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아베와 악어의 눈물

악어의 눈물(Croco dile Tears)을 처음 언급한 것은 로마시대 사학자 플리니우스였다. 그는 자신의 책 '박물지'에 '이집트 나일강 악어는 사람을 잡아먹은 뒤 이를 슬퍼하며 눈물을 흘린다'고 썼다. 악어의 눈물을 확실하게 거짓 눈물, 또는 위선자의 눈물로 바꾼 것은 셰익스피어였다. 셰익스피어는 '오셀로'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등의 작품에서 속내는 전혀 그렇지 않으면서 겉으로 짐짓 슬픈 척하고 눈물을 흘리는 것을 악어의 눈물에 빗댔다.

악어가 눈물을 흘리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있다. 악어가 물 밖으로 나오면 눈을 보호하려고 점액질이 나오는데 먹이를 먹을 때 입을 크게 벌리면 이 점액질이 더 많이 나와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또 악어는 눈물샘과 입을 움직이는 신경이 같아 모든 먹이를 먹을 때 눈물을 흘리며, 이 눈물이 입안에 수분을 보충해 먹이를 삼키기 쉽게 해준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안면신경마비증의 후유증을 앓는 사람에게서도 나타난다. 침샘과 눈물샘 신경이 엉켜 음식을 먹을 때 눈물이 나오는데, 의학적으로 '악어 눈물 증후군'이라고 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5일 서청원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위안부 문제는 필설로 다할 수 없이 가슴 아프다"라고 했다. 이어 1993년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군과 군의 강제성을 인정한 당시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의 '고노 담화'를 부정한 적이 없고, 계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가 "정치'외교 문제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1965년 한일협약의 청구권 협정에서 위안부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는 그동안의 주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이다.

아베의 이런 태도는 '필설로 다할 수 없이 가슴 아프다'가 악어의 눈물이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우신예찬'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인문학자 에라스뮈스는 '격언집'에서 '악어의 눈물은 다른 사람이 겪는 심각한 고통에 책임이 있는 자가 짐짓 괴로워하는 척할 때 사용하는 말'이라고 썼다. 16세기 때의 에라스뮈스가 어떻게 500여 년 뒤 아베 총리의 행동을 예견해 '악어의 눈물'을 정확하게 정의했는지 놀라울 정도다. 다만, 겉과 속이 다른 말장난을 응징할 방법이 없으니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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