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국어, 100일의 도전] 3) 숫자 읽기

손가락 모양 만들며 숫자 발음 "이, 얼, 싼, 쓰…"

지난주 목요일(8일) 중국어 두 번째 수업. 방민아 선생은 숙제 점검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강진욱 씨부터 한번 해볼까요? 순음 b(보, 뽀)부터 시작합니다." 방 선생이 맨 앞에 앉은 강진욱 씨를 힐긋 바라보며 말문을 열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강 씨가 음절표를 보며 차근차근 읽어내려간다. 역시 앞자리에 앉은 사람은 수업 태도도 좋고 수업에 대한 열의가 있나 보다. 막힘이 없다. "잘했습니다. 다음 사람?" 성모(우리말 자음에 해당) 가운데 순음과 순치음, 설첨음, 설근음, 설면음까지는 그나마 읽기가 쉽다. 그러나 그건 앞자리에 앉은 수강자의 몫이다. 뒤로 갈수록 발음이 어려운 zh, ch, sh, r 권설음과 z, c, s 설치음을 해야 한다. 먼저 하기 싫어 뒷자리에 앉았는데 첩첩산중이다. 기자 역시 뒤쪽에 앉아 어려운 설치음을 발음해야 할 처지가 됐다. 앞사람이 하는 동안 듣지도 않고 몇 번이고 발음 연습을 했는데도 발음을 잘못해 방 선생의 지적을 받았다.

이날은 a, o, e로 시작하는 음절 앞에 다른 음절이 있을 경우, 음절 간의 경계를 분명히 구분해 주기 위해 사용하는 격음 부호를 공부했다. 그리고 모음 뒤에 'er'이 붙으면 혀를 말아서 내는 소리가 되는 현상인 '얼화'(권설음화)도 배웠다. 방 선생은 얼화 발음을 잘 내는 자신만의 노하우도 가르쳐줬다.

발음도 어렵고 성조도, 문법도 어렵다. 외워야 할 것도 많다. 속도도 빠르다. 그러나 강의는 계속된다. "선생님, 너무 빨라요. 따라갈 수가 없네요. 좀 천천히 하면 안 돼요?" 한 수강생이 하소연하듯 볼멘소리를 했다. "기간이 길지 않아 많이 가르쳐 드리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그러나 이 단계를 잘 견뎌내면 조만간 웃을 때가 옵니다. 그러니 열심히 합시다." 그러면서 잠시 중국 현지 이야기로 딱딱한 수업 분위기를 바꾼다.

이날은 숫자 읽는 법을 배웠다. 중국어는 우리나라와 달리 한 손으로 열까지 표기가 가능하다. 머리와 손가락, 입 모두 활용해야 했다. 머리로 숫자를 생각하면서 손가락으로 모양을 만들고, 입으로는 발음을 한다. 하나에서 다섯까지 표시하는 손가락 모양은 우리와 같아 비교적 쉽다. 그러나 여섯부터 열까지는 낯선 모양을 해보여야 한다. 손가락으로 모양 만들기도 힘들고 안 되는 발음까지 하려니 머리에서 쥐가 난다. 칠판에 발음기호를 써놓고 하니 그나마 쉬웠으나 지우고 하니 헛갈린다. "중국어는 음의 높낮이가 있어 노래하듯 하면 쉬울 거예요." 노래를 부르듯 숫자를 외웠다. 조금은 재미있다. 초등학생처럼 앵무새처럼 숫자를 읽는다. "이, 얼, 싼, 쓰, 우, 리우, 치, 빠, 지우, 스…." 그러나 머리와 손가락, 입이 생각대로 잘되지 않는다. 그러나 방 선생은 새내기 고래들을 칭찬한다. "잘하네요. 그렇게 하면 됩니다." 도전자들은 정말 잘하는 줄 알고 신나 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중국어는 한국어처럼 서수와 기수가 있는데, '2'가 발음변화가 있을뿐 우리와 거의 비슷합니다. 여권번호, 전화번호, 시계, 돈 등 모두 숫자로 표기하기 때문에 반드시 알아둬야 합니다. 다시 한 번 더 따라 합니다."

이어 인칭대명사를 배운 뒤 수업을 끝냈다. "다음 시간부터 시험을 칠 거예요. 평가를 해야 하니까요. 공부에 도움도 되고 중국행 티켓도 따고. 일거양득이네요. 열심히 하세요."

두 번 만났지만 도전자 간의 대화가 거의 없어 분위기는 어색했다. 그래서 수업 끝난 뒤 커피타임을 갖기로 했다. 송휘백 씨가 분위기를 주도했다. 해박한 지식과 경륜, 그리고 나이답지 않은 유머로 딱딱하고 어색한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그리고 나니 분위기가 다소 훈훈해졌다. 역시 젊은 친구들은 사귀는 속도도 빠르다. 신민경 씨와 김현지 씨가 "우리, 오늘부터 친구 되기로 했어요"라며 포옹을 하자, 하나경 씨가 '나도 끼워달라'고 애원했다. 나이를 따지더니 나경 씨가 한 살 아래다. "앞으로 언니라고 불러." 이렇게 두 번째 수업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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