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철이다. 이맘때쯤 생각하게 되는 것이 '왜 진로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 없이 모든 고교 졸업생들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대학입시로만 향하고 있는가'이다.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4년제나 2년제 대학을 졸업해도 원하는 직장을 얻기란 하늘의 별 따기인데도 말이다.
한편으로 산업 현장에서는 기술인재가 부족하다고 야단이다. 한국폴리텍Ⅵ대학 학장으로 부임한 이래 지역 소재 기업들을 방문할 기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항상 듣게 되는 말이 "쓸 만한 인재가 부족하다", "잘 가르쳐 놓으면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는 것이었다. 또 한 특성화고나 대학 졸업자를 채용해도 그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일정 기간 훈련을 시켜야만 쓸 만한 인재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과 기업 현장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나 지식 사이에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노동시장 공급자인 학교의 교육과정에 노동시장 수요자인 기업의 의사가 거의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력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 해결과 청년실업률 해소를 위해 현 정부에서 내놓은 해결책이 바로 '일학습병행제'이다. 기업이 고등학교 졸업자를 대상으로 먼저 직원을 선발한 뒤, 해당 기업에 필요한 기술교육과 이론교육을 병행하면서 인력을 양성한다. 교육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기업은 공동훈련센터로 지정된 교육기관에 기술교육과 이론교육을 위탁해서 실시해도 된다.
일학습병행제는 많은 혜택을 갖고 있다. 기업은 인재를 적시에 선발해서 맞춤교육을 통해 해당 기업에 필수적인 기술 인력을 충원할 수 있고 근로자에게도 다양한 혜택을 준다.
먼저 기업체들은 기존에는 신입사원 연수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부담했는데, 일학습병행제로 선발된 학습근로자에 대해서는 정부가 교육비용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큰 비용경감 효과가 있다. 또 일학습병행제 참여기업의 기술교육 담당자에겐 별도의 교육을 제공하면서 교수비용도 지원하게 된다. 더불어 교육에 필요한 장비도 저리의 은행 대출로 마련하도록 돕고, 추후 세제 혜택도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일학습병행제로 기업에서 선발된 근로자를 '학습근로자'라 하는데, 이들은 정해진 교육기간 동안 기술 습득을 하고 정부의 지원으로 일정한 급여를 받게 된다. 또한, 심사를 거쳐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고, 학점 취득을 통해 학위를 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학습근로자는 근로자인 동시에 학생 신분이다. 이 때문에 기업 선배들의 기술 지도와 학교에서의 이론 교육을 병행하여 학습하므로 정해진 기간은 기업체를 반드시 다녀야 한다. 따라서 이직률이 낮고, 기술력은 높아지므로 과정이 끝날 즈음에는 필수 기술인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걱정이 많은 모양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정책이 시행되는데, 다음 정부에서 해당 정책이 흐지부지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기우(杞憂)가 될 모양이다. 고용노동부에서 일학습병행제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일학습병행제 관련 법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개최되었고 이른 시일 내에 법안이 국회통과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우리 교육도 간판이나 학력에 좌우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술력을 가진 인재는 누구나 원하고 어디서나 대우를 받는다는 인식이 널리 퍼질 때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청년 실업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이 자리 잡힐 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용률 70% 달성도 어렵지만은 않게 될 것이다.
이경숙/한국폴리텍Ⅵ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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