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그런 일 없다"→"지적은 했다" 말바꾼 문무학 대표

"그분이 그럴 분이 아닌데…."

문무학 대구문화재단 대표의 아르바이트생 부당 해고 사태를 둘러싼 문화계 상당수 인사들의 반응이다. 기자의 개인적인 견해 역시 그렇다. 평소 문 대표는 부드럽고 온화한 성격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한 문화계 인사는 "예총 회장 재직 시절에는 입주해 있던 대구문화예술회관 경비와 청소부들에게까지 선물을 챙길 정도로 인자한 분이셨다"고 했다.

하지만 사건은 벌어졌고, 아르바이트생은 하루아침에 예상치 못하게 일자리를 잃었다. 공교롭게도 문 대표가 방문해 몇 마디 대화를 나눈 그날 저녁이었고, 해고 사유 역시 '대표의 해고 지시'였다.

주휴수당이 체불됐고, 근로계약서 작성과 해고 1개월 전 통보 등의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못한 '절차상 하자'로 고용노동청 조사를 거처 검찰에 사건이 송치돼 있긴 하지만 이 사건의 핵심은 근로기준법이 아니다. 아르바이트생이 노동청으로 달려가게 된 이유도 해고 사유로 통보된 '대표의 지시'가 직접적인 요인이 됐기 때문이다.

해고된 아르바이트생 A씨는 기자에게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해고될 즈음 복장을 좀 더 단정히 했으면 좋겠다, 화장을 하고 다녀라 등 지적을 받은 적이 있고, 이런 이유에서 얼마간의 말미를 줄 테니 그만두라고 했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을 거다"고 했다. 하지만 A씨가 노동청으로 달려가게 된 것은 본 적도 없고, 이날 첫 만남에서 대화 몇 마디 나누지 않은 대표의 명으로 해고됐다는 때문이었다. "얼굴을 몰라봬서, 아니면 커피라도 타 드리지 않아서, 어떤 점에서 태도가 불손했는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취재 과정에서 말은 끝까지 엇갈린다. 직원은 누군가의 명을 받았던가, 아니면 자의에 의해 하루아침에 아르바이트생에게 해고를 통보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 대표는 끝까지 자신이 직접적으로 '해고' 지시를 한 적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다만 "강한 어조로 태도 불량에 대해 지적한 것 같다"고 한 발짝 물러섰다. 그러면 직원의 과잉충성이 빚은 해프닝인가? 아니면 대표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르바이트생에게 해고를 통보한 직원은 계약직 신분이었으며, 하필이면 이날 해당 부서장은 부재중이었다. 문 대표가 범어아트스트리트에 들른 것은 낮 12시경, 그리고 해고가 통보된 시간은 오후 8시였다. 상식적으로 봐서 누군가의 지시 없이는 계약직 직원이 당일 갑작스레 아르바이트생 A씨에게 해고를 통보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시간적인 여유도 많지 않았다.

누구나 뜻하지 않게 혹은 무심결에 뱉은 말로 인해 마찰을 빚을 수 있으며, 욱하는 마음에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후에 어떻게 이 실수를 만회하고 풀어가느냐는 것이다. 전날 "가슴에 손을 얹고 그런 일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던 문 대표는 일단 "강한 어조로 지적은 한 것 같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또다시 공은 해고를 통보한 계약직 직원에게로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전날과 같이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다. 과연 이것이 '사건'을 만든 한 기관 대표의 처사로서 합당한지는 의문이다. 아르바이트생에게는 분명 '갑질'로 느껴졌을 행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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