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개발 앞둔 공평주차장 '금괴 발굴 소동'

서울 金 탐험가 "일제강점기때 6t 2,400억 매장"…8시간 수색 작업 허탕

대구 중구 공평주차장에서 금괴 찾기 소동이 벌어졌다. 15일 한 공사업체 직원이 일제강점기에 숨겨 놓은 금괴를 찾기 위해 대형 드릴 장비로 외벽을 부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대구 중구 공평주차장에서 금괴 찾기 소동이 벌어졌다. 15일 한 공사업체 직원이 일제강점기에 숨겨 놓은 금괴를 찾기 위해 대형 드릴 장비로 외벽을 부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15일 오전 대구 중구 공평주차장. 낡은 상가건물 벽을 자르는 전기톱 소리가 요란했다. 콘크리트를 깨는 대형 드릴과 포클레인도 동원됐다. 작업 내내 50대 후반의 한 남성은 은색 금속탐지기를 들고 건물주위를 맴돌았다. 8시간 가까이 뚫고, 깨고 난리법석을 피웠지만 결국 '금 나와라 뚝딱'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대구 동성로의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인 공평주차장 개발을 앞두고 한바탕 금괴소동이 벌어졌다. 자칭 금 탐험가란 A씨가 서울에서 내려와 금괴 발굴작업을 했던 것.

그는 "일제가 패망하면서 매장해 둔 금괴가 공평주차장 상가건물인 마트 지하에 6t(시가 2천400억원)가량 매장돼 있다. 100%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다목적 상가 개발을 위해 이 땅을 사들인 도원 이종경 상무는 "A씨가 얼마 전 사무실로 찾아와 금 탐사를 허락해 주지 않으면 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하루만 발굴한다는 조건으로 작업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A씨의 이런 요구는 주인 없는 금괴가 발견되면 최초 발견자가 소유권의 50%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A씨의 주장 이렇다. 공평주차장 터는 일제강점기 다나카 다케(가명)라는 거부의 집터였고 주차장 한쪽의 상가건물(현재는 고깃집)이 '구라'(보물창고)였다. 이후 일제가 패망하면서 천황이 모든 조선의 금괴를 지하에 매장하라는 비밀지령을 내렸다. 그때 다나카 씨도 금괴를 급히 구라 밑 1.5m 깊이에 묻고 이곳을 떠났다.

그는 "여러 자료와 서울 본사에 있는 금속탐지기 등을 통해 공평주차장에 금괴 6t가량이 묻혀 있다는 사실을 확신했다. 기회를 엿보던 중에 공평주차장이 개발된다는 지난해 매일신문 기사(본지 12월 29일 자 11면 보도)를 보고 한달음에 대구로 내려왔다"고 했다.

구청 확인 결과 공평주차장은 일제강점기 형무소였으며 A씨가 지목한 구라는 일제강점기 건물 그대로 남아 있었다. 공평주차장은 해방 후 대구시립도서관, 교원공제회관 등을 거쳐 1998년 6월부터 현재의 주차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발굴작업이 끝난 후 A씨는 "오늘은 샘플차원의 발굴이어서 이만 포기한다. 금괴 진위는 5월 건물을 헐고 대대적인 터파기 공사 때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원 측은 일단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은 기색이다.

이동경 대표는 "금괴 존재 여부를 떠나 일제강점기 대단한 재력가가 공평주차장에 거주했다면 이곳의 풍수가 좋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겠느냐"며 "향후 개발사업도 순조로울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5월 본격적인 개발이 진행되면 금괴 존재 여부를 확실히 알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웃었다.

한편 도원은 공평주차장에 호텔과 젊은이 광장, 놀이시설 등의 테마를 갖춘 20층 높이의 복합상가를 지을 예정이다.

임상준 기자 news@msnet.co.kr

사진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매일영상뉴스=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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