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가 없거나 가졌다가 잃어버린 경우라면 못내 아쉽고 안타까운 게 인지상정이다. 하물며 내게는 없는데 남은 가지고 있다면 더 속 터지는 게 사람 심리다. 그런 예가 매우 많지만 대표적인 사례 하나를 꼽자면 수달이다. 일본에는 수달이 없다. 야생 수달이 없으니 수달만큼은 우리가 부러움의 대상이다.
전 세계에 서식하는 13종의 수달 중 한국'일본에 사는 수달은 유라시아종이다. 수달 중 사회성이 가장 떨어지는 종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한국 수달과 유전형질이 거의 비슷한 일본 수달은 멸종된 지 벌써 30년이 넘었다. 1979년 고치현 스사키(須崎)시에서 마지막으로 촬영된 이후 일본 내에서 더 이상 관찰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환경성은 2012년 8월 일본 수달의 멸종을 공식 선언했다.
그렇다고 이 땅이 수달이 살기에 안전하고 건강한 땅이라는 소리는 결코 아니다. 천연기념물 330호,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1급 딱지가 이를 증명한다. 다행히 낙동강 수계를 비롯, 도심하천인 대구 신천에서도 2005년 처음 수달이 발견된 이후 15마리가량이 가창과 신천, 금호강 등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수달은 해당 지역 물 환경 건강도를 판단하는 지표종이다. 수달의 존재는 신천의 물 환경이 나름 건강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승용차로 신천 동편도로를 이용하다 보면 수달이 그려진 표지와 자주 마주치게 된다. 수달이 서식하고 있으니 통행에 주의하라는 경고판이다. 직접 목격하지 못했으니 정말 수달이 신천에 살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최근 보란 듯 수달이 정체를 드러냈다. 대낮 신천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수달 한 쌍이 한 시민의 카메라에 담긴 것이다. 250만 인구의 대도시 한복판에서 수달이 여러 차례 목격된 사실만으로도 특별하다. 이에 대구시는 연말까지 신천의 수달 서식생태를 정밀조사해 보호 대책을 세운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흔하디 흔한 '신천'(新川)이라는 이름도 바꿨으면 한다. 대구가 물산업 중심도시를 꿈꾸고 생태도시로 이미지를 일신하려면 그에 걸맞은 이름이 중요하지 않나. 생뚱맞게도 시조'시목으로 내세운 독수리, 전나무보다는 수달이 훨씬 현실적이고 생생하다. 대구를 대표하는 상징 동물로 수달을 지정하고 신천도 '달천'(獺川)이나 '수달내'로 바꿔 부른다면 대구에 또 하나 좋은 스토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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