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풍자 저널리즘

민중의 힘으로 절대주의 왕정을 뒤엎어버린 프랑스에서는 권위나 권력을 조롱하는 '풍자 저널리즘'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 이런 전통에서 특히 두드러진 인물이 1830년 7월 혁명으로 왕위에 오른 루이 필리프 시대에 활동했던 풍자만화가 샤를 필리퐁이다. 루이 필리프는 왕위에 오르면서 노동자 농민에게 새 시대를 약속했지만 빈말이었다. 이에 대한 민중의 불만을 필리퐁은 자신이 창간한 만화잡지 '라 카리카튀르'(La caricature)의 풍자만화로 녹여냈다.

이러한 불경(不敬)으로 필리퐁은 감옥을 제집처럼 들락거렸고 어떤 해에는 1년 잡지 발행 비용보다 벌금이 더 많았다. 그런 풍자만화 가운데 지금도 포복절도(抱腹絶倒)케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루이 필리프의 얼굴이 4단계에 걸쳐 '배'(梨)로 둔갑하는 'Les Poires'이다. 프랑스어 '푸아르'(poire)는 배를 가리키지만 '바보'나 '얼간이'란 뜻도 있다. 이에 루이 필리프는 격분했고 필리퐁은 '국왕 모독죄'로 기소됐다.

이에 대한 필리퐁의 자기 변론은 다시 파리시민의 배꼽을 열어젖혔다. "제1의 그림이 국왕과 닮았다는 이유로 죄가 된다면 그것을 닮은 제2의 그림도 죄가 되고, 또 제2의 그림을 닮은 제3의 그림도, 제3의 그림을 닮은 제4의 그림도 죄가 됩니다. 그렇다면 배를 재배한 농민은 모두 유죄입니까? 배와 닮은 물건도 모두 국왕을 모독한 것으로 고발되어야 합니까? 그렇다면 배나무에 열린 모든 배를 잡아들여야 마땅합니다!"

필리퐁은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다시 갇혔지만 파리시민들은 '배'를 유행시키는 것으로 그의 풍자를 이어갔다. 배 모양의 장난감이 나오는가 하면 아이들도 눈사람을 배 모양으로 만들었으며 '벽보 금지'라는 표시판 밑에는 '배 금지'라는 글자가 붙었다. 이렇게 파리시민은 정치적 적대행위를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이것이 바로 풍자다. 풍자가 없다면 인간끼리의 모든 다툼은 피가 튀고 살이 찢기는 유혈극으로 치달을 것이다.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사회의 풍자 대상에는 성역이 없다. 종교나 종교 지도자도 예외가 아니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다.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 풍자만화를 실은 프랑스잡지 샤를리 에브도의 편집진 12명을 사살한 테러범은 조국 프랑스의 민주주의와 '톨레랑스'(관용)의 혜택을 받았으면서도 정작 민주주의와 톨레랑스를 쏘았다. 이들의 범행은 광신적 근본주의자의 일탈인가 아니면 톨레랑스의 파탄을 보여주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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