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언론을 향한 칼을 거두시라'

전 세계의 민주화와 자유 수호, 민주주의와 인권 옹호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미국의 보수 성향 단체인 프리덤하우스에서 발표한 '2014년 언론자유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언론자유 지수가 지난해보다 4단계 떨어진 68위를 차지했다. 이 단체는 대한민국이 정치적 권리 평가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하면서 한국을 부분적 언론자유가 있는 나라로 진단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집권 2년 만에 30%대로 떨어져 주목을 받고 있는데, 지지율이 이렇게 급락한 이유는 아무래도 청와대 문건 사건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민심 이반이 심화되는 표면적인 요소야 문건 유출이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사건에 대응하는 청와대의 자세와 처리 방식이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분노케 하는 데 있다.

박 대통령 자신과 참모진들은 지난 2년 동안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해 왔는데 '찌라시'에 불과한 이야기들이 온 나라를 혼란스럽게 한다고 질타했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통령이 된다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온몸을 바치겠다고 공약했는데,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 민초들도 자영업을 하든 직장에 다니든 결코 만만치 않은 현실에 부딪히며 가정을 꾸려가느라 밤잠 못 자며 혼신을 다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런데 권력의 최정점에 서 있는 자기들만 애국하는 것처럼 말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또 하나 지적할 수밖에 없는 것은 문건 유출과 관련된 이들이 검찰에 출석할 때다. 누구는 검색대를 통과해 들어가고, 누구는 그냥 들어가고, 더 나아가 공개 출석하는 자가 있고, 비공개 출석하는 자로 구분된 이 양태를 바라보며 우리 국민들의 마음은 찢어질 대로 찢어진다. 박 대통령이 그렇게 강조한 원칙과 신뢰는 어디로 갔는지 심한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박 대통령은 이번 일에는 언론의 잘못과 책임이 크다고 일갈했다.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박근혜정부가 들어서고 집권 2년 동안 언론사를 상대로 한 고소와 소송이 무려 10건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며칠 전 모 언론사를 상대로 청와대가 고소한 명예훼손 사건이 무죄 선고를 받았는데, 때마침 국제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는 "한국 정부는 명예훼손법으로 언론을 탄압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국제언론감시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도 2014년도 대한민국의 언론자유 지수가 '57위'라고 밝히면서 이는 지난해보다 7단계나 하락한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공직자는 늘 감시와 비판의 대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언론의 보도가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일부 사실과 다르더라도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학계의 이론이고 법원의 일관된 판례이다. 홍준표 경남지사도 종편에 출연해 정윤회와 3인방 비선실세 논란은 언론사를 고소할 일이 아니라 김기춘 비서실장이 청와대 안에서 규명하고 정리할 문제였다고 했다.

박근혜정부가 명심해야 할 것은 앞으로 남은 3년 임기 내내 소통 부재와 언론을 향한 고소의 악순환이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 정부는 무엇보다 언론이 여론을 호도한다는 불신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언론의 일방적인 보도에 현혹될 것이라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우리 민초들이 정부와 언론 사이에서 가장 현명하고 지혜로운 선택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언론을 향한 칼을 거두고 국민행복과 경제부흥이라는 이 정부가 애초 세웠던 국정 기조를 창조적으로 추진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김휘수/대구애락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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