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의 해를 맞아 새해는 서울에서 머물렀다. 하루는 광나루역에서 아차산과 용마산에 올랐다. 아차산성과 보루(堡壘)가 있어서다. 아차산성은 『삼국사기』 기록에 미루어 백제가 처음 축조한 것으로 추정한다. 일대의 산꼭대기에는 어김없이 작은 규모의 성(城), 보루가 있다. 낙타고개에 닿자 멀리서 정자가 보였다. 너른 회색 산비탈로 많은 등산객이 줄줄이 올라 혹 포장길인가 여겼다. 다가간 고려정(高麗亭) 아래로 온통 널빤지같이 이어진 너럭바위가 있다. 전체가 암반비탈이어서 훼손도 없고 미끄럽지 않아 등산로로 제격이었다.
거기서 잘생긴 소나무에 눈길이 끌렸다. 잘생겼다면 구부정한 줄기에 가지마다 용틀임하듯 뒤틀어진 나무다. 온갖 풍상우로를 다 겪었으리라. 그 옆에 또 그런 나무 두 그루가 함께 자란다. 언뜻 보기에 서로 간 가지가 맞붙었다. 만져보니 아직은 아니었다. 곧 결이 이어져 『채옹전』처럼 연리지가 되겠지.
용마산으로 이어진 능선은 서울과 구리시의 경계다. 5보루 길에서 또 한 번 홀렸다. 대구문화예술회관 본관 앞에 소나무가 언제쯤 여기 왔을까? 자연적이지만 흡사 분재 같은 모습이어서 그랬다. 이뿐만 아니다. 또한 보루마다 어쩌면 비탈 따라 완전하게 누워서 자랄까, 대단한 생명으로 보루를 지킨다.
소나무를 송(松)으로 쓴다. 송(松)자는 공평할 공(公) 앞에 나무 목(木)이 붙어 있다. 앞자리에 나무 木(목)은 모든 나무의 서열에서 가장 윗자리에 서 있다는 뜻. 이러한 송(松)자는 중국 전설시대 황제의 신하 칭힐(稱詰)이 만들었다고 한다. 이름도 다양해서 일반적으로 솔'송'유송'솔송'송목'솔나무 등으로 부르고,
유전자 등의 영향을 고려해 암솔'흑송'청송'금송'적송'육송'여송'강송'단엽적송'백두송'금강송'처진소나무로, 모양과 형태에 따라 용소나무'둥근소나무'도깨비방망이소나무'다닥다닥소나무도 있다.
산림청에선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새해 첫날 포항시 기계면 현장에서 시무식을 가졌다. 소나무는 예전에도 여러 번 시련을 겪었다. 송충이 구제는 추억이 됐고, 솔잎혹파리는 1970년대 초 당시 경남북 경계인 울주군 봉계리와 월성군 월산리에서 발견돼 전국으로 번지다시피 했다. 그때 '남산 위에 저 소나무'라는 애국가 가사마저 위협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도 해봤다.
물돌이마다 깎아지른 단애와 위태로운 벼랑에도 자리하는 자생력, 날아가던 왜가리마저 쉬어가는 아름다운 자태는 안정감을 더해준다. 산림치유가 등장하면서 너나없이 산림욕과 피톤치드에 관심이 높다. 과거 일본에선 생태계 변화로 보고 솔잎혹파리 방제를 포기했다.
권영시(시인'전 대구시앞산공원관리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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