 분다. 이것은 공식"이라며 "19대 총선 직전 상황처럼 새누리당의 최대 지지기반이자 텃밭인 대구경북에서부터 물갈이론이 촉발된다. 정치적 위상에 큰 금이 간 19대 국회보다 더 추락하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누리당은 위기 상황에서 항상 대구경북의 희생을 강요해 왔다. 당의 존재기반에서부터 쇄신해야 한다는 명분 찾기에 좋고, 물갈이를 해도 당선 확률이 높아 개혁 대상지역으로 손색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TK를 주머니 공깃돌 만지듯 했다.

여권 내 최근의 기류는 2012년 총선을 몇 개월 앞둔 2011년 말과 흡사하다. 친이계를 대표하는 홍준표 당시 대표와 친박 대표인 유승민 최고위원은 현안마다 입장차가 커 부딪쳤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박원순 후보에게 패한 책임론에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돈봉투 사건이 겹치면서 유승민'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이 동반 사퇴했다. 지도부가 흔들리자 홍 대표도 물러났다. 비상대책위가 꾸려졌다. "이대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던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은 'TK 물갈이론' '친박 희생론' 깃발을 들고 표심에 호소했다.

최근의 계파 갈등이 당시와 비슷하게 흐르고 있어 대구경북이 또 희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지역의 중진 의원은 "19대 때 부산은 삼선 이상 중진 4명, 재선 6명, 초선 4명을 당선시켜 정치적 안정감을 꾀했다. 대구는 새누리당 후보가 모조리 당선됐지만 삼선 이상 4명, 재선 1명, 초선 7명으로 18대 국회보다 선수(選數)에서 크게 밀렸다. PK(부산경남)가 뜨고 TK가 꺼진 가장 큰 이유"라며 "선출직인 당 정책위의장을 빼고 임명직 당직에 TK 정치인을 찾아보기 힘든 것도 이런 탓이 큰데, 또 여권 내 계파 마찰이 빚어지면 우리에게 불똥이 또 튀게 된다"고 걱정했다.

계파 마찰이 첨예화하는 시점에선 정치인의 소신 있는 행동도 빛을 잃는다. 그 소신이 김무성 편이냐, 서청원 편이냐는 식의 줄세우기로 해석되는 것이다. 현안마다 선택을 강요받을 수도 있다.

여권 내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원망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연말 박 대통령이 친박계 중진 7명과 회동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대통령으로서 적절한 행동이었느냐"는 말을 낳았다. 이에 자극을 받은 듯 비박계 일부인 친이계는 7일과 15일 만찬, 오찬 회동을 계획했다. 새해 첫날인 1일 이명박 정부에서 일한 측근들이 이 전 대통령의 자택을 방문하기도 했다. 두 계파가 전면전 태세를 위한 일종의 전략 찾기에 골몰하는 모습에서 갈등이 지금보다 더욱 거세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서상현 기자 subo801@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