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플로브디프가 어디지? '낯선' 해외결연 사업 성과도 "글쎄"

대구시 내실없는 국제 교류…9개국 14개 도시 결연, 대부분 이벤트성 도시 선정

"플로브디브(Plovdiv)시, 그게 어디에 있어요?"

대구시는 미국, 중국, 일본 등 9개국 14개 도시(자매도시 9개'우호협력도시 5개)와 교류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닝보(Ningbo'寧波) 등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진 곳을 제외하면 대부분 도시가 시민들에게 생소하다.

2011년부터 최근까지 대구시가 14개 도시와 교류한 실적을 확인한 결과, 일본 히로시마시 등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도시에 교류가 편중된 경향을 보였다. 반면 이름도 생소한 도시와의 교류실적은 부실했다.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주와 불가리아 플로브디브시의 경우 2011~2012년 서신을 보낸 게 전부였다. 말이 서신이지 별 내용도 없다. 2011년 미나스제라이스주와 교류활동 실적에는 '초청장에 대한 답신 접수', 2012년 '주한브라질대사관에 미나스제라이스주 연락처를 문의' 등이다. 지난해에는 미나스제라이스주와 단 한 차례의 교류활동도 없었고, 중국 양저우시의 경우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교류실적이 전무했다.

◆대구시의 대표적 교류활동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대구시의 국제 교류활동의 성과는 서신 수발과 행사 참석이 대부분이다. 이 기간 전체 교류활동에서 22%를 차지하는 서신 발송 및 접수의 경우 행정'경제적 교류를 위한 서신이 아니라 ▷연하장 발송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초청장 발송 ▷대구시 국제행사목록 제공 등 행사 위주의 내용이었다. 애틀랜타시와의 교류실적에서는 전체 23건 가운데 애틀랜타 시장 재선 축하 서신 발송 등 서신 수발이 14건을 차지했다. 반면 이 기간에 '6개월 공무원 시정연수 프로그램'과 같은 실질적인 행정교류 프로그램은 4차례밖에 없었다.

자매도시와 교류실적 중 자랑거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구시 관계자는 "딱히 내세울 게 없다. 굳이 말하자면 대구시가 히로시마 플라워페스티벌 참가하는 것과 닝보시의 대구 치맥축제 참가를 들 수 있다"고 했다.

대구의 이 같은 상황은 정책 분야에서 국제교류가 활발한 서울시와 대조적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9월 자매도시인 미국의 워싱턴 D.C와 교통, 환경, 도시디자인, 전자정부 등의 분야에 관한 우수정책을 공유했다. 또 아시아개발은행(ADB), 유엔(UN) 등 국제기구를 비롯해 미국 뉴욕시 등 9곳이 서울시에 대중교통 통합환승할인, 시민복지기준선, 에코 마일리지 등 우수정책 공유를 요청해왔다.

◆교류도시 선정 전략 부재

대구시의 해외도시 자매결연사업이 부실한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신중한 검토와 장기적인 전략 없이 대상 도시를 선정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주는 대구시가 밝힌 교류도시 선정조건에도 맞지 않다. 선정조건은 '지리'인구'재정'산업'문화적 여건의 유사성이 있으면서 거리상으로 교류하기 가까운 지역'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미나스제라이스주는 고원지대에 속해 지리적 유사성도 낮고, 세계적 철광 생산지 중 한 곳이며 축산업이 발달한 곳이다. 도시 특성으로 볼 때 대구와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

대구시 관계자는 "사실 자매도시나 우호협력도시를 정할 때 시 차원에서 필요에 의해 결정했다기보다는 해외교포 중 영향력 있는 인사나 기업체, 상공회의소 등의 추천을 받아 검토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대구시의 해외교류 사업은 상대 도시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전략이 없는 상태에서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시는 교류도시 수를 늘리기보다는 철저한 조사와 검토를 통해 교류도시를 선정해야 한다. 또 교류도시와 협력방안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원구 대구시의원은 "시의회도 대구시의 국제교류 부문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시의회가 적절한 견제와 교류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런 역할을 못했다"고 밝혔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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