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청와대 비서실, 강력한 인적 쇄신으로 국민 신뢰 받아라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이 청와대 문건 유출과 관련, 여야 합의로 요구한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 요구에 반발해 사퇴했다. 김 수석은 민정수석의 국회 운영위 출석은 관례에서 벗어나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고, 문건 유출 사건 뒤에 임명됐음에도 출석을 요구하는 것은 정치 공세라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김 수석의 사퇴는 어떤 이유를 들어 해명하더라도 명백한 항명이며, 국민에 대한 공직자의 책임과 의무를 저버린 행위다. 또한, 사상 초유의 항명 사퇴 뒤의 모든 후폭풍은 궁극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맞아야 한다는 점에서도 적절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세월호 참사나 문건 유출 파동 등 그동안 여러 중대 사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청와대 비서실의 대대적인 개편이 시급함을 보여 준다. 특히 김기춘 비서실장은 국회에서 "출석하라고 지시했는데 본인이 출석할 수 없다"고 했다며 "여야가 합의해서 출석을 요구하고, 비서실장이 지시한 데 대해 공직자가 응하지 않는다면 강력한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기강을 세우지 못하고, 리더십이 없음을 자백하는 것이다. 또한, 청와대 내부에서 어떤 일이 있었든, 외부적으로 부하를 감싸는 포용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김 수석의 항명 사퇴 파동은 한 고위공직자의 처신 문제가 아니라, 국가 기강이 심각할 정도로 무너졌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건이다. 여러 문제로 나라가 시끄러운 이때에 최고 지도부가 자중지란을 벌인다면, 남은 대통령의 임기 동안 계속 혼란할 수밖에 없다. 또한, 현재 정부가 중점 추진 중인 모든 개혁은 물 건너간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뜻밖에도 쉬운 곳에 있다. 박 대통령의 결단이다. 현재 김기춘 비서실장 경질을 포함한 수석 비서진 개편과 이른바 문고리 삼인방을 비롯한 주변 인물을 모두 정리해야 한다. 아무리 이들이 오랫동안 동고동락한 정치적 동반자이고 믿을 수 있다 하더라도 나랏일과 국민보다 앞설 수는 없다. 또, 박 대통령은 평소 '오직 나라를 위해 일한다'라는 소신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사건은 '나라를 위해 이들과 함께 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바로 보여준 것이다. 강력한 인적 쇄신만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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