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에 둥지 튼 사람들] ①전 프로야구 선수 마해영

제가 첫 주자네요? 대구 '딱 내 스타일'

부산 사나이에서 이제 대구에 사는 야구인이 된 마해영이 12월 26일 대구고 야구장에서 현역 시절을 떠올리며, 새해 소망을 야구배트에 실어 힘차게 돌렸다. *그래픽 작업으로 야구배트에
부산 사나이에서 이제 대구에 사는 야구인이 된 마해영이 12월 26일 대구고 야구장에서 현역 시절을 떠올리며, 새해 소망을 야구배트에 실어 힘차게 돌렸다. *그래픽 작업으로 야구배트에 "I ♥ DAEGU! 힘내라 대구"라고 넣어주십시오.

한 부산 사나이가 14년 전 대구에 첫발을 디뎠고, 이제 자칭 대구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 사나이는 대구가 연고지인 삼성 라이온즈 야구단에 큰 선물을 안겨준 주인공이다.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8회 이승엽 선수의 홈런에 이은 백투백 홈런으로 삼성이 최초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는 데 일등공신이 된 마해영 선수. 이 선물은 2000년대 야구 명가 삼성왕국을 건설하는 초석이 됐다.

어디를 가도 "대구, 정말 좋다"고 스스럼없이 말하고 다니는 그는 2008년 10월 현역 선수생활을 접었고, 이후 대학교수와 야구해설가로 활약하고 있다. 새해 본지 시리즈의 첫 인터뷰 상대로 선정됐다고 그에게 전화하고 대구고등학교 야구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약속한 지난달 26일 마해영은 대구고 야구부 선수들의 타격 자세를 교정해 주고 있었다.

◆우리 네 가족 모두 대구가 좋아!

마해영의 네 가족은 모두 대구에 정착해 살고 있다. 서울 출신인 아내는 대구에 사는 평범한 주부다. 두 아들은 연년생으로 새해 대구 능인고 2, 3학년이 된다. 마해영 가족은 수성구 범물동에서 살다 이제는 지산동에서 거주하고 있다.

마해영은 대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살기 참 좋습니다. 서울-대전-대구-부산으로 이어지는 교통 중심지라 수도권으로 가기도 편리하고, 고향인 부산도 1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먹거리도 마음에 듭니다. 가격 대비 맛이 좋으며, 수성구 들안길에 가면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을 즐길 수 있습니다. 교육 여건도 서울 강남 못지않게 좋으니 더 바랄 게 없죠."

대구 사람의 기질이 마해영에게도 싫지 않은 모양이다. 사람이 너무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 그로서는 야구인으로 내공을 닦고, 전국을 누비며 활동 영역을 넓히기에 대구가 딱이다. 그는 "대구 사람들이 자존심도 강하고, 말을 막 내뱉지 않기 때문에 생활하는 데는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다만 마해영은 대구에 더 이상 대형 사고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타 지역으로 많이 다니는데, 대구가 가스폭발 사고, 지하철 참사, 대형 화재 등 사고 오명 도시라는 얘기를 들으면 '괜히 싫다'고 했다.

◆대구에서 '제2의 전성기' 맞을 터

마해영은 보이지 않게 대구에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인터뷰를 했던 날에도 대구고 야구장에서 고교 야구선수들의 타격코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권영진 대구고 야구감독과의 인연으로 6개월 동안 대구고 타격코치로 계약을 맺고, 특별한 일이 있을 때를 제외하곤 매일 야구장으로 나와서 대구고 야구선수들에게 야구 이론과 실전을 결합한 섬세한 조언을 들려준다.

권 감독은 "선수 생활 때도 그랬지만 참 성실하고,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라며 "실제 우리 선수들이 마 코치가 온 이후로 비거리가 많이 늘고, 타격 솜씨가 눈에 띄게 좋아져 새해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고 좋아했다. 마해영은 올해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대구고 야구선수들을 가르칠 예정이다.

고려대 학'석사 이후 단국대에서 박사 학위까지 딴 그는 명실상부 스포츠 관련 교수라는 간판도 달고 있다. 대구대와 대경대에서 스포츠와 관련된 학과에서 1년 또는 6개월 단기로 강의를 했으며, 지난해에는 호서대 야구대학원에서 간판 교수로 후학들에게 야구와 관련된 산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그는 "제가 가진 재능이 다 제 것이 아니겠죠?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전국으로 다니며 다양한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 야구 "딱! 제 스타일이죠"

마해영에게 댓바람으로 물었다. "코치나 감독이 된다면 삼성과 롯데 중 어느 구단에서 일하고 싶습니까?" 그는 별 망설임 없이 "삼성이 좋죠. 합리적이고 시스템적인 야구를 하잖아요. 야구라는 것이 신바람으로 하는 운동이 아닙니다. 체계적인 운동과 철저한 관리가 좋은 성적으로 연결되는 법이죠. 그런 면에선 삼성이 딱! 제 스타일이죠. 특히 구단의 지원도 좋잖아요."(웃음)

향후 지도자의 길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마해영은 은근히 삼성 구단에서 코치진으로 불러주길 바라고 있었다. 물론 프로에 처음 입단한 친정집 롯데 구단에 대한 애정도 컸다. 그의 야구철학은 '많은 노력과 준비 끝에 한 계단씩 상승해 끝내 정상에 오를 수 있다'이다.

그는 "롯데는 야구광팬을 확보하고 있는 야도(야구도시)"라며 "미국 메이저리그, 한국과 일본의 명문구단처럼 체계적이고 시스템적인 야구를 잘 덧입히면, 롯데는 삼성을 능가하는 최고 구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해영은 당분간 해외 지도자 수업을 받을 계획은 없다. 대구를 근거지로 국내에서 야구해설가와 교수로 활약하며, 야구인으로서의 양적'질적 내공을 한껏 쌓을 계획이다.

◆천상 야구인 '마해영'

마해영은 야구선수이지만 지적 능력도 뛰어난 듯하다. 영어 텝스(TEPS)도 잘 준비해 중상위권 성적표를 갖고 있으며, 간단한 영어회화는 곧잘 한다. 현역 은퇴 후 바쁜 일상에도 철저한 시간 관리로 석'박사 학위를 정통으로 따냈다. 그리고 수년 후에는 지도자의 모습도 기대된다.

그는 대구의 한 식당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갑자기 한 손님이 저를 알아보고, 사인을 해달라고 했는데 다른 손님들도 덩달아 찾아오면서 술자리를 잠시 접고 10명에게 사인을 해줬다." 조용조용한 술자리를 좋아하는 그로서는 갑작스런 일이었지만 10명 모두와 친절하게 대화하며, 사인을 해줬다고 한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2천 경기 이상 출장한 전설적인 철인 칼 립켄 주니어 아시죠? 이 선수는 경기를 마치고 수천 명의 팬이 몰려와 사인을 해달라고 줄을 서자, 3시간 넘게 걸렸지만 일일이 다 사인을 해줬습니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팬들이 있기에 인기를 누리고 명성을 얻습니다. 저 역시 야구인으로서 팬들이 있기 때문에 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죠."

삼성 라이온즈의 야구 명가 건설에 첫 신호탄(2002년 한국시리즈 극적인 역전홈런)을 쏘아준 마해영은 이제 '대구에 사는 천상 야구인'으로 불러도 좋다.

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사진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마해영 인생 추적=1970년 부산 출생. 부산고 졸업, 고려대학교 학'석사 졸업, 단국대 체육심리학 박사(논문은 프로야구 선수들과 코치들과의 관계에 관한 연구). 1995년 프로구단 롯데 자이언츠(1995∼2000년) 입단, 삼성 라이온즈(2001∼2003년), KIA 타이거즈(2003∼2005년), LG 트윈스(2005∼2007년), 2008년 현역 은퇴. 1999년 타격왕, 2002년 한국시리즈 최우수 선수(MVP), 2002년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 XTM 야구해설가, 대구대 스포츠마케팅'대경대 스포츠건강과학과 겸임교수 역임, 호서대 야구대학원 교수. 별명=성과 관련된 닉네임으로 어렸을 적엔 '마동탁', 프로 선수 시절에는 '마군단' '마포'. 주량=소주 3∼5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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