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4시 대구시청 지하 구내식당 한쪽에 라면 두 그릇이 차려졌다. 라면 사이엔 김치 두 접시, 테이블 한쪽에 놓인 접시 위에는 젓가락 2쌍도 나란히 놓였다. 점심도 저녁도 아닌 시간에 라면을 먹으러 온 사람은 다름 아닌 권영진 대구시장과 수행비서. 점심때를 놓치는 바람에 늦은 점심을 라면으로 때운 것이다.
2시간 더 참고 차라리 저녁을 먹으면 될 터인데 굳이 라면을 먹은 이유는 저녁을 먹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라면을 먹는 권 시장의 표정은 '때는 늦었지만 이 시간에 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는 게 얼마나 고마운 줄 모른다'는 듯했다.
특히 최근 송년회, 신년회, 행사 등 각종 모임이 집중되면서 저녁을 거르는 경우가 많다는 게 비서진의 얘기다. 일주일을 놓고 본다면 저녁은 거의 때를 놓치기 일쑤고, 점심도 2, 3번은 굶거나 늦은 식사로 대신한다. 점심의 경우 차로 이동하면서 김밥을 사먹거나 일을 본 뒤 시청으로 들어오는 길에 국밥집 등에 잠시 들러 늦은 점심을 먹는 경우가 많다.
이번 주만 해도 5일 가운데 저녁을 두 번 걸렀고, 점심도 6일엔 이동 중 국밥, 8일 시청 근처 식당에서 늦은 점심, 9일 오후 4시 구내식당에서의 점심 등 굶거나 늦게 먹은 경우가 절반이 넘는다.
9일 권 시장 하루 일정만 해도 점심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빡빡했다. 오전 8시 실'국 업무 보고를 시작으로 ▷오전 10시 서울시 여성 구의원 내방 ▷오전 11시 지방행정동우회 신년교례회 ▷낮 12시 30분 대구여성정치아카데미 신년교례회 ▷오후 2시 시정개발 시장단 회의 ▷오후 4시 언론사 광역단체장 릴레이 인터뷰 ▷오후 4시 40분 한국전기공사협회 대구지사장 내방 ▷오후 5시 20분 업무 보고 및 결재 ▷오후 7시 30분 지역 군부대 지휘관 초청 신년의 밤 행사 등으로 이어졌다. 그나마 오후 4시 인터뷰가 예정된 언론사 취재진에 양해를 구해 10분의 짬을 내 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었다.
홍헌주 비서는 "꼬리를 무는 보고와 결재, 회의 등 업무와 각종 행사를 우선으로 하다 보니 식사는 밀릴 수밖에 없고, 때를 놓치기 일쑤"라며 "연말연시엔 저녁 행사가 보통 3개씩 잡히다 보니 계속 행사장을 옮겨다녀야 해 저녁을 못 먹을 때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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