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영(32'대구 중구 대봉동) 씨는 차에 기름을 넣기 전 항상 차량 내비게이션을 작동한다. 내비게이션의 부가기능 중 '내 주변 최저가 주유소 검색'을 사용하기 위해서다. 그는 이 가운데 거리 대비 가격이 싼 곳과 주유용 체크카드로 할인 혜택을 볼 수 있는 곳을 선별한다. 또 주유 할인 이벤트도 꼼꼼히 챙겨본다. 최 씨는 "지난해 집을 사면서 대출을 많이 받다 보니 차량 연료비라도 아껴야 한다. 예전보다 주유소 간 가격 차이가 많이 벌어졌기 때문에 다소 먼 곳의 주유소를 가더라도 이득이 생긴다"고 했다.
서보욱(38'대구 동구 율하동) 씨는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 사이트 오피넷에 자주 접속한다. 집에서 직장이 있는 남구 대명동까지 출'퇴근길에 있는 주유소의 기름 값을 비교하기 위해서다. 그는 오피넷에 나오는 최저가 주유소보다 두세 번째로 가격이 싼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다. 서 씨는 "값이 제일 싼 주유소는 혼합유 등 좋지 않은 기름을 쓸 수 있다는 생각에 꺼리게 된다"며 "직장까지 최단 경로 외 내비게이션 대안 경로에 있는 주유소까지 오피넷에서 확인한다"고 했다.
몇 원이라도 기름 값이 싼 주유소를 찾는 이른바 '주유 방랑객'이 늘고 있다. 주유소들은 이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다. 물론 이 와중에도 '고가정책'을 고수하는 주유소들도 있다. 이들 주유소는 가격경쟁 대신 특별 서비스로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도로 마주한 주유소, 1ℓ에 516원 차이
지난해부터 국제유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차량용 기름 값이 많이 내렸다. 주유소별 가격 차이도 종전보다 더 벌어지고 있다. 유가 하락이 이슈가 되면서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떨어지길 기대하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높기 때문이다. 조철민(48'대구 북구 침산동) 씨는 "기름 값이 조금씩 떨어지곤 있지만 아직도 비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국제유가 하락폭이 주유소 제품가격에 반영되려면 보통 6개월 정도 걸린다"며 "그러나 소비자들은 바로 반영되길 바라기 때문에 주유소들의 가격 인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고 했다.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6일 대구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1ℓ에 1천543원이었다. 이날 대구에서 가장 저렴한 곳은 1천439원, 가장 비싼 곳은 1천999원으로 560원(30ℓ주유 경우 1만6천800원)이나 차이가 났다.
당연히 운전자들은 기름 값이 싼 주유소로 몰리기 마련이다. 이날 오후 3시 30분 대구에서 휘발유 가격이 가장 싼 서구 평리동의 A주유소. '알뜰주유소'인 이곳은 차로에서 입구까지 차량 5대가 줄을 지었다. 평소에도 주유 대기 차량이 많기로 소문난 곳이다. A주유소 사장은 "대구의 '알뜰 주유소'들은 기름을 공동구매하기 때문에 일반 주유소보다 기름 값이 싼 편이다. 우리 주유소가 저렴하게 판매를 하자 주변 주유소도 덩달아 값을 내리고 있다"고 했다.
주변 주유소끼리 가격 경쟁이 붙어 비슷한 가격대를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도 있다. 특히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주유소의 경우 가격 차가 크게 나기도 한다.
중앙대로를 놓고 마주한 남구 대명동의 주유소 두 곳은 6일 기준 휘발유 가격은 1ℓ에 1천999원과 1천483원으로 516원 차이가 났다. 수성구 사월동에 나란히 붙은 두 주유소의 같은 날 가격 차이는 66원.
남구의 한 주유소 사장은 "보통 운전자들이 유턴을 하면서까지 기름을 넣는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길 건너 주유소와 가격 차이가 많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도로에서 같은 방면으로 주유소가 여러 곳 있더라도 정유사 공급가격과 정유사 지원, 인건비, 주유소 유지비 등으로 인해 가격 차이가 생기게 된다"고 했다.
◆비싼 곳은 서비스로 승부
한때 주유소의 대표적인 사은품인 휴지를 주는 주유소는 거의 사라졌다. 주유소들이 기름 값 인하 경쟁으로 수익이 떨어지자, 경비 절감 차원에서 휴지를 제공하지 않게 된 것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기름 값이 비싼 주유소는 여전히 휴지나 물티슈, 먹는샘물, 핫팩 등을 주유 고객에게 사은품으로 준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유소들도 있다. 북구 고성동의 한 주유소는 차에 기름을 넣는 동안 주유원이 손걸레로 차량 앞면 유리를 닦아준다. 수성구의 한 주유소는 쿠폰제를 시행하고 있다. 고객들이 일정 분량의 쿠폰을 모아오면 유리창 세정액, 엔진세정제 등을 제공한다. 또 남구의 한 주유소는 주유 금액에 따라 차량 내'외부 스팀 세차를 무료 또는 할인해준다.
도명화 한국주유소협회 대구지회 사무국장은 "무조건 가격이 싼 주유소만 고집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차계부를 쓰면서 주유소마다 연비를 비교해봐야 한다. 기름마다 옥탄가가 달라 가격 차이가 날 수 있다. 결국 연비가 잘 나오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고 조언했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키워드=옥탄가: 휘발유의 내폭성(耐爆性)을 나타내는 수치를 말한다. 차량 엔진의 불완전연소인 '노킹'(knocking)을 막아주는 정도를 표시하는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엔진 손상을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 휘발유 옥탄가는 91~93 정도이고, 고급 휘발유는 94를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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