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수도권 규제완화'라는 뜨거운 감자를 집어들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의지를 밝힌 터라 정부 경제수장격인 최 부총리가 더 이상 이 문제를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최 부총리는 13일 밤 공영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기업들이 규제 때문에 지방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해외로 간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가능하면 올해 내에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의 애로사항을 전하는 방식으로 수도권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올해 내'로 시한을 특정해 박 대통령의 의지를 뒷받침하기는 했지만 '가능하면' '노력하겠다'는 등의 완곡한 표현으로 발언을 마무리해 깊은 고민이 담겨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지역과 수도권이 함께 살 수 있는 묘수를 찾아보겠다는 모범답안으로 발언을 마쳤다.
그러나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는 '솔로몬의 지혜'로도 쉽게 풀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해묵은 과제다.
최 부총리의 고민은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기업의 어려움을 살펴야 하는 처지이기도 하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지역균형발전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 역시 두 가치가 팽팽히 맞서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수도권 규제완화는 오래전부터 논란이 돼왔던 내용으로 지역균형발전과 함께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며 "지역과 수도권이 상생할 수 있는 내용으로 고민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최 부총리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모든 역량을 쏟겠다는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해야 하는 입장과 함께 지역(방)민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는 지역구 국회의원이어서 그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는 지난 연말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정부에서는 지역이 주도적으로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중앙정부는 이를 맞춤형 패키지로 지원해 지역발전 정책의 패러다임을 상향식으로 전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박근혜정부의 의지가 확고하고 그 실천과정에서 자신이 주어진 역할을 해내겠다는 약속이었다.
특히 최 부총리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하면서 지역현안에 대해서도 살피고 또 살피겠다"며 " 중소기업, 소상공인, 전통시장을 비롯해 지역경제 구석구석까지 경제성장의 온기가 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 수도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규제완화 정책은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지역민들의 한결같은 기대다.
박상전 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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