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지역 일부 영농법인과 농'축산업인들이 마음을 졸이고 있다. 지난해 지역 영농법인들이 잇따라 수사기관의 조사받고 일부 대표들은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국고보조금에 대한 수사가 확대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고령군도 연간 300억원에 달하는 국고보조금을 지원하지만 정산 및 사업목적, 이익 등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10년도 더 지난 중고기계 새것으로 둔갑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지난달 19일 국고보조금을 부정수급한 혐의로 고령 A영농법인 대표 K(54) 씨를 구속했다. K씨는 2012년 영농법인이 딸기 급랭시설인 터널프라자를 설치하면서 고령군으로부터 국고보조금 2억5천만원을 받아 1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K씨는 사업 당시부터 딸기 급속냉동기 구입비가 턱없이 모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추진했다. 당시 딸기 급속냉동기 가격이 8억원가량이었는데, A영농법인은 국고보조금 2억5천만원과 자부담 2억5천만원 등 총 5억원밖에 없었다. 가진 돈만으로는 딸기 급속냉동기를 구입할 수 없었기 때문에 K씨는 중고기계 판매업자들의 검은 유혹에 넘어간 것이다.
K씨는 중고기계 판매업자와 짜고 2001년에 만든 중고기계인 딸기 급속냉동기를 2011년에 만든 것으로 둔갑시켜 기계를 구입했으며, 판매업체로부터 2천500여만원을 되돌려받는 수법으로 국고보조금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부담 비율 속이고, 엉뚱한 작물에도 지원
앞서 지난해 8월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고령군이 농작물 연작피해를 줄이기 위해 실시한 '토양훈증제 지원사업' 과정에서 5억3천여만원의 국고보조금을 가로챈 혐의로 토양훈증제 공급업체 대표 W(36) 씨와 전무 L(54) 씨 등 2명을 구속했다. 검찰은 또 공급업체와 짜고 2억6천여만원의 국고보조금을 타낸 혐의로 영농법인 대표 C(56) 씨 등 3명을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W씨의 업체는 지난 2009년 11월 수박을 재배하는 영농법인과 짜고 법인이 30%의 자부담금을 낸 것처럼 증빙서류를 허위로 꾸며 고령군으로부터 5억3천여만원의 국고보조금을 수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업 역시 행정기관이 서류만 꼼꼼히 살펴봤으면 5억여원의 국고보조금 횡령을 막을 수 있었다. 토양훈증제 공급업체는 영농법인과 짜고 허위 증빙서류를 만들었으며, 토양훈증제가 필요없는 감자 재배 농민들까지 끌어들였다. 농촌지역 특성상 행정기관에서 누가 어떤 농작물을 재배하는지 훤히 알고 있는데도, 서류만 보고 국고보조금을 지원한 것이다.
◆수요'공급도 예측 못 한 섣부른 투자
고령군 쌍림농협이 11억여원을 들여 만든 농산물가공센터(2014년 3월 21일 자 8면 보도)도 국고보조금 낭비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쌍림농협은 고령군 쌍림면 2천㎡ 부지에 11억2천여만원(국고보조금 5억5천만원)을 투입, '쌍림농협 농산물가공센터'를 지난해 2월 완공했다.
쌍림농협은 4월 이후 폐기되는 딸기를 연간 200t가량 매입해 아이스딸기와 잼 등으로 만들어 7월 이후 출하할 계획이지었만, 딸기 물량이 부족해 농산물가공센터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농산물가공센터는 A영농법인이 운영하는 '터널프라자'와 유사한 시설로 10개월째 정상 가동조차 못 하고 있다. 더구나 쌍림농협이 구입한 농산물가공센터의 딸기 급속냉동기 역시 중고품으로 알려져 조합원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고령지역 딸기 재배농가는 373가구이며 173㏊에 올해 6천300여t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배수 내에서 징벌적 과징금 부과 검토
고령군의회 한 의원은 "고령군이 영농법인 및 농업인들에게 국고보조금을 준 뒤 정산 및 사업목적'이익 등 사후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면서 "국고보조금을 눈먼 돈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영농법인 및 농업인들도 있어 철저한 국고보조금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령군 관계자는 "국고보조금을 횡령하거나 당초 사업목적 외에 돈을 집행하는 영농법인 및 농업인들에 대해 보조사업 참여를 영구금지하거나, 수급액의 5배수 내에서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했다.
고령 전병용 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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