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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아파트 6만7천 가구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제외

매일신문 취재팀 아파트 긴급점검…다가구주택 5만가구도 위험

간격이 좁은 다가구주택-대구 북구 산격3동 대도시장 인근 다가구주택 4채가 좌우 2m 이하 간격을 두고 들어서 있다. 가장 멀리 보이는 2채는 간격이 1m 정도에 그쳤다. 작은 사진은 화재에 취약한 내장재. 홍준헌 기자
간격이 좁은 다가구주택-대구 북구 산격3동 대도시장 인근 다가구주택 4채가 좌우 2m 이하 간격을 두고 들어서 있다. 가장 멀리 보이는 2채는 간격이 1m 정도에 그쳤다. 작은 사진은 화재에 취약한 내장재. 홍준헌 기자

128명의 사상자(사망 4명)를 낸 경기도 의정부 아파트(오피스텔) 화재는 건물 이격거리와 마감재, 스프링클러, 소방도로 등 다양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피해가 컸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최초로 불이 난 아파트는 10층짜리 건물로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대상에서 제외돼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많다. 대구에도 느슨한 소방법 등을 적용받는 10층 이하 아파트가 2013년 말 기준으로 6만7천519가구에 이르고, 빌라 등 다가구주택이 5만4천234가구나 된다.

본지의 긴급점검 결과, 대구의 저층아파트'다가구주택 역시 각종 위험 요소를 노출하고 있어 화마(火魔)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

◆화재에 취약한 저층아파트'다가구주택

11일 오후 2시 30분쯤 남구 대명동의 다가구주택 밀집 지역. 4층짜리 건물들이 불과 1~3m 간격으로 줄을 서듯 붙어 있다. 건물은 벽끼리 마주해 직접적으로 불이 옮겨붙을 가능성은 작아 보였으나, 일부 건물은 벽에 나무 장식이 있어 불의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또 다른 다가구주택의 경우 바로 옆 단독주택에서 검은색 가림막이 나부끼고 있어 화재 시 불길이 옮아갈 가능성도 있었다.

명덕로의 한 다가구주택. 갈라진 외벽 틈으로 스티로폼이 보였다. 스티로폼은 쉽게 불이 붙고 옆으로 옮아가는 속도가 빠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또 다른 한 건물의 1층 주차장엔 건축용 목재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주변에는 소화전이나 소화기는 보이지 않았고, 천장에도 스프링클러 등 화재진압 장비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건물 간 좁은 이격거리, 불에 타기 쉬운 마감재, 화재진압 시설 미비 등으로 이번 의정부 화재처럼 급속하게 불이 확산될 요소들이 많지만 이들 다가구주택으로 소방차가 신속하게 진입하기에는 장애가 많았다. 줄지어 선 다가구주택 앞 도로(폭 6m 정도) 한쪽엔 차들이 주차해 남은 공간으로는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었다.

화재로부터 허술한 곳은 여기뿐만이 아니다. 같은 날 오후 2시쯤 북구 산격3동 주택가. 골목(길이 약 160m) 좌우로 18채의 다가구주택이 늘어서 있는 이곳 역시 건물 사이 간격이 불과 1, 2m에 지나지 않았다. 부동산중개소 직원의 도움을 받아 한 5층(1층 주차장, 2~4층 원룸)짜리 다가구주택의 방에 들어가 창 밖으로 손을 뻗으니 옆 건물 창문에 손가락 끝이 닿았다. 2011년 지은 이 건물 방과 복도에는 소화전과 스프링클러는 물론 소화기도 보이지 않았다. 1층 주차장 역시 화재감지기나 소화전이 없었다.

산격3동 다가구주택 20곳을 둘러보니 이곳 역시 건물이 2m 내외로 붙어 있었고, 그중 10곳엔 아무런 소방시설이 없었다.

이 동네 공인중개사 이모(46) 씨는 "이 일대 다가구주택이 100여 곳인데 대부분 건물 간격이 좁다. 최근 지은 건물에는 화재감지기 등이 있지만 좀 오래된 건물에는 소화기조차 없는 곳이 많다"고 했다.

◆취약한 소방 관련 법규

소방법에 따르면 11층 이상 아파트(공동주택)는 자동소화장치인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그 미만 규모의 아파트나 다가구주택은 설치의무 대상에서 제외돼 화재로부터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다. 이로 인해 의정부 화재처럼 그 피해가 옆 건물로 확산될 우려가 크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으로 대구의 10층 이하 아파트는 모두 788단지(6만7천519가구)에 이른다. 이는 대구 전체 아파트 단지의 48.9%(가구 수 비중은 13.8%)에 해당된다. 대부분 저층인 빌라 등 다가구주택도 5만4천234가구나 된다.

저층 아파트'다가구주택이 화재 취약성을 노출하면서 2012년 이후 짓는 건물엔 의무적으로 화재감지기 등 소방시설을 설치하고, 소화기를 반드시 가구당 1개 이상 비치(개정 소방법)해야 한다. 하지만 이전에 지은 건물에 대해선 2017년까지 법 적용을 미뤄 여전히 화재로부터 위험성과 그 피해 확산의 우려가 있다. 소화기(3.5㎏ 기준)를 비치하더라도 사용시간이 12~14초, 거리도 4~5m여서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 무용지물이 될 공산이 크다.

건물 간격 역시 건축법에 따르면 건축선에서 1m 이상만 띄우면 되도록 돼 있어 불이 다른 건물로 번지는 것을 막기엔 한계가 있다.

건물 외장재도 30층 이상 고층건물은 불연재'난연재 등을 사용토록 규정하고 있지만, 그 이하 건물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의정부 화재 아파트처럼 많은 건물이 시간'비용을 줄이고 단열성이 좋은 스티로폼을 콘크리트벽에 붙이는 '드라이비트' 공법을 사용해 화재 시 불의 확산 위험성을 노출하고 있다.

소방전문가들은 이들 건물의 화재 취약성을 보완하려면 ▷1층 방화문 설치 ▷주차장 스프링클러 설치 ▷외벽 마감재 불연'난연성 소재 사용 등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소방안전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미관 등의 이유로 규정에서 예외가 된 1층에도 방화문을 설치하도록 하고, 모든 층이 힘들다면 자동차 연료 등 위험 물질이 있는 건물 내 주차장이라도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해야 불길이 번지고 유독가스가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무엇보다 외벽은 불에 잘 타지 않는 마감재를 사용하도록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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