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창의인재 3.0]<2>현장에 답이 있다 -스위스 도제식 직업학교

학교-기업 오가며 기술 연마…현장형 맞춤 인재 육성

대구공고가 현장 교육을 강화한
대구공고가 현장 교육을 강화한 '스위스 도제식 직업학교 사업' 시범 운영 학교로 선정됨에 따라 이곳이 직업 교육의 새로운 모델로 떠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구공고 전자기계과 학생들이 선반 실습교육 중에 잠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대구경북 기업이 생각하는 창의 인재란 뭘까. 백이면 백 '현장'을 강조한다. 기업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지역의 대구공업고등학교가 새학기부터 도입하는 '스위스 도제식 교육'의 핵심이 바로 현장이다. 학교 이론 교육에 기업 현장 교육을 더하는 개념이다. 대구공고와 참여 기업으로부터 '왜 도제식 교육인지' 를 들었다.

◆기업이 직접 가르친다

"기업 현장과 학교 교육 간 괴리를 좁혀야 합니다."

구미에 있는 ㈜JCS몰드는 중소형 정밀 금형 제작 및 사출 전문회사이다.

JCS몰드 전진오 대표는 "사업차 스위스와 독일을 종종 찾는데 그곳 교육 시스템이 부러웠다"며 "10대 초반에 진로를 정하고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직업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전 대표가 기업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 중 하나가 현장형 인재를 확보하는 일이다. 그는 "급속도로 현장은 변화하는데 학교에서 배우는 기술은 이미 오래전의 것"이라며 "짧은 시간에 수박 겉핥기식으로 많은 것을 가르치려고 하기보다 특정 분야를 깊이 있게 교육하는 게 낫다"고 했다.

전 대표가 오는 3월부터 대구공고와 손잡고 '스위스 도제식 교육'에 동참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스위스 도제식 교육'의 핵심은 특성화고 학생들이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직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학교에선 이론 교육과 기초 실습 교육을 받고, 기업에서는 체계적인 현장 교육 훈련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대구공고는 지난해 말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함께 공모한 '스위스 도제식 직업학교 시범 사업'에 최종 선정돼 도제식 교육과정을 도입한다. 전자기계과 1학년 학생 중 일부를 선정해 금형도제반을 운영한다. 이 사업에는 JCS몰드를 비롯한 17개 기업이 참여한다. 학생들은 8주간 학교 교육과 9주간 기업 실습 교육을 통해 이론과 현장을 한 번에 배운다.

◆학생-기업-지역 상생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스위스 순방에서 베른 직업학교를 방문한 후 "스위스의 이런 직업교육 시스템을 도입해 미래형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위스 직업교육 시스템은 한마디로 '현장 교육'이다. 베른 직업학교 학생들은 주중 이틀은 학교에서 이론을, 사흘은 기업에서 현장 교육을 받는다.

정부는 스위스 도제식 직업학교 사업이 본격화하면 특성화고와 기업이 모두 상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스위스 학생들의 중학교 졸업 후 직업학교 진학률은 70.2%에 달한다. 이후 대학 진학률은 34.7%에 불과한 반면 청년 고용률은 61.7%나 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중학생 10명 중 8명 이상이 인문계열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이후 대학 진학률은 70.7%에 달하는 반면 청년고용률은 39.7%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말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함께 공모한 '스위스 도제식 직업학교 시범 사업'에 최종 선정된 곳은 전국 9개 특성화고이다. 이 가운데 대구에선 대구공고(금형 분야)가 유일하게 선정됐다.

대구공고 외에는 경북자동차고, 창원기계공고, 광주공고, 인천기계공고 등이 시범 사업을 운영한다. 이 사업 시행 시기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이 기간 정부는 시범 운영 학교로 선정된 곳에 매년 시설 기자재와 운영비 등으로 국비 20여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우리 현실에 맞는 도제교육 모델을 만들고 금형 등 뿌리 산업에서 우수 기술'기능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과정 개발과 운영, 시설 기자재 확충 등 다양한 지원을 해나갈 계획이다. 기업이 도제교육을 우수 기술 인력 충원 방안이라고 인식해 직업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서로 상생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대구공고 신영재 교장은 이 사업을 통해 학교와 기업뿐 아니라 지역 산업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형'은 지역 산업의 대표 주자인 전자 산업과 자동차부품 산업의 기초라는 것이다. 현재 대구경북에는 대구 성서공단과 달성공단을 중심으로 경북의 왜관, 북삼, 구미공단에 이르기까지 100개 이상의 금형 기업이 분포돼 있다.

신 교장은 "금형 산업 경우 한 사람의 기술자를 길러내는 데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작업 과정이 힘든 분야여서 근로자의 이탈과 이직 현상이 두드러진다"며 "금형 산업이 지역 산업의 중요한 성장 동력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우수 인력 양성과 공급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대구공고는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대구경북금형공업협동조합, 한국산업인력공단 대구지역본부, 한국폴리텍Ⅵ대학, 계명문화대학교 등 관련 분야 지역기관과도 협약을 맺어 시범 사업의 효과를 더 높일 계획이다. 신 교장은 "도제식 교육을 통해 산업체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해나가면 다른 학교에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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