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형마트 규제 '풍선효과' 중형마트 득세

목 좋은 골목상권 이윤 싹쓸이…'장보고' 대구에만 매장 10곳

대형마트의 독과점을 규제하고,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시행한 유통법(유통산업발전법)이 엉뚱하게도 중형마트'식자재마트'브랜드 편의점만 살리는 법으로 변질됐다. 어린 양(전통시장'골목상권)을 보호하려고 호랑이(대형마트) 발톱을 빼니, 이리(중형마트)'늑대(식자재마트)'여우(편의점)가 득실대는 형국이다.

골목상권 상인들은 "대형마트보다 중형마트 때문에 더 죽을 지경"이라고 아우성이고, 대형마트들은 강제 휴무로 인한 매출 부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유통업계의 절대강자였던 대형마트는 떨어진 매출액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모 대형마트의 경우 부분 매각설도 제기되는 상황. 이 틈을 중형마트'식자재마트'편의점 등이 파고들었다. 대구를 비롯해 인구 30만 이상의 도시에는 아파트 상가 또는 동네 큰 상권마다 자리 잡고 있는 330∼660㎡(100∼200평) 규모의 중형마트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더불어 브랜드를 가진 미니 마트 등도 목이 좋은 상권마다 들어서 쏠쏠한 이윤을 남기고 있다.

특히 대구에서 둥지를 튼 '장보고 식자재마트'는 신히트상품이라 할 만하다. 주로 자영업을 하는 식당을 주고객으로 하지만 이곳에는 없는 것이 없다. 대형마트와도 경쟁할 정도로 파괴력이 있으며, 벌써 대구에만 10곳이 넘는다. 경북에도 진출하고 있으며 전국으로도 뻗어나갈 기세다.

중형마트가 아파트 단지나 골목 상권으로 진출하는 기세는 놀라울 정도로 가파르다. 신축 아파트 단지는 '고개만 돌리면 중형마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동구 신서혁신도시와 인접한 동호동에는 직선거리 500m 내에 중형마트만 3곳이 자리하고 있다. 북구 대현동의 경우 동대구시장 주변으로 중형마트만 6곳 이상이다.

전통시장 상인들과 골목상권 주인들은 생존을 위해 아우성을 치고 있다. 특히 식자재마트는 공포의 대상이다. 북구 칠성시장 상인들은 지난해 인근에 식자재마트가 들어서는 것을 결사적으로 막았다. 서구 내당동 구 대영학원 부지에는 식자재마트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인근 전통시장 상인회와 동네 슈퍼 주인들이 사활을 걸고 반대하고 있다.

동네 슈퍼는 폐업한다는 소식이 속출하고 있다. 동구 불로전통시장 인근에는 새로 생긴 식자재마트 때문에 동네 슈퍼가 직격탄을 맞았다. 서구 비산'내당동 일대에는 큰 규모의 중형마트가 손님들을 싹쓸이하면서 1년여 사이에 동네 슈퍼 3곳이 문을 닫았다. 반야월 종합시장과 수성시장도 주변의 중형마트 때문에 시장 상인들은 매일 울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정책팀 권병훈 연구원은 "대형마트가 1년에 24번 쉴 때, 전통시장 방문은 1회 증가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이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기획취재팀 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신선화 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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