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은 국어 선생님이라고 하면 바른말 고운말을 강조하면서 말끝마다 지적을 할 것 같아 말하기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일부 어학 전공자들 중에는 사람들이 어법에 맞지 않게 말을 하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선생님들은 같은 국어교사인 나도 솔직히 말을 하기가 부담스럽다. 그리고 그분들이 시험 문제를 낼 때의 특징 중 하나는 어법에는 맞지만 일상적으로 잘 쓰지 않는 표현을 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예로 이용 씨의 노래 '잊혀진 계절'이나 그룹 동물원의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 '잊혀지는 것'을 들 수 있다. 이 노래 제목에 무슨 바르지 않거나 곱지 않은 말이 있을 것이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그분들에 의하면 '잊혀지다'라는 말은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이 말에는 '잊다'에 피동의 의미를 만드는 '-히-'와 '-어지다'가 동시에 사용된 것이기 때문에 이중 피동이 된다는 것이다. 이중 피동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쓰지만, 어법을 따지지 않더라도 고쳐서 쓰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예를 들면 '범인으로 생각되어지는 인물'과 같은 표현은 '범인으로 생각되는 인물'로 바꾸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서 어법에 맞게 '잊힌 계절' '잊어진 계절'이라고 하면 매우 어색해진다. 대부분의 문학 전공자들은 이런 어색한 표현이 옳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국어 교사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말들은 출제에서 제외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잊혀지다'에서 사용되는 '-어지다'를 피동을 나타내는 것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이루어지다' '없어지다' '깨끗해지다'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어떤 결과에 이름'의 의미로 인식을 하는데, 이럴 경우 어법에 맞지 않다고 하기도 어렵다. 현재의 어법에 맞지 않고,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완전히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말들 중에 시험에 가장 많이 나오고, 신문의 칼럼들에서 지적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바라다'를 잘못 활용한 사례인 '바래'와 '바램'이다. 이 예들은 '바라+아'가 결합된 것을 잘못 말한 것이라는 지적을 워낙 많이 받다 보니 텔레비전을 보면 사람들끼리는 자연스럽게 "잘하길 바래"라고 말하는데, 자막은 매우 어색하게 '잘하길 바라'로 나온다. 그렇지만 이 경우도 사람들이 '바래'를 쓰는 것이 아주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만약 어법이 만고불변의 진리라면 '사랑하다'의 경우 '사랑하+아'가 되어 '널 사랑하'라고 고백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하다'가 붙는 모든 말들은 '여 불규칙 활용'이라고 하여 어미 '아/어'가 '여'로 바뀌고 '하여'가 줄어서 '해'가 된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어간의 형태 그대로 두었을 때 발생하는 어색함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만나다'의 경우는 어간이 문장의 종결어미로도 사용되는 '나'로 끝나기 때문에 '내일 만나'와 같은 표현이 어색하지 않지만, '바라다' '삼가다'와 같은 경우는 '바라' '삼가'라고 하면 어색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 불규칙 활용'과 같은 원리를 적용해 '바래' '삼가해'와 같은 표현을 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3시까지 오기 바람"과 같은 예에서 '바라다'의 명사형을 '바램'으로 쓰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희망을 뜻하는 명사 '바람'이 될 때는 '바램'을 더 많이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이미 강력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바람'(風)이라는 말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주검'이라는 말이 동사 '죽다'에서 온 말은 맞지만 명사가 되면서 '죽음'이라는 말과의 의미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 다른 형태로 사용하는 것과 원리가 상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그 나름의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말은 억지로 고치라고 하기보다는 빠른 심의를 통해 인정을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능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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