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알바생 너 관 둬" 대구문화재단 문무학 대표 甲질

일용직 근로자 일방적 해고…미지급 '주휴수당' 제소하자 뒤늦게 지급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과 주차장 아르바이트생의 뺨을 때린 백화점 모녀 사건,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의 2주 고용 수습사원 전원 해고 등 대한민국이 연이은 '갑질' 논란으로 뜨거운 가운데, 이번에는 대구문화재단 문무학 대표가 '갑질'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대구문화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범어아트스트리트 문화예술정보센터에서 지난해 6월부터 일용직 형태로 5개월 가까이 일해오던 아르바이트생을 "대표를 대하는 태도가 불손하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해고 통보를 했다가 고용노동청의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이 송치된 것이다.

사건이 벌어진 것은 지난해 10월 1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르바이트생 A씨(21)는 당일 점심 무렵 문화예술정보센터를 찾은 문 대표와 맞닥뜨렸다. A씨는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한 뒤 자신의 일을 하던 중 문 대표가 "저 몰라요?"라고 물어오자 뭔가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하고는 "대표님이신가요?"라고 반문했다. 정확한 얼굴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어렴풋이 본 것도 같은 인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문 대표는 "내 얼굴을 알고 있으면서 왜 말을 하지 않았느냐"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났고, A씨는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인사를 했다. 이게 이날 만남의 전부였다.

하지만 금요일인 이날 저녁 일을 마치고 퇴근하려던 A씨는 당장 다음 주부터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문화재단 직원으로부터 받았다. 해고 사유로는 "대표가 A씨가 불손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휴학생 신분이던 A씨는 "당초 12월까지 일을 하기로 이야기가 됐지만 2달여나 일찍 일을 그만둬야 했다"고 밝혔다.

이런 황당한 해고 사유에 어이가 없었던 A씨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알바 노조'에 이런 사연을 하소연했고, 결국 대구고용청을 찾아 문무학 대표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제소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으로는 일용직 근로자라 할지라도 고용계약서를 작성하도록 돼 있지만 대구문화재단은 이를 지키지 않았고, 해고 시 한 달 전 통보를 하도록 된 법규를 지키지 않았다는 혐의다. 또 이 과정에서 일정 시간 이상의 근로시간을 채우면 지급하도록 돼 있던 주휴수당 미지급분(임금 체불) 170만원도 뒤늦게 받을 수 있었다. 대구문화재단 측은 "임금 체불은 담당 직원이 노동법을 정확히 몰라 빚어진 업무 실수"라고 해명했다.

범어아트스트리트 문화예술정보센터는 여러 시민이 전시 정보를 안내받고 쉴 수 있는 쉼터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 때문에 A씨는 "얼굴도 알지 못하는 분인데다, 대표라고 해서 특별히 차를 타 드린다거나 대접을 해드릴 입장도 아니라서 그냥 잠자코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게 왜 불손한 태도가 되느냐"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문무학 대표는 자신이 아르바이트생을 해고하라는 지시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대구문화재단 내 경위서와 고용청 조사 등을 통해 문 대표가 "쟤 자를 수 있으면 잘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문 대표는 매일신문과의 통화에서 "가슴에 손을 얹고 해고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이 과정에서 검찰의 태도도 문제가 되고 있다. 사건을 배당받은 검찰 측은 A씨가 고소 취하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고소를 취하해도 일부는 처벌되는 사건이거든요. 제 생각에는 고소를 취하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체불임금을) 다 지급을 받았으니까…"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위반은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어 이런 검찰의 회유는 사건을 유야무야 시키려는 것이 아니었나 의심을 사고 있다.

매일신문이 A씨에게 전화한 검찰 수사관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자"고 했지만 수사관은 "A씨와 통화를 한 것은 맞지만 정확히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나머지 추가적인 질문은 제2차장검사를 통해 해달라"고 답했다.

현재 알바 노조 조합원으로 활동 중인 A씨는 "지금껏 수차례 아르바이트를 해 왔지만 노동법을 제대로 지키는 고용주가 단 한 명도 없었으며, 이런 아르바이트생들의 열악한 현실이 답답해 끝까지 싸우려 한다"며 "사기업도 아닌 대구시 출자'출연 기관인 대구문화재단에서도 이런 어이없는 행태가 벌어지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윤조 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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