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믿고 싶은 이야기만 듣지 않나요…'색안경 속 진실'

세계의 진실을 가리는 50가지 고정관념

세계의 진실을 가리는 50가지 고정관념/ 파스칼 보니파스 지음/ 이명은 옮김

세상에는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오직 그럴듯하기 때문에 널리 퍼지는 이야기가 있다. 그럴듯한 이야기는 사람들이 믿고 싶어 하기에 전파 속도가 빠르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듣고 싶지 않은 진실은 종종 묻혀버리기도 한다. 이 책 '세계의 진실을 가리는 50가지 고정관념'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슈 50가지를 키워드로, 고정관념과 이분법적 사고에 빠진 현실을 짚고 있다.

프랑스의 국제정치학자이며 프랑스 국제관계전략연구소 소장인 지은이는 "사람들은 흔히 문제를 흑과 백, 선과 악 같은 이분법적 사고로 바라볼 뿐만 아니라, 국제 문제와 관련한 거의 모든 정보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널리 퍼진 '이야기'를 하나씩 제시하고, 이 이야기가 어디까지 사실에 부합하는 것이고, 어디부터는 과장이나 왜곡 혹은 거짓인지 보여준다.

'지배 세력이지만 서구 세계는 지금 쇠락하고 있다. 피지배 세력이지만 이슬람 세력은 확장 중이다. 이 둘 사이의 대립은 피할 수 없다. 그들의 가치는 본래 서로 화합할 수 없는 것이다. 9'11테러,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은 이런 명제가 정확함을 보여준다.'

이른바 '문명의 충돌'은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의 대학교수인 새뮤얼 헌팅턴이 1993년에 제시한 명제로, 헌팅턴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전쟁은 문화 영역과 문명의 대립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이 책은 '문명은 단일체가 아니다. 그럼에도 헌팅턴은 역사는 정해져 있고 동서양의 두 문명이 필연적으로 전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했다. 이슬람과 서구세계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충돌할 수도 있으나 그런 것 때문에 문명 간의 충돌을 피할 수 없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1990∼1991년 발생한 걸프전 때 많은 아랍국가들이 기독교도인 미국편을 들어 이라크에 대항하기도 했다'고 반박한다.

유대인과 아랍인, 무슬림과 기독교인 사이의 차이와 갈등에 대해서도 이 책은 '각각의 공동체에는 평화와 화목을 지지하는 자들과 분쟁을 지지하는 자들이 모두 존재한다. 이해관계는 시시때때로 변한다. 그러므로 분쟁은 정치적 선택의 문제이지 종교적 결정의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한다. 분쟁의 시작은 종교가 아닌 다른 것에서 기인하는데, 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지도자들이 종교를 이용하는 바람에 마치 '종교분쟁'처럼 비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에는 어떤 민주주의 체제도 성립될 수 없다. 차르 체제부터 공산주의 시스템까지 오직 강력한 권력만이 러시아 국민들을 지도하는 데 적합하다. 슬라브인들은 기질적으로 강력한 통치를 통한 질서를 요구한다. 철권통치 시절 러시아는 국내는 물론이고 대외적으로도 팽창했다. 러시아인들 중에는 과거 소련 시절에 대한 향수가 있다. 공공의 자유를 제한했음에도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대중들 사이에서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같은 인식에 대해 지은이는 '러시아가 민주주의에 부적합하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유럽 사회가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던 중에 여러 번 과거로 회귀한 역사와 권위주의가 득세했던 시기들이 있었던 점, 유럽에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기까지 수세기가 걸렸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책은 국가나 문명, 무기, 경제 동향뿐만 아니라 비정부기구(NGO)에 대해서도 이면이 있음을 설명한다.

'전 세계에 수많은 형태의 NGO가 있으며 투쟁에 전면적으로 나서는 조직이 있는가 하면, 몇몇 NGO는 심각한 일탈행위를 저지르기도 한다. 경제단체나 종교단체가 NGO라는 간판을 내세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지은이의 주장에 이설(異說)이 없을 수 없다. 지은이 역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 중에 오해나 왜곡이 있듯이 이 책에 쓰인 모든 것에도 이론의 여지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8쪽, 1만900원.

조두진 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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