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찬 바람이 매섭던 이달 6~8일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주민 100여 명이 월성원자력본부 남문 앞에 모였다. 15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계속운전 최종 결정을 앞두고, '월성1호기 수명연장 반대'를 외치는 이들은 생존권과 재산권 위협을 받고 있다며 이주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했다.
◆한수원, 속으론 계속운전 장담
월성1호기는 2012년 11월 20일 30년간의 운영허가를 만료했다. 상업운전을 마친 월성1호기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로부터 10년 연장 계속운전 허가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다. 한수원은 계속운전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어 긴장된 모습이 역력하다.
한수원 관계자는 "월성1호기의 재가동 여부는 경제적 손실은 물론이고 내년 고리원전 1호기의 재가동 허가와 함께 다른 노후 원전들의 수명연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국가 에너지정책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했다.
한수원은 속으로는 계속운전을 100% 장담하지만, 만에 하나 영구정지 처분이 내려질 경우 회사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의 엄청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월성1호기에 투자한 6천억원에 가까운 설비개선 자금에다 향후 10년간의 전기수익금 2조5천억원을 고스란히 날리기 때문이다.
◆해킹사건 이후 바짝 긴장한 모습
월성원전 주변에는 최근 해킹사건까지 터지면서 보안이 크게 강화돼 더욱 예민한 분위기였다. 이미 사전에 취재약속을 한 뒤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2곳의 검문소를 거치며 지문 등록, 노트북 보관, 휴대폰의 촬영기능을 차단당한 후에야 취재 차량이 통과했다.
월성원전 관계자는 "바닷가 외곽경비는 해병대, 북문과 외곽경비는 특수경비대, 남문과 발전소 내 정문 등은 청원경찰이 맡고 있다"며 "발전소 내 중요 시설의 안전과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검문소, 보안대를 거치는데 무려 1시간 이상이 걸렸다.
남문을 통과하면 원전은 월성4'3'2'1호기 순으로 서 있다. 조금 떨어져 신월성 1, 2호기가 있다. 문제의 월성1호기는 허가 만료로 2년 2개월째 가동을 멈추고 있다.
근무하는 사람이 없어 날씨만큼 스산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높이 52m, 지름 43m의 슬립폼 공법(동시 콘크리트 타설방법)으로 지어진 가압중수로다. 강력시멘트와 강화철근으로 지어져 9'11테러 때처럼 항공기와 부딪혀도 끄떡없다는 원전 관계자의 설명이다.
원자로건물 옆에 마치 난로 연통처럼 빼 올린 여과배기설비가 눈에 띈다. 원자로 내 수중기 농도가 높아지면 자동으로 배출하는 설비다. 월성원전 측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후속 대책으로 추가된 것"이라며 "무동력이어서 유사시 안전성을 높여준다"고 했다.
원자로건물 옆 대형창고처럼 생긴 발전소 보조건물 등 부속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터빈 1대와 저압터빈 3대가 있다. 원자로와 증기발생기를 통해 데워진 증기를 받아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 경북 전체 전기의 15%에 해당하는 67만㎾를 생산했던 곳이다.
월성1호기는 1985년 연평균 98.4%의 이용률을 기록해 당시 가동 중인 전 세계 원전 271기 중 이용률 1위를 차지하는 등 총 4차례나 세계 이용률 1위에 올랐다.
◆사전 설비개선 논란과 중수로의 안정성
한수원은 월성1호기의 계속운전이 결정 나기 전에 대대적 설비 개선작업을 했다. 이 때문에 일찌감치 계속운전을 염두에 두고 사전작업을 했다는 논란을 빚고 있다.
월성원전 측은 2009년부터 839일간 월성1호기의 심장에 해당하는 '압력관'(경수로의 원자로에 해당) 교체와 두뇌에 해당하는 전산기 및 고압차단기 교체 등 9천여 건에 대한 공사를 벌였다. 사업비만 5천600억원, 연인원 16만 명이 투입된 대규모 리모델링 작업.
허가만료 1년 2개월 전에 거액을 들여 이처럼 대대적인 설비개선을 벌인 것은 황당한 일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원자력법에는 설비개선을 하고 나서 연장허가 신청을 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편법을 쓴 것이 절대 아니다"는 입장이다.
◆15일 최종 결정 여부는 미지수
이런 상황 속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월성1호기의 안전성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한수원의 자랑과 달리, 노후 원전을 계속 운전하다가 결함이 생길 가능성도 있고 중수로 자체의 불안정성이 사고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원안위 김익중 위원(동국대 의과대학 교수)은 "노후원전은 사고가 잦다. 통계적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에도 30년 이상 된 노후원전이 터졌다"고 했다.
김 위원은 "월성1호기는 캔두형이다. 캔두형은 원자로의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갑자기 핵반응을 일으켜 폭발할 수 있는 등 로형 자체가 위험하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도 이제 건설하지 않는 모델이다. 수명연장은 결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 반대 및 나아리 생계대책위원회 전인식 위원장은 "단 1%라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면 원전을 계속운전해서는 안 된다. 전기사업자와 정부가 이득을 보기 위해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담보로 삼는 일이 계속돼선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원안위는 15일 월성1호기의 재가동 여부를 묻는 안건을 상정한다. 민간검증단이 반대의견을 내놓아 당일 최종 결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경주 이채수 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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