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대구 달서구의 한 기계부품 제조업체에 취직한 A(26) 씨. 영천에서 대구로 올 때만 해도 성실히 일하겠다고 다짐했으나, 매일 반복되는 고된 일에 곧 싫증을 느꼈다. 일은 하기 싫고, 돈은 필요했던 A씨. 순간 고향의 학교 후배 B(24) 씨가 떠올랐다.
그는 어릴 때부터 어수룩해 형들의 각종 심부름을 도맡아 했지만 불평 한 번 없었다. A씨는 B씨에게 연락해 좋은 직장이 있다며 자신의 회사에서 일할 것을 권했고, B씨는 그해 11월 A씨가 일하는 회사에 취직했다.
회사 기숙사에서 고향 후배와 함께 지내던 A씨는 이내 속내를 드러냈다. 2011년 2월 적금을 들어 목돈을 만들어 주겠다며 B씨의 월급 통장과 비밀번호를 건네받은 A씨는 월급 260만원 중 한 달에 10만~20만원만 B씨에게 건네고 나머지 돈은 자신이 챙겼다. 4개월 뒤인 그 해 6월 A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대구와 경북을 돌아다니며 B씨의 돈을 유흥비, 주식투자금 등으로 썼다. 지난해 8월까지 같은 방법으로 A씨는 B씨의 통장에서 48차례에 걸쳐 모두 7천만원을 빼 썼다.
이것으로 모자라 A씨는 지난해 2월, 사설대부업체에 B씨 명의로 3차례에 걸쳐 1천200만원을 대출받아 이 돈마저 챙겼다.
A씨의 행각은 지난해 8월 B씨의 부모가 아들을 보러 대구로 오면서 드러났다. 휴가인데도 집에 오지 않는 아들을 찾으러 간 B씨 부모는 컴컴한 기숙사에 홀로 남아 공장 점퍼 외에 여벌 옷도 없이 지내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B씨는 "지금까지 월급은 A씨가 관리했고 나는 돈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했다.
부모는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고 지난달 16일 동구의 한 음주운전단속 현장에서 경찰을 보고 도망가던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12일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성서경찰서 관계자는 "A씨는 어수룩한 고향 후배를 이용해 자신의 욕심을 채웠다. B씨가 먼저 월급을 모아 달라고 통장을 맡겼다고 진술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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