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힘차게 페달만 밟아, 반드시 전국소년체육대회(이하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딸 거예요."
절도 사건을 저지르는 등 말썽을 부렸던 중학생이 사이클을 타고부터 새 꿈을 갖게 됐다. 방황 끝에 만난 자전거 덕에 소년은 어둡던 과거를 떨치고 밝은 세상으로 나가고자 힘차게 페달을 밟고 있다.
침산중학교 사이클부 이선우(14'가명) 군은 8일 수성구 만촌자전거경기장에서 추운 날씨에도 페달을 밟으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가 세운 목표는 전국체전 중학부 사이클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 그는 매일같이 자전거로 경산과 밀양을 오가며 체력을 다지고 있다.
이 군은 "안장에만 앉으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내 주행시간 최고기록을 경신할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불과 4개월전만 하더라도 이 군은 세상에 불만이 가득한 소년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사이클부 지도감독인 정혁(41) 체육부장을 만나고부터 완전히 다른 소년이 됐다.
2012년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가 돈을 벌러 외국으로 떠나면서 뜻하지 않게 가장노릇을 해야했던 이 군. 병치레가 잦은 어머니의 약 심부름을 하고, 7살 어린 동생을 보살펴야했다. 학업엔 흥미를 잃었던 이 군은 지난해 여름 동네 형들의 명령으로 남의 자전거를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이라 형사처벌은 받지 않았지만, 학교로부터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오토바이를 빌려 탔고 몇 차례 무단결석도 했다.
방황하던 이 군에게 정 감독이 "사이클부에서 선수의 꿈을 키워 보겠냐"며 손을 내밀었다.
훈련은 힘들었지만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로부터 선물 받고 한참을 좋아했던 자전거를 매일 탈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침산중 사이클부의 명성이 이 군을 다잡았다. 최근 3년간 신병욱과 김승규, 이치목, 박현오 등 사이클 청소년 국가대표를 배출했고 지난해에는 소속 선수들이 대통령기 전국사이클경기대회와 제43회 전국소년체육대회,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배 전국사이클대회 개인전에 출전, 메달을 모두 8개(금 2개, 은 4개, 동 2개)나 획득하는 등 이름난 사이클부에 든 것이 자랑스러웠다.
이 군은 일정 수준의 성적을 유지해야 대회에 참가할 수 있어 수업에 집중했다. 수업이 끝나면 사이클부 부원들과 함께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자전거로 트랙과 도로를 달렸다.
입부 3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초, 이 군은 제44회 전국체전(올해 5월)에 사이클 대구 대표로 선발됐다. 이 군은 처음 출전하는 이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고자 방학 내내 훈련에 힘쓰고 있다.
"요즘은 순발력이 늘어 스타트와 라스트 스퍼트가 좋다고 해요. 주행기록도 계속 줄여가고 있어요. 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도와준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사진=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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