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천천히 천천히
슬로 푸드, 문화의 도시 피렌체. 내 인생의 두 번째 도시 피렌체.
두오모 성당 앞에서 대구에서 온 친구 둘을 만나 저녁식사를 간다. 예약도 없이 찾은 코레아노(한국인) 단골 친구에게 항상 그랬듯 시크하게 허그를 하는 시칠리아 출신 로베르토. 문밖에서 오픈을 기다리던 50~60명을 LTE급 속도로 지나쳐 늘 자리하던 내(?) 테이블에 앉는다. 당연히 새치기다! 왜? 내 단골 식당이니까! 단골 친구에 대한 로베르토의 배려가 피렌체에서는 우선이 된다. 친구가 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한, 마피아의 나라! 이곳이 이탈리아! 두오모성당이 140년 만에 완성됐다는 빨리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공존할 수 없다는 천천히의 도시.
저녁식사 시간이 두세 시간. 슬로 푸드의 당연(?)한 결과. 식전주 한 잔, 그리고 간단한 전채요리, 거친 토스카나식 빵이 나왔다. 나의 취향을 알고 있다. 아버지가 피렌체로 이민을 오면서 만든 46년 역사의 작은 식당. 덩치에 비해 섬세한 손을 가진 친구는 은퇴한 아버지의 대를 이어 메인 셰프가 됐다. 친구가 왔다. 그리곤 오늘 내가 먹어야 할 것을 정해준다. 오너 셰프 레스토랑의 단점이기도 하고 장점이기도 하다. 일방적으로 피렌체식 티본 스테이크가 나오는 코스에 굽기는 맛있게!
마늘, 보리와 강낭콩으로 만든 걸쭉한 토마토스튜에 엑스트라 버진 오일과 그라나 파다노 치즈 잔뜩 뿌려 한 입…. 그리고 산도와 풍미 가득한 강렬한 와인 한 모금, 대구에서 온 친구들과 마주 보며 주고받는 눈으로의 대화는 행복한 저녁 식사로 진행 중임을 알려준다. 우리는 대화를 할 수가 없다. 아주 맛있으니까!
그리고 한참만에 불 맛과 불 향이 가득한 레어 스테이크와 올리브유에 튀긴 아삭하고 바삭한 이것은 베 물기가 미안한 아름다운 호박꽃(?) 튀김, 두께가 10㎝는 될 것 같은 250g짜리 스테이크를 가져와서는 더러운(?) 손으로 꾹꾹 눌러 보여준다. 이 정도로 잘 구워졌다는 자랑이다. 손끝에 전해지는 나이프에 부드러운 질감, 부드러운 육질, 연한 안심과 풍부한 육즙의 등심이 입안에서 조화를 이룬다.
다시 한 모금의 테이블 와인의 위력이 오감에 전해진다. 겨울에 느끼는 진한 티라미수 디저트와 라바짜 에스프레소 한 잔. 소화에 도움된다며 준 식후주 그라빠 한 잔. 두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경상도 남자라 익숙하진 않지만 이것이 느림의 미학이 아닐는지. 테이블을 일어나며 느껴지는 절정의 포만감. 얼마 줄까? 100유로! 또 와야 해! 이별의 허그 후 섭섭하다는 듯 휑하니 주방으로 들어가는 시크한 내 친구 로베르토.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미안해지는 친구를 뒤로 한 번 눈만 마주치고 식당 문을 나선다. 언제 또 내가 그대를 볼 수 있을까 하며. 김 학 진 푸드 칼럼리스트슬로 푸드, 문화의 도시 피렌체. 내 인생의 두 번째 도시 피렌체.
두오모 성당 앞에서 대구에서 온 친구 둘을 만나 저녁식사를 간다. 예약도 없이 찾은 코레아노(한국인) 단골 친구에게 항상 그랬듯 시크하게 허그를 하는 시칠리아 출신 로베르토. 문밖에서 오픈을 기다리던 50~60명을 LTE급 속도로 지나쳐 늘 자리하던 내(?) 테이블에 앉는다. 당연히 새치기다! 왜? 내 단골 식당이니까! 단골 친구에 대한 로베르토의 배려가 피렌체에서는 우선이 된다. 친구가 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한, 마피아의 나라! 이곳이 이탈리아! 두오모성당이 140년 만에 완성됐다는 빨리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공존할 수 없다는 천천히의 도시.
저녁식사 시간이 두세 시간. 슬로 푸드의 당연(?)한 결과. 식전주 한 잔, 그리고 간단한 전채요리, 거친 토스카나식 빵이 나왔다. 나의 취향을 알고 있다. 아버지가 피렌체로 이민을 오면서 만든 46년 역사의 작은 식당. 덩치에 비해 섬세한 손을 가진 친구는 은퇴한 아버지의 대를 이어 메인 셰프가 됐다. 친구가 왔다. 그리곤 오늘 내가 먹어야 할 것을 정해준다. 오너 셰프 레스토랑의 단점이기도 하고 장점이기도 하다. 일방적으로 피렌체식 티본 스테이크가 나오는 코스에 굽기는 맛있게!
마늘, 보리와 강낭콩으로 만든 걸쭉한 토마토스튜에 엑스트라 버진 오일과 그라나 파다노 치즈 잔뜩 뿌려 한 입…. 그리고 산도와 풍미 가득한 강렬한 와인 한 모금, 대구에서 온 친구들과 마주 보며 주고받는 눈으로의 대화는 행복한 저녁 식사로 진행 중임을 알려준다. 우리는 대화를 할 수가 없다. 아주 맛있으니까!
그리고 한참만에 불 맛과 불 향이 가득한 레어 스테이크와 올리브유에 튀긴 아삭하고 바삭한 이것은 베 물기가 미안한 아름다운 호박꽃(?) 튀김, 두께가 10㎝는 될 것 같은 250g짜리 스테이크를 가져와서는 더러운(?) 손으로 꾹꾹 눌러 보여준다. 이 정도로 잘 구워졌다는 자랑이다. 손끝에 전해지는 나이프에 부드러운 질감, 부드러운 육질, 연한 안심과 풍부한 육즙의 등심이 입안에서 조화를 이룬다.
다시 한 모금의 테이블 와인의 위력이 오감에 전해진다. 겨울에 느끼는 진한 티라미수 디저트와 라바짜 에스프레소 한 잔. 소화에 도움된다며 준 식후주 그라빠 한 잔. 두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경상도 남자라 익숙하진 않지만 이것이 느림의 미학이 아닐는지. 테이블을 일어나며 느껴지는 절정의 포만감. 얼마 줄까? 100유로! 또 와야 해! 이별의 허그 후 섭섭하다는 듯 휑하니 주방으로 들어가는 시크한 내 친구 로베르토.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미안해지는 친구를 뒤로 한 번 눈만 마주치고 식당 문을 나선다. 언제 또 내가 그대를 볼 수 있을까 하며.
김학진 푸드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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