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치 뽑던 핀셋 "염색약 묻히면…" 집게형 염색도구 개발 전은희 한올 대표

창업들 만나다보니 "나도 사장"…이게 될까? 설마하다 특허까지

주부였던 전은희 씨는 생활 속의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연결시켰다. 그는 부분염색기인
주부였던 전은희 씨는 생활 속의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연결시켰다. 그는 부분염색기인 '오블리치'(OBLEACH)를 개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이디어만으로 시작한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줄 몰랐어요."

지난 2013년 문을 연 '한올'은 1인 기업이다. 주부였던 전은희 대표가 오로지 머릿속에서 생각한 아이디어를 상품화해 만든 회사다. 아이 둘을 키우는 전 대표는 창업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에게 창업은 하나의 '도전'과 같았다.

◆세계여성발명경진대회 은상

한올의 제품은 부분염색기인 '오블리치'(OBLEACH)다.(사진) 특허까지 받은 제품으로 전 대표가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발견한 아이디어가 상품화로 이어졌다. 새치가 많은 편인 전 대표는 수시로 부분 염색을 했고 핀셋을 이용해 뽑기도 했다. 2009년 어느 날 거울을 보면서 새치를 뽑다 '핀셋에 염색약을 묻히면 손쉽게 염색을 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그냥 생각만 했는데 마침 첫째 아이 학교에서 발명경진대회가 열려 아이디어를 그려서 보여줬어요. 남편이 그걸 보더니 괜찮은 생각이라며 특허를 내보라고 하더군요."

'설마' 하는 마음에 2009년 5월 '새치별 염색이 가능한 염색도구'로 특허를 출원했다. 이 아이디어는 같은 해 10월 제7회 여성발명경진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했고 2010년 제4회 세계여성발명대회에서 은상을 받았다. 2011년 드디어 특허등록됐다.

전 대표는 "아이디어만으로 특허가 된다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다"며 "발명대회에서 여성 경영자를 만나고 여러 사람들에게 조언을 들으면서 회사를 설립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2년 경북테크노파크 청년CEO육성사업에서 예비창업자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전 대표는 본격적으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2013년 사업자등록을 마치면서 전 대표는 바쁜 창업자의 삶을 살게 됐다.

전 대표의 특허는 결국 '오블리치'로 탄생했다. 이 부분염색기는 집게형 모발염색 도구로 적은 염색약을 사용해 원하는 부위의 모발을 집어 염색을 가능하게 한다. 인체공학적 설계로 그립감이 좋으며 장시간 사용해도 손에 부담이 적다. 전 대표는 "특히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며 솔 부분은 특수 재질을 사용해 인체에 안전하다"며 "피부에 자극이 적어 사람은 물론 애완견 염색에도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대구백화점에서 열린 '대구경북우수중소기업 제품판매전'에서 오블리치는 사전 준비물량 1천200개가 모두 팔리는 등 인기를 끌었다.

"이렇게 관심을 가질 줄은 몰랐어요. 이제 첫발을 내디딘 기분입니다."

◆창업, 주변의 도움을 받아라

첫 판매가 있기까지 전 대표는 그나름의 고충이 많았다. 미용과는 거리가 멀었던 터라 염색기 디자인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몰랐다. 샘플을 만드는 과정에서 설계에 대한 점, 소재에 대한 기본 지식도 없었다. 아이디이어가 실체화되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린 것도 이 때문이다.

"전 주부고, 필라테스 강사입니다. 공장과는 거리가 멀었죠."

오블리치를 탄생시키기 위해 전 대표는 주변의 도움을 받았다. 발명대회와 전시회 등에서 알게 된 여성 경영자를 통해 관련 제조업체를 찾아가 제품을 설계하는 도움을 받았다. 정부에서 마련한 각종 창업지원을 신청해 자금을 마련했다.

전 대표는 "막상 샘플을 만들 때 걱정이 많았다"며 "당초 생각했던 것을 만들어내려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투명한 제품으로 만들어 도색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방법이 전혀 먹히지 않았던 것. 제품 불량률도 20%에 달했다. 만들어 팔더라도 이익이 나지 않는 구조였다.

전 대표는 "막막하던 차에 사출을 하는 분이 원료에 색을 넣어서 사출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조언하더라"며 "실제로 해보니 생각했던 제품이 나왔다"고 말했다.

수차례의 시도 끝에 사출 업체를 찾아냈고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제는 판매가 문제였다. 온라인을 통해서 팔자니 낱개로는 택배비에도 부담이 생긴다. 현재 대형마트 입점을 위한 가격 협상 중이다.

"처음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에게 저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아침에는 남편 출근을 돕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주부로, 오전에는 필라테스 강사로 활동하는 전 대표는 오후 시간을 자신의 회사를 위해 사용한다. 하루 24시간이 바쁘지만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는 "오블리치를 계기로 미용실에서 사용하는 염색도구도 만들어볼 생각이다"며 "애완견 염색도구도 구상하고 있다. 이제는 자신감이 붙었다"고 미소를 띠었다.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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