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산업화를 주도하며 영남 경제권을 일으켰던 '경부(京釜) 수출축'이 무너지고 있다. 수출 웅도였던 경북의 수출 실적이 끝없이 추락하며 회복세를 나타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경남의 수출도 3년 전부터 곤두박질을 치고 있는 것이다. 든든한 제조업 체계를 갖추며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해왔던 영남권 경제의 하락세는 '지방 몰락'에 대한 심각한 우려로 다가오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국 시'도별 수출 실적은 경기도가 1천10억달러로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2위 울산(857억달러) ▷3위 충남(595억달러) ▷4위 서울(572억달러) ▷5위 경북(473억달러) ▷6위 경남(459억달러) 순으로 집계됐다.
경북은 2006년까지만 해도 전국 시'도별 수출 실적에서 부동의 3위를 지켜왔으나 2007년과 2008년 4위로 밀려난 데 이어 2009년 5위, 2010~2012년 6위를 기록했다. 지난해부터는 경남의 수출 실적이 큰 폭으로 추락한 탓에 그나마 5위로 올라섰다.
경남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수출 호조세로 경북을 제치고 줄곧 3위 자리를 지켜 왔으나 2012년에는 5위를 기록하는 등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2013년과 지난해 6위로 추락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대전은 지난해 433억달러의 실적을 기록하며 경남북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는 것. 대전충남이 '수도권화'하면서 수출 제조업체가 갈수록 느는 때문이다.
더욱이 공장용지 부족으로 제조업체 숫자가 적을 수밖에 없는 서울도 2012년부터 4위에 오른 뒤 지난해까지 4위 자리를 고수, 우리나라 경제 지배구도가 갈수록 '수도권화'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기도는 LG'삼성을 중심으로 대기업들이 몰려들고 있으며, 충남은 아산'천안권에 삼성전자 LCD사업장 등 기업들이 집중되고 있다. 수출 실적이 늘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경북의 경우, 수출에서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구미권 수출이 10년째 정체 현상을 보이는데다 수출 실적을 올릴만한 대기업 유치가 별로 없어 수출 실적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구미 수출 실적은 2005년 305억달러로 300억달러를 처음 넘긴 후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해는 330억달러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등 10년째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구미의 전국 대비 수출 비중은 2005년 10.7%에서 9.4%(2007년), 8%(2009년), 6.0%(2010년)로 하락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5.7%로 추락했다. 한때 내륙 최대의 수출 도시라는 자부심은 온데간데없고, 갈수록 쪼그라드는 수출 비중만 남은 셈이다.
구미의 수출 감소는 주력 품종인 휴대전화'LCD'모니터 등 전자제품 수출이 매년 감소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LG디스플레이 등 구미의 삼성, LG 계열사들은 최근 수도권 및 해외사업장의 생산 비중을 계속 늘려 구미지역의 생산 물량은 그만큼 매년 줄고 있다. 한편 구미의 경북도내 수출 비중은 2013년 68%, 올해는 63% 등으로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경남의 수출 저조는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선박과 건설 중장비 수출이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경남 수출에서 선박이 차지하는 비중은 43%나 된다.
구미지역의 경제 지원기관 및 전문가들은 "기업 투자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경남북 등 지방의 수출 실적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더 이상 지방 수출 제조업체의 위축 현상을 외면해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구미 이창희 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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