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빌보드차트와 영국 UK차트는 음반 판매를 우선한다. 요즘이야 유튜브 조회 수와 음원 판매를 포함시키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음반 판매가 중심이다. 그러다 보니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뜬금없이 클래식 넘버가 팝차트에 등장하기도 하고 싸이가 차트 1위에 오르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신뢰할 수 있는 판매 차트가 존재하다 보니 분석과 행간 파악을 통해 사회를 분석하는 기법이 발달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콘텐츠 애널리스트 가운데 대중문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코드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하는 경우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차 세계대전 이후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주방 가구의 변화를 분석한 경우도 있는데 미국 중산층의 확산과 시대별 소비 변화를 파악하는 데 요긴하게 사용된다.
이 가운데 컨트리 음악으로 상징되는 추억 상품의 유행과 역사 마케팅이 사회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석한 내용이 있다. 대체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거나 사회가 불안한 시기에 컨트리 음악이 유행하고 역사나 전설 속의 영웅이 대중문화의 코드로 등장한다. 이 시기 대중문화 소비 주체는 10대나 20대가 아니라 40대가 주도적이다. 최근 일고 있는 한국의 대중문화 현상과 비교해도 괜찮을 듯하다.
이른바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열풍 이후 1990년대 문화의 소환으로 불리는 현상은 2012년 개봉된 영화 과 같은 해 방영된 케이블TV시리즈 이 단초가 되었다. 이어 2013년 방영된 는 90년대 대중문화 신드롬을 낳게 된다. 이 때까지만 해도 현상은 대중에게 방점을 두기보다는 생산자의 코드로 이해되었다. 과 시리즈를 연출한 이용주 감독과 신원호 프로듀서는 90년대 대학을 다녔고 당시의 문화를 소비한 세대이다. 무한도전을 연출하는 김태호 프로듀서도 마찬가지다. 90년대에 감동과 재미를 불어 넣을 수 있는 비상한 재주를 가졌다는 공통점도 가졌다.
대중음악은 영화와 드라마보다 직접적이며 상징적인 유행을 이끈다. 대체로 하나의 유행이 대중음악과 패션에까지 이르면 문화현상으로 완성된다. 토토가 열풍의 의미는 그간 발품 팔아야 소비할 수 있었던 90년대 복고 상품을 지상파에서 대중음악을 소재로 구현했다는 점이다. 물론 다른 프로그램에서 이를 시도하지 않은 바는 아니었지만 무한도전 파워에 실린 복고는 파급력이 달랐다. 그리고 지속성도 담보하고 있다.
환영하는 마음과 우려를 가진다. 90년대 문화 소비자는 주도적 모습을 보였다. 속내를 숨기며 좋아해야 했던 이 전 세대와 달리 내가 좋아하는 스타와 상품에 적극적이었다. 의미는 달리 볼 수 있지만 한국판 미 디케이드(Me Decade)의 시대가 90년대였다. 대중문화가 유의미한 텍스트로 자리할 가능성을 보여 준 시기이기도 했다.
우려는 90년대를 규정할 수 있는 쏠림현상이다. 미디어는 유행하고 소비 가치를 지닌 문화만을 영역에 두었고 다양성은 교과서 타령이었다. IMF를 겪으며 쏠림 현상은 극심해졌고 문화는 권력에 의해 재편되는 모습이었다. 7080문화의 유행이 그랬듯이 90시대 문화의 유행도 올 한 해 대중문화계 화두가 될 것이고 다른 문화를 묻어버리는 쏠림으로 자리할 거라는 예측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90년대 대중문화는 소비에만 집중되어 있진 않았다. 권력을 외면한 수면 아래에는 의미 있고 쉼 없는 발길질이 있었다. 담론이 형성되었고 인디문화라는 새로운 모습도 등장했다. 이는 IMF를 겪으면서 정규직에 희망을 건 최초의 세대들이 만든 자기 세대의 선언이었다. 90년대를 소환한 세대들에게 제안한다. 당신들의 시대를 찬란함으로 규정하는 미디어에 저항하라. 그건 추억 팔아먹기의 절묘한 상술일 따름이다. 상황 좀 지켜보고 천천히 90년대를 기억해 보자. 90년대는 내가 선택하고 소비할 수 있어서 찬란한 시대였다.
권오성/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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