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겨울철 별미] 겨울 간식거리

수은주 뚝 떨어지면 더 그리워지는 붕어빵·찐빵

날씨가 추워지면 주식인 밥보다 더 그리워지는 게 있다. 어묵과 붕어빵, 호떡 등 간식거리가 바로 그것이다. 후후 불며 홀짝 마시는 뜨거운 어묵 국물은 허기도 달래주며 겨울 한기를 녹이기에 충분하다. 옆 사람과 나눠 먹는 붕어빵과 호떡, 찐빵 속에는 진한 추억이 함께한다. 그래서 붕어빵이나 어묵 노점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추워지면 당기는 '찐빵'

찐빵은 쌀쌀한 날씨에 먹어야 제맛이다. 추운 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 하나면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하다. 손바닥에 전해지는 찐빵의 따스함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쫀득하면서도 포슬포슬한 느낌. 살짝 풍기는 밀가루 익은 냄새, 팥소의 달콤함. 이런 느낌으로 찐빵은 끝없이 입맛을 당긴다. 요즘,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사무소 주위에 가면 겨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성업 중인 찐빵집에서 나는 김이 안개처럼 피어오르기 때문이다. 박순애(49'달서구 상인동) 씨는 "어릴 적 추억 때문인지 겨울철만 되면 생각나는 간식"이라며 "특히 날씨가 추워지면 따뜻하고 포실한 찐빵이 더 그리워 자주 찾게 된다"고 했다. 김호진(51'남구 대명동) 씨는 "처음에는 아내와 나만 좋아했는데, 요즘은 겨울철만 되면 아이들이 먼저 찐빵을 먹고 싶다며 사오라고 등을 떠민다"고 했다.

◆꿀떡 넘어가는 '호떡' 과 '붕어빵'

겨울철 간식으로 호떡을 빼놓을 수 없다. 갓 구워낸 호떡이 식지 않아 설탕이 흘러내릴까 호호 불며 조심스럽게 한 입 베어 물면 어떤 간식을 먹을 때보다 행복해진다. 호떡도 진화하고 있다. 밀가루 반죽에 흑설탕만 넣은 호떡은 옛날 호떡이다. 요즘엔 흑설탕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밀가루를 첨가하거나 땅콩 등을 갈아 넣어 점성을 높였다. '씨앗 호떡'도 인기다. 씨앗 호떡은 이름 그대로 구운 호떡의 가운데를 갈라 그 안에 해바라기씨와 호박씨, 땅콩 등을 넣은 호떡이다. 기존 호떡보다 덜 느끼하고 고소해 찾는 사람이 많다. 서문시장 씨앗호떡집에서 만난 이영순(48) 씨는 "기름에 구웠는데도 전혀 기름지지 않고 쫄깃함과 고소함까지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호떡"이라며 "시장에 올 때마다 이곳에 들러 사먹는데, 줄을 서서 기다리니 더 먹고 싶어진다"고 했다.

붕어빵도 겨울철 간식이다. 이전에는 '풀빵'이라고 부르던 국화빵이 있었다. 밀가루를 풀처럼 묽게 반죽해 구운 빵이라 해서 풀빵이라 불렀다. 요즘은 잉어빵이 대세다. 잉어빵은 기존의 붕어빵보다 길고 날씬하며 더 고소하고 바삭바삭한 게 특징이다. 최근에는 팥 외에 슈크림과 고구마, 야채 등의 소를 넣은 잉어빵도 생겨나고 있다.

◆추위 녹이는 데 '어묵 국물'이 최고

어묵은 겨울철 최고의 길거리 음식이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어묵 꼬치와 배 속까지 뜨끈해지는 어묵 국물이 먼저 생각난다. 감칠맛 나는 국물 한 숟가락을 '후~' 불어 마신 후 알맞게 잘 익은 어묵 몇 개면 추위는 저만치 달아난다. 씹지 않아도 입속에서 흐물흐물 없어져 버릴 정도로 잘 익은 어묵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어묵도 다양해지고 있다. 어묵 반죽에다 각종 채소와 햄, 떡, 치즈 등을 넣어 만든 즉석 어묵도 있다. 특히 파와 당근, 깻잎, 고구마, 양파, 청양고추 등을 넣어 만든 채소 어묵은 길거리 히트 상품으로 부상했다. 그 가운데 고춧가루를 듬뿍 넣고 익힌 양념오뎅은 대구를 상징하는 길거리 음식이 됐다.

대구백화점 인근에 있는 양념오뎅집에서 만난 김규찬(33) 씨는 "일반 어묵과는 달라요. 약간 맵기는 하지만 국물 맛이 얼큰하고 시원해 술 먹은 후 해장에도 그만이에요. 은근히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어묵을 저렴하고 푸짐하게 먹으려면 집에서 끓여 먹으면 된다. 큼직한 냄비에 어묵과 파, 무 등을 큼직하게 썰어 넣고 끓이면 끝이다. 이수영(39'대구 서구 평리동) 씨는 "남편과 아이들이 어묵을 좋아해 겨울철 추운 날, 집에서 어묵탕을 해먹고 있다"며 "요즘은 맛과 모양이 다양한 어묵이 나와 입맛대로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사진 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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