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58세인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인 L사에 입사해 근무하던 중 우리나라에 외환위기가 불어닥쳤습니다. 당시 회사 구조조정으로 입사 15년 차인 40대 초반에 퇴직했고, L사의 납품업체인 중소기업에 재취업해 16년간 근무하다가 불황으로 지난달 퇴직했습니다. 월급으로 가족 생계와 자녀 뒷바라지에 대부분을 쓰고도 모자라는 형편이어서 둘째는 학자금 대출을 받아 간신히 대학을 졸업시켰습니다. 현재 제가 사는 아파트는 억척스런 아내를 만난 덕분에 빚 없이 마련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녀는 둘인데 미혼이라서 결혼도 시켜야 하고, 은퇴자금도 준비해야 하는데 막상 퇴직하고 보니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때 겪은 시련을 극복해온 경험이 있음에도 그때와는 달리 재취업에 대한 자신감이 없습니다. 앞으로 남은 인생 30~40년간의 노후생활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하면 가슴만 답답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해법] 당신이 하는 고민은 혼자만의 고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대다수 은퇴자의 고민이라 할 수 있지요. 생애 주기를 볼 때 20~30년을 모은 자금으로 남은 삶 30~40년을 살아가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고령자 통계'를 볼까요. 55~79세 인구 1천137만 명 중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기초노령연금, 개인연금 등 공적연금 및 사적 연금을 수령한 사람은 519만8천 명으로 전체의 45.7% 수준입니다. 절반 이상이 어떤 형태로든 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죠. 65세 이상 가구주 중에서 노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가구주는 44.8%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여성 가구주의 노후 준비율은 25.7%에 그쳐 더욱 심각한 수준입니다.
우리는 이 통계 자료를 통해 대다수의 국민은 은퇴 시점까지 마련한 은퇴자금으로는 인생 이모작 기간의 노후를 보낼 수 없는 현실에 놓여 있으므로 요즘 같은 100세 시대에 소득이 있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상담 사례자는 안타깝게도 노후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노후 대비, 은퇴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은 선배 퇴직자나 언론, 금융기관 등 여러 곳에서 들었겠지만, 막연히 '어떻게 되겠지'하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오셨겠지요. 지금 당신에게 드릴 수 있는 최선의 솔루션은 지나온 삶에서 얻은 오랜 경륜을 통해 축적된 재능과 지혜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인생 이모작에서 보람과 소득이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당신이 대기업에서 얻은 경험, 중소기업에서 근무한 분야가 이 사회에서 활용하기 어려운 분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인생 이모작을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당장 생업에 쫓겨 취업이나 창업을 서두르시면 안 됩니다. 최소한 1, 2년 정도는 대학이나 도서관 등 은퇴 생활에 도움이 되는 기관에서 제공하는 은퇴 교육, 세미나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신을 돌아보고 정리해야 합니다. 이 시간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전공분야를 새롭게 다듬어 창업하거나 새로운 직종의 일자리를 스스로 만드는 데 꼭 필요합니다.
당신의 인생 전반전은 학창시절을 통하여 10년 이상 교육을 받아 가족 부양을 위한 생계형 일자리에 종사하는 시기였습니다.
다가온 인생 후반전은 가족을 위한 의무와 책임을 어느 정도 마치고 자기 자신의 내면에 숨어 있는 꿈을 찾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얻는 일정한 소득으로 행복하게 여생을 마무리할 수 있는 시기로 만들어 가야 합니다.
선진국 은퇴자들은 정년퇴직을 하면 대학으로 달려가 자격증을 따거나 재교육을 받아 정년퇴직 후 20∼30년을 다시 힘차게 살아갑니다. 하루에 5∼8시간씩 자원봉사를 하거나 비영리단체에 참여해 사회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여유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등산과 TV 시청으로 소일하는 한국의 은퇴자들과 다른 모습이지요. 우리도 그들에게서 배워야 하겠습니다.
이제 우리도 은퇴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 합니다. 공부를 하든, 여행을 하든 활발하게 노후생활을 즐기는 '액티브 시니어'로서 노년기에 더욱 왕성한 활동으로 오히려 인생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전국 노래자랑'의 MC 송해 씨와 같은 분들이 더 늘어나야 합니다.
회사에서는 물러나도 나의 삶에서는 물러날 수 없다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액티브 에이징' 정신을 토대로 평생을 꿈꾸면서 하고 싶었던 일을 해야 합니다. 일을 통한 즐거움과 가슴 설레는 열정, 스스로 즐기는 일에서 창출되는 마르지 않는 소득으로 행복한 노후생활의 풍성한 삶을 펼쳐 나가시기 바랍니다.
은퇴란 사회생활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은퇴자 고민을 담당하게 될 서정한 씨는 현 사단법인 한국은퇴연구소, 마이앙코르은퇴자협동조합 이사장입니다. 금융기관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5년간 공인재무설계사로 활동하기도 한 서정한 씨가 은퇴로 고민하는 독자 여러분들께 속 시원한 해답을 들려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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